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코로나19 사태를 지나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항공업계가 실적 개선 조짐을 보이고, 약 4년간 동결했던 임금 인상에 나서는 등 변화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악재로 몸살을 앓고 있는 아시아나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대한항공을 비롯해 LCC(저비용항공사)들은 엔데믹에 들어서면서 임금을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총임금 10%를 인상했으며 티웨이항공은 2023년 기본급 14%를 올렸다. 진에어 역시 올해 임금을 직전 대비 10% 인상할 예정으로, 이날 공식적으로 임금협상ㆍ단체협약 체결식이 진행된다.
제주항공도 2023년 임금협상이 진행 중인 운항승무원을 제외한 전 직원의 기본급을 10% 인상했는데, 운항승무원의 임금도 10% 위에서 협상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LCC들은 이번 2분기 실적 개선 전망도 밝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진에어의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4.28% 증가한 2581억원을 기록하고 영업이익은 231억원으로 흑자전환할 전망이다.
티웨이항공도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87.38% 증가한 2684억원에 영업이익은 273억원으로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항공 역시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2.86% 늘어난 3569억원, 영업이익은 227억원으로 흑자전환할 것으로 관측된다. 코로나19를 지나 안정세에 접어드는 모습이다.
반면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아시아나항공은 미소짓지 못하고 있다. 엔데믹과 중국 리오프닝 등으로 여행객 수요가 증가하면서 항공업계 실적 개선이 가시화되고 향후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지만 아시아나항공에는 악재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노사는 2019~2022년 4년치 임금 및 단체협상을 진행 중인데 난항을 겪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임금인상률로 2.5%를 제시했으나 조종사 노조가 이에 반발, 10% 인상을 요구하며 지난 7일부터 합법적 방식의 쟁의행위에 돌입한 것이다.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10일에는 승객 246명을 태우고 도쿄 하네다공항을 떠나 10시 25분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던 아시아나항공 OZ1035편의 이륙 준비 과정에서 '착륙장치 오류로 인한 결함'이 확인되면서 정비작업에 들어가느라 도착 시간이 3시간 30분 가량 늦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마저도 김포공항의 야간 운항 금지시간(커퓨타임)에 걸리게 돼서 인천공항으로 우회한 것이다.
결국 11일 새벽 2시 1분에 도착을 마친 아시아나항공은 인천공항에서 긴급 태스크포스(TF)를 조직, 서울 주요 지역으로 향하는 버스 8대를 준비하고 교통 약자를 대상으로는 별도 교통편을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방 승객에게는 호텔 숙박도 지원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 26일에는 제주발 대구행 아시아나항공 항공기에 탑승한 30대 남성이 대구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상공 약 213m에서 비상문을 여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사건이 발생한 여객기는 현재 수리 중이며 비상문과 슬라이드 등 3개 부위에 손상을 입어 피해액이 약 6억4000만원으로 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사고를 낸 남성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 등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과의 합병 작업이 더뎌지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관련해 해외 인터뷰에서 합병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으나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조 회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례 총회 중 진행한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여기(합병)에 100%를 걸었다"고 말했다. 이어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냐"는 질문에는 "그렇다. 경쟁당국과 논의하고 협상할 의향이 있다"며 "어떤 것을 포기하든 밀고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항공업계에서는 조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을 슬롯 반납 등의 리스크가 있더라도 합병을 꼭 성사시키겠다는 취지로 보고 있다. 현재 경쟁당국 14곳 중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이 반대하는 상황으로, 이들 3곳이 요구하는 조건을 수용하는 방향이 합병으로 가는 빠른 길이기 때문이다. 미국, EU, 일본 중 하나라도 결합을 승인하지 않으면 합병은 무산된다.
그러나 장애물이 만만치않다. EU집행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한국과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간 4개 노선의 여객 운송 서비스에서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으며, 미국 법무부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은 경쟁당국이 독과점 우려에 대해 강력한 시정조치를 요구한데 따라 대한항공은 점유율이 높은 노선 위주로 슬롯을 반납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미 앞서 중국, 영국, 한국에서의 기업결합 승인 심사과정에서 포기한 노선들이 많은 만큼 타격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부채비율이 다시 상승한 아시아나항공으로서는 부담되는 상황이다. 올해 1분기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대비 233.75%p 상승하며 1780.17%에 달했는데, 인수가 마무리 되더라도 핵심 노선의 운항 횟수가 줄어든다면 매출의 감소폭이 클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대한항공도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편이 실보다 득이기 때문에 합병을 추진하는 모습"이라며 "다만 아시아나항공에 닥친 악재가 대한항공은 물론 대한항공 계열 LCC나 에어서울·에어부산 등으로 번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