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전기차 및 배터리 분야에서 강세를 나타내며 국내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이 전기차 및 배터리 분야에서 강세를 나타내며 국내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연합뉴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맞이한 중국이 전기차 및 배터리 분야에서 강세를 나타내면서 국내 기업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막강한 내수 시장과 저가를 바탕으로 중국이 공격적인 시장 점유율 확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6일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용량은 총 237.6GW로, 전년 동기 대비 52.3% 성장했다. 친환경 시대를 맞아 전기차 시장의 상승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도 이 같은 흐름에 편승했다. 이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총사용량은 33.0GWh로 전년 동기(21.2GWh)보다 56%나 성장했다. 삼성SDI와 SK온도 같은 기간 각각 29%, 9%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그러나 중국에 추월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비야디(BYD)는 같은 기간 108%의 성장률을 보이며 3위인 LG에너지솔루션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앞서 BYD는 LG에너지솔루션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선 상태다.

특히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보면 중국이 크게 앞서고 있다. 현재 세계 1위인 중국 CATL의 점유율은 36.3%로 전년 동기(35%) 대비 증가했고 BYD 역시 11.8%에서 16.1%로 늘었다. 그러나 국내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1년 사이 25.8%에서 23.3%로 2.5p 떨어졌다. 각 사 점유율로 살펴보면 LG에너지솔루션은 같은 기간 13.6%에서 13.9%로 소폭 늘었지만 SK온은 7.3%에서 5.2%로, 삼성SDI는 4.9%에서 4.2%로 줄었다.

중국의 이 같은 배터리 시장 점유율 확보는 굳건한 전기차 내수 시장과 저가공세를 바탕으로 한다. CATL 배터리는 저가 배터리로 전기차 가격을 낮추고 있는 테슬라의 모델 3·Y를 비롯해 상하이 자동차 뮬란 등 중국 내수시장 주력 승용 전기차 모델과 중국 상용차 모델에 다수 탑재되고 있으며 BYD는 배터리 자체 공급 및 차량 제조 등 수직 통합적 공급망 관리(SCM) 구축을 통한 가격 경쟁력 우위로 중국 내수시장에서 인기가 높다.

실제로 비야디의 올해 2분기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지난 1분기보다 33%, 전년 동기 대비 95% 증가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다. 2분기 전기차 판매량은 35만2000여 대로 집계됐다.

아울러 중국은 아시아·유럽 시장으로 자국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판매도 확대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발표한 '중국 자동차산업 경쟁력 현황'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국의 신에너지차(NEV·친환경차) 수출 대수는 45만7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63% 증가했다. 중국의 시장 잠식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셈이다.

단 국내 기업들에게도 강점은 있다. 중국 업체들이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라 관련 시장에 진출하기 어려운 탓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성장은 중국 내수 시장이 선제적으로 성장했고 미국보다 진입이 수월한 유럽 시장의 성장 속도도 빠르기 때문"이라며 "대신 북미 시장이 향후 점차 커지게 되면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점유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향후 중국과의 기술격차를 벌리기 위해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도 매진하는 중이다. 삼성SDI는 연내 시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미국 IRA가 중국 배터리를 탑재한 테슬라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허술한 면을 보이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미-중 갈등 상황 속에 IRA 법안 내 우려외국집단에 속할 가능성이 높은 중국 업체들의 미국 시장 진출에 제재가 가해질 것으로 예상했다"며 "(그러나) 당초 예상과는 달리 미국 시장 진입이 완전 차단될 것으로 보았던 중국 업체들의 미국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은 국내 이차전지 업종 주가에 부여되어 왔던 밸류에이션 프리미엄 축소 가능성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중국 내 전기차 판매율을 높이기 위해 현대자동차는 수익성 확보와 라인업 개선에 나섰다. 먼저 공장 생산능력 및 라인업 효율화를 위해 올해 1개 공장의 생산을 추가로 중단할 계획이다. 앞서 현대차는 2021년 중국 1공장을 매각하고 지난해 중국 5공장을 가동중단한 바 있다. 이후 가동중단 2개 공장은 매각을 진행하고 남은 2개 공장은 생산 효율화를 추진한다.

이와 함께 중국 내 판매 라인업은 현재 13종에서 8종으로 축소하고 제네시스, 팰리세이드 등 고급차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위주로 재정비할 계획이다. 특히 현지 진출을 선언한 고성능 N 브랜드는 상하이를 중심으로 적극 판매해 나갈 방침이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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