흔들리는 제조업 빈자리 메우기 위해 금융수출 ‘도전’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선의의 경쟁 속 외형 확대중

지난 5월 8일부터 12일까지 이복현 금감원장(가운데)이 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주요 3개국을 방문할 당시 동행한 윤종규 KB금융회장(왼쪽)과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출처=연합뉴스)
지난 5월 8일부터 12일까지 이복현 금감원장(가운데)이 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주요 3개국을 방문할 당시 동행한 윤종규 KB금융회장(왼쪽)과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출처=연합뉴스)

코로나19만 끝나면 모든 게 좋아질 거란 기대는 지난 5월 기준 한국경제가 15개월 연속 적자, 8개월 연속 수출 감소를 보이며 헛된 기대였음이 확인되고 있다. 한국경제에 대한 성장률 전망치는 외부 및 내부 모두 1% 초중반에 그친다. 반면 물가상승률은 쉽게 꺾이지 않아 스테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성장에 기대 호황을 누렸던 시간을 뒤로 하고, 미중 갈등의 파고 속에 수출기업들이 시계 제로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줄어드는 인구에 내수시장 확대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G8을 기대하는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서비스업, 특히 금융이 영미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총 5회에 걸쳐 한국금융이 처한 상황을 진단하고 남은 숙제와 향후 방향에 대해 들여다본다.<편집자 주>

 

“대중국 수출과 반도체 경기 회복 속도가 더 늦춰지고 선진국 금융 불안이 확대될 경우 올해 성장률이 1% 초반대로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달 25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올해 GDP 성장률을 기존 1.6%에서 1.4%로 하향 조정하며 이창용 총재가 내놓은 설명이다. 삼성전자의 공식 감산발표 이후 적자 기조 해소 및 챗GPT 발 AI 시스템 확대 반사이익 기대로 외국인 수급에 힘입어 반도체 주가가 연일 오르고 있지만 아직 업황이 돌아선 것은 아니다.

한은의 발표 이후 오히려 중국향 수출 기업들과 엔터, 게임 등 콘텐츠 기업들은 사드(THAAD) 사태 이후 제2의 한한령이 닥치지 않을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SVB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와 민주당과 공화당 간 이견으로 디폴트 위기까지 거론되는 미국 상황도 우리에겐 긍정적이지 않다.

◆ 고금리 속 역대급 실적 금융지주들...지속가능성은 글쎄

이런 가운데 은행권은 지난 1분기 역대급 실적으로 금융지주들의 실적을 견인했다.

2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은행들은 1분기 7조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거둬 전년 동기 5조6000억원 대비 1조원 이상의 성장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금리상승의 여파로 예대마진이 늘었고 반대로 채권평가익은 내려간 상황을 반영한 결과다.

특히 하나은행은 전년 순이익 1위를 차지한데 이어 1분기 9742억원으로 이익 관점에서 리딩뱅크로 올라서 전년 동기 대비 45.5% 성장으로 작년 실적이 일회성이 아님을 과시했다. 이어 신한은행(9316억원), KB국민은행(9219억원), 우리은행(8595억원) 등이 뒤를 이었고, 농협은행(4097억원), IBK기업은행(7233억원) 등도 만만치 않은 성장세로 업권 전체 실적을 부양했다.

금융지주들은 그룹 내에 다양한 금융회사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들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금융의 전체 판세를 살피는데 도움이 된다. 지주 내 실적에서 은행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60~90%대까지 이른다는 점은 우리 금융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농협법에 따라 농민들을 별도 지원하는 농협금융지주는 논외로 하고, 4대금융지주를 살펴보면 은행들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지난 1분기 기준 KB금융(62%)과 신한금융(63%)은 순이익에서 은행의 기여도가 모두 60% 초반대를 보이고 있다. 이 두 곳은 은행 외에도 증권, 보험(생보 및 손보), 카드, 자산운용, 캐피탈 등 다양한 라인업을 통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어 상대적으로 은행 비중이 낮지만 절반이 넘는다.

