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도 물류망 혼란에 따른 각종 비용 상승과 함께 나타난 다양한 문제로 위기에 처했다. 본지는 창간 11주년을 맞아 다시 생존의 기로에 놓인 기업의 위기 상황을 진단하는 한편,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신사업 발굴과 기존 사업 보완 등 다양한 해결방안을 살펴본다.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제37회 서울국제화장품미용산업박람회(코스모뷰티서울)·국제건강산업박람회(헬스앤뷰티위크)에서 바이어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제37회 서울국제화장품미용산업박람회(코스모뷰티서울)·국제건강산업박람회(헬스앤뷰티위크)에서 바이어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뷰티(화장품) 업계는 고난의 시기를 겪고 있다. 최대 매출처인 중국 시장의 소비 회복세가 더디고 ‘한한령(한류제한령)’이 부활할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뷰티업계는 지속 추진해오던 해외시장 다각화 전략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변수가 큰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등 타 시장을 키우는 방향이다.

뷰티업계의 중국 시장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다만 지난해부터 중국 내 ‘궈차오(애국주의 소비)’ 열풍이 나타나면서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애경산업 등 K뷰티 브랜드가 중국 브랜드에 자리를 내주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23 1분기 보건산업 수출 실적’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의 중국 수출(6억 4400만달러)은 전년대비 20.8% 감소할 정도다.

뷰티업계는 대응 방안으로 글로벌 시장 다변화 전략을 펴왔고 그중에서도 북미 시장의 성장세가 주목된다.

올해 1분기 실적 기준 LG생활건강의 해외사업 중 북미지역에서 거둔 매출액은 13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1% 증가했다. 경쟁사인 아모레퍼시픽의 북미 시장 매출은 348억원에서 628억원으로 80%나 증가했다.

LG생활건강은 2019년 미국 화장품업체 뉴에이본을 인수하면서 북미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데 이어 피지오겔 아시아·북미 사업권 인수(2020년), 미국 헤어케어 업체 보인카 지분 인수(2021년), 미국 화장품 제조·유통사 더크렘샵 지분 인수(2022년) 등을 통해 사업 기반을 지속해서 확장했다.

회사 내부에서는 이러한 노력이 이번 1분기 실적에 어느 정도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생활건강은 올해 북미 사업 역량을 더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지난 1월 스타벅스·아마존 출신의 '마케팅·전략통' 문혜영 부사장을 최고경영자(CEO) 직속 미주사업총괄로 영입했다.

이정애 LG생활건강 사장도 1월 신년사에서 북미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사업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글로벌 뷰티 양대 시장인 중국과 북미를 기반으로 실적 개선 모멘텀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설화수 글로벌 앰버서더로 선정된 틸다 스윈튼. 아모레퍼시픽 제공
설화수 글로벌 앰버서더로 선정된 틸다 스윈튼. 아모레퍼시픽 제공

아모레퍼시픽도 지난해 9월 미국의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 '타타 하퍼'를 인수한 것을 기점으로 북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현지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확보하며 매출 쌍끌이를 하는 라네즈, 설화수를 중심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 활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

올해 북미 시장에서의 판로를 확대하고자 현지 유망 뷰티 업체를 추가 인수합병(M&A)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설화수에 블랙핑크 멤버 로제와 함께 할리우드 배우 틸다 스윈튼을 글로벌 앰버서더로 발탁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의 파트너십 체결 이후 3월 해당 미술관에서 ‘설화수 나이트 앳 더 메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또 아모레퍼시픽은 더마 화장품 에스트라의 일본 진출을 최근 결정했다. 더마 화장품이란 의약품에 화장품을 더해 트러블 케어 중심으로 이뤄진다. 유럽에서는 브랜드 라네즈를 통해 영국 진출에 성공했고 지난 4월에는 영국 현지에 판매 법인을 신설하기도 했다.

애경산업은 북미 지역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 동남아 등 해외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채널 다변화와 함께 브랜드 인지도 제고 등 체질 개선에도 나서고 있다.

일본에서는 큐텐재팬, 일본 아마존 등 일본 주요 온라인 플랫폼에 선보였다. 미국에서는 2020년 현지 아마존, 동남아에서는 최대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인 쇼피(Shopee)에 진출했다.

중국 시장 내 한국 화장품 브랜드 영향력이 줄어들었지만 애경산업은 징둥닷컴, 콰이쇼우, 틱톡 등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 타격을 줄였다.

또 에이지투웨니스(AGE20's)와 루나(LUNA) 등 주력 브랜드를 앞세워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했으며 다양한 콜라보(협업) 제품을 출시했다.

생활용품도 채널 다변화와 제품 라인 다각화 등 체질 개선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해 나가고 있다. 케라시스와 2080, 샤워메이트 등 퍼스널 케어 브랜드가 지속 성장했고 블랙포레, 리큐 제트, 르샤트라 오드퍼퓸 등 프리미엄 제품 중심 포트폴리오를 지속 강화한 영향이 컸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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