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도 물류망 혼란에 따른 각종 비용 상승과 함께 나타난 다양한 문제로 위기에 처했다. 본지는 창간 11주년을 맞아 다시 생존의 기로에 놓인 기업의 위기 상황을 진단하는 한편,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신사업 발굴과 기존 사업 보완 등 다양한 해결방안을 살펴본다.

주요 대기업들의 주주총회 시즌이 도래했다. 오는 15일 주총을 여는 삼성전자가 첫 타자다. 픽사베이 제공
국내 그룹사들이 경기 침체 속에서도 계열사 정비 및 사업 투자 확대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자 나섰다. 픽사베이 제공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지나 올해 엔데믹 국면에 접어들면서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으나 오히려 전세계적으로 복합적인 위기가 확산되면서 경영 환경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그룹사들은 계열사 정비 및 사업 투자 확대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자 나섰다.

최근 국내 대기업 그룹들은 미래 먹거리 확보에 집중, 연구개발(R&D) 비용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15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500대 기업 107곳을 대상으로 '2023년 하반기 국내 투자계획'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와 비슷한 규모로 투자하겠다는 응답이 60.7%로 가장 많았다. 투자 규모를 확대할 것이라는 응답도 15.0%로 집계됐다. 상반기 대비 축소하겠다는 응답은 24.3%였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등 국내 대기업들은 경기 침체 상황 속에서도 R&D 금액을 확대하고 있다. 주요 핵심산업인 반도체와 이차전지, 전기차 분야에 집중 투자해 선제적으로 기술을 확보하고 시장 우위를 잃지 않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사업 개선과 함께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 육성을 위해 '반도체 비전 2030' 전략을 세웠다. 이에 따라 경기 용인시 기흥 반도체 사업장 유휴 부지에 R&D 센터를 짓고 있으며 2025년 중순 가동 예정인 반도체 R&D 전용 라인을 포함해 2028년까지 연구단지 조성에 삼성전자 20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아울러 시스템 반도체 투자도 171조원으로 확대했으며 지난 3월에는 신규 생산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달러(21조3800억원)를 투자해 2024년 4㎚ 양산을 목표로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초격차 기술을 강조하며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OLED 업체 이매진를 2억1800만 달러(2900억원)에 인수하며 성장 가능성이 높은 XR(확장현실) 디스플레이 분야의 역량을 강화했으며 같은 달 IT용 OLED 분야에서도 8.6세대 IT용 OLED 생산을 위해 2026년까지 총 4조1000억원을 투자한다는는 계획을 발표했다.

SK그룹은 배터리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집중 투자하며 실적 개선에 나섰다. 최태원 SK 회장은 직접 그룹의 성장 동력 키워드를 배터리(Battery)·바이오(Bio)·반도체(Chip), 즉 'BBC'로 정의하고 2026년까지 BBC 분야를 중심으로 247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반도체와 소재 142조2000억원 ▲전기차 배터리 등 그린 비즈니스 67조4000억원 ▲디지털 24조9000억원 ▲바이오 및 기타 12조7000억원이다. 전체 투자금의 90%가 BBC에 집중된 것이다.

특히 혹한기를 겪고 있는 반도체 사업의 경우 투자금을 줄이지 않고 차세대 기술에 적극 자금을 투입하면서 극복하려는 모습이다. 차량용 D램은 물론 AI 반도체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고대역폭 메모리 HBM의 5세대 제품인 'HBM3E'의 개발도 마무리해가는 상태다. 

SK의 반도체 사업 담당 SK하이닉스는 업계 최초로 HBM3를 개발(2021년)하고 양산(2022년)한 바 있다. 지난 5월에는 기존 제품과 동일한 크기로 더 많은 용량을 제공하는 12단 적층 HBM3(4세대) 24GB 패키지를 처음으로 개발하는 등 앞서나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전기차 생산 확대와 함께 LG에너지솔루션·SK온 등 국내 배터리 기업과 손잡고 합작공장을 짓는 등 과감한 투자를통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공격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2030년에 전 세계에 총 323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해 '전기차 생산 톱3'가 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기차 브랜드로의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국내 배터리사들과의 협업뿐만 아니라 직접 배터리 제조 사업에도 나서면서 전기차업체로서의 경쟁력도 확보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배터리 성능 향상과 차세대 배터리 선행기술 개발,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해 앞으로 10년간 9조5000억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LG그룹은 미래사업을 배터리와 전장사업 등에 맞추고 재원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회사채 발행(3조8070억원)과 자산매각 등으로 5조8070억원 가량을 조달한다. 이를 전장(자동차 전자장비)·배터리 사업 등을 강화하는데 사용할 방침이다.

특히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전장사업과 관련한 설비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 이사회에서는 'VS(전장)사업본부의 멕시코 생산법인 확장 투자 안건을 처리했는데, 전장 합작법인인 LG마그나의 멕시코 공장과 별개로 현지에서 전장사업 설비를 추가로 구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 LG이노텍 등도 배터리와 전장 분야에서 조단위 투자를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의 경우 기존 석유화학 부문 사업을 정리하고 배터라 소재와 친환경 소재, 신약 중심으로 사업 구조 개편을 시도하고 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경기 둔화로 지난해 주요 대기업의 순이익이 27% 이상 감소했지만 R&D 투자는 전년보다 8조4000억원 이상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R&D 투자를 비용으로 보기보다 불황 속에서도 위기를 타파할 장기적인 투자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 기업들이 각 계열사의 사업을 점검하고 투자를 확대해 나가는 모습"이라며 "하반기까지도 전세계적 경기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미래 먹거리 산업 중심으로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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