하나금융(88%)과 우리금융(94%) 순이익에서 은행 비중은 90% 내외다. 앞선 두 금융지주와 달리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부재하거나 있다 하더라도 빈약한 탓이다. 코로나19 기간 경기 부양의 시간을 지나 금리 인상의 시간이 길어지며 생겨난 현상이기도 하지만 큰 틀에서 크게 왜곡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문제는 이러한 수익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데 있다. 작년 한 해 4대금융이 거둬들인 이자수익이 약 40조원(39조6735억원)에 이르는 반면, 비이자 수익은 20% 남짓에 불과(8조7300억원)하다는 점은 수익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케 하는 부분이다.

개인들의 가계부채가 2000조원 수준에 달하는 상황은 아무리 한국은행의 목표가 인플레이션 타파로 하더라도 무턱대고 금리를 올릴 수 없는 이유를 만들고 있다. 은행들을 ‘공공재’로 정의한 현 정부가 예대마진 수취를 줄일 것을 압박하며 위기시 대응을 위한 충당금 쌓기를 유도하지만, 개방된 자본시장 시스템에서 외국인 주주가 60~70%에 달하는 금융지주들이 주주들을 무시하고 배당성향을 무턱대고 낮추는 방향으로 매진하기도 어렵다.

◆ 해외로 눈돌리는 금융지주들...선진국·동남아 투트랙

이런 상황에서 금융지주들은 국내 시장에서의 한계를 인식,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우리보다 규모와 노하우 면에서 앞선 영미 선진국보단 지리적, 정서적으로 가까워 K금융 시스템 수용에 거부감이 적고 풍부한 인구와 성장성을 가진 동남아 지역으로 노를 저어가고 있다.

특히 타 금융지주와 달리 경영권 이양이 순조롭게 이뤄진 하나금융은 전 정권부터 부르짖어온 신남방정책을 이어가며 ‘아시아 최고의 금융그룹’이라는 비전을 향해 한발한발 다가서고 있다.

특히 선진시장과 고성장시장 이원화 정책이 기본 노선이다.

동남아시아 등 고성장 시장에서는 비은행 부분을 중심으로 인수합병(M&A) 및 지분투자 확대를 통해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미주와 유로존 등 선진 시장에서는 투자금융(IB) 및 기업금융 강화, 전략적 파트너십 등으로 영업확대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2021년에 신설한 싱가포르 자산운용사 ‘HAMA’, 2022년 9월 2대주주(지분 35%)로 올라선 BSC 등과 더불어 뉴욕, 런던, 싱가포르, 시드니 등 4개 네트워크에 IB데스크를 설치하고 런던과 싱가포르에 자금 데스크를 운영하는 등 차별화가 그 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함영주 회장은 작년 3월 회장에 오르며 타이밍상으로도 이번 정부와 지배구조 문제를 일으킬 필요가 없었던 데다 친화력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것을 입증하며 내부 결속과 대정부 커뮤니케이션에서도 동분서주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임기 종료가 반년이 남지 않은 KB금융 윤종규 회장 역시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 시장과 고성장이 예상되는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투트랙 전략을 끝까지 실천하고 있다.

동남아 시장의 중심은 한국기업 진출이 활발한 베트남, 인구 3억명의 인도네시아, 금융 개방 초기로 외자계 경쟁이 치열한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등 메콩 3국이다. 신규 M&A와 기존 네트워크 완성도 제고를 통한 오거닉(Organic) 성장을 동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등 선진 시장은 안정적 성장 동력 확보와 WM, CIB, 자산운용시장의 글로벌 역량 획득에 힘쓰고 있다.

윤종규 회장은 지난 달 4일 KB금융그룹 칵테일 리셉션에서 글로벌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선진 지역 금융그룹(Leading Regional Financial Group)으로 거듭날 것을 선언했다. 이어 5월 9일에도 싱가포르에서 열린 IR 행사에서 KB금융의 글로벌 이익 비중은 2030년까지 30%, 2040년까지 40%로 확대할 것을 밝히기도 했다.

◆ 따뜻한 금융 실천하며 사회적 가치 공유...외연 확장 두마리 토끼

금융지주들은 확대된 이익을 함께 나누며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는 부문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 3월 지주 회장에 오른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은 ‘따뜻한 금융’ 실천에 무엇보다 주안점을 두고 있다. 타 그룹 대비 증권, 보험 등 M&A의 필요성을 천명하며 포트폴리오 강화를 강조하면서도 ‘상생금융’을 위해 조직변경시 아예 ‘상생금융부’를 신설하며 ‘상생금융기획팀’, ‘상생금융상품팀’, 소상공인 컨설팅 조직인 ‘상생금융채널팀’ 등을 편제로 뒀다.

특히 우리상생금융 3·3패키지를 통해 가계대출 금리 인하 등 개인고객에게 15조4000억원,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지원에 3조원, 취약계층 수수료 면제 등에 1조3000억원 등 약 20조원을 투입, 실질적인 고객 혜택만 2050억원에 달하는 금융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경쟁관계로 여겨온 하나금융이 안정된 지배구조 속에서 기존에 마련된 라인업을 스케일업하는 상황이고 이것이 실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이라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더욱 마음이 분주한 상황”이라며, “다만 임종룡 회장 체제에서 빠르게 안정성을 찾아가고 있고 인오거닉 성장이 필요한 입장에서 IB전문가인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가 선임된 만큼 임종룡의 전략과 조병규의 영업이 맞물려 어떤 시너지를 낼 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전임자인 조용병 회장의 3연임은 좌절됐지만 은행을 이끌어온 진옥동 은행장이 회장으로 올라서며 변화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내실을 기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1분기 당기순이익도 1조3880억원으로 업계 1위를 이어가며 작년 한해 4조6423억원으로 1위 금융지주로 복귀했던 분위기를 이어갔다.

특히 신한금융은 글로벌 부문 손익에서 전년 동기 대비 23.9%나 성장한 1583억원을 기록, 그룹 전체 손익에서 글로벌 부문이 11.4%를 기록하며 두 자릿수를 시현했다. 신한금융이 2030년까지 목표로 새운 글로벌 이익 비중 30%가 단순한 구호가 아님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신한은행은 2017년 베트남 ANZ은행 리테일 부문 인수로 외국계 은행 중 1위로 올라서는가 하면, 1등 카드사인 신한카드의 빅데이터 노하우 등을 접목한 디지털 전략을 통해 1분기 말 기준 111만명 규모의 온라인 고객을 확보하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신한투자증권도 올해 단독대표 체제로 변환한 김상태 대표 주도하에 6월 들어 GIB(글로벌투자금융)그룹을 강화하며 글로벌 딜의 수주와 안정화에 힘쓰고 있다.

한 대형증권사 IB부문 대표는 “신한투자증권은 WM부문의 경쟁력 대비 IB부문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던 만큼 IB전문가인 김상태 사장이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인수금융 셀다운 안정화에 힘쓰고 동시에 경쟁사 대비 저조했던 국내 딜 확보에도 본격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진옥동 회장이 일본통으로 알려진 만큼 최근에 다시 살아나고 있는 일본 시장에서 그룹 GIB조직이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 전기도 마련되고 있다”며, “일본에 있는 재일동포 주주들의 신뢰가 높고, 겉으로 과시하기 보다 내실을 기하는 진 회장 스타일이 위기 속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금융지주 임원은 “기업들과 호흡을 함께하는 금융지주들이 한꺼번에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기대”라면서도, “정부당국의 요청이 아니더라도 스스로도 인구절벽 가속화와 경제침체 가능성 속에 신시장 개척과 디지털 전환 외에는 답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선의의 경쟁 속에서도 외부에서 기회를 만드는데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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