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개인 채권매수 이미 전년 전체 수준…채권ETF도 인기
“기준금리 아닌 시장금리 살펴야…장기로 보고 분할매수 추천”

대한상의 제주포럼 연사로 나서 당분간 금리인하 가능성을 부인한 이창용 한은 총재(출처=대한상의)
대한상의 제주포럼 연사로 나서 당분간 금리인하 가능성을 부인한 이창용 한은 총재(출처=대한상의)

지난 13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종전과 같은 3.50%로 동결한 가운데, 금리 고점 기대감에 개인들의 채권 매수세가 활발해지고 있다. 다만 14일 한국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과 가계부채 등 부담으로 당분간 금리인하가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 개인들의 채권매수에 주의가 요구된다.

작년 한 해 국내 주가지수의 후퇴와 함께 금리 고점 임박 기대감으로 본격화된 개인들의 채권매수가 올 들어 그 속도를 더하고 있다.

개인들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작년 기준 20조6113억원이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안 자산가격의 상승에 힘입어 주식시장 활황세가 절정에 달했던 2021년 개인 채권 순매수 4조5675억원 대비 약 4.5배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투자협회 투자자별 채권 거래현황 공시에 따르면, 지난 13일까지 개인 투자자의 채권 순매수액(장외)은 20조4504억 원 수준이다. 이미 반년 여 만에 작년 연간 수준에 육박했다.

올 들어 개인들의 매수 추이를 월별로 살펴보면 1월(2조8290억원), 2월(2조8331억원), 3월(2조9933억원), 4월(4조2479억원), 5월(3조788억원), 6월(3조2550억원), 7월(1조2133억원/13일 까지) 등으로 점차 늘고 있다.

개인들의 거침없는 채권 순매수 행진은 주가지수 반등과 경기 침체 가능성에 따른 지수 부담감으로 상대적인 채권의 매력이 올라간 데다, 지난 1월 이후 3.50%에 머물고 있는 기준금리가 고점에 임박한거 아니냐는 기대심리에 따른 영향이다. 통상 채권가격은 금리와 반대방향으로 움직여, 금리가 내릴수록 채권가격은 오르게 된다.

기준금리 추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현재 가장 높은 수준으로 3.50%에 머물고 있다.(출처=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현재 가장 높은 수준으로 3.50%에 머물고 있다.(출처=한국은행)

투자자 성향에 따른 선호 채권과 매수 방법도 다양하다.

전통적으로 채권은 고액자산가들의 자산관리 수단이었다. PB들의 권유에 의한 절세용으로 많이 활용됐고 거래 편의성이 떨어져 대중화되지 못한 경향이 있었다.

특히 자산가들은 장외시장 유통 채권 가운데 저금리 시절에 낮은 표면금리로 발행된 ‘저쿠폰 채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채권은 이자수익(Income Gain)에 대해서만 과세하고 시세차익(Capital Gain)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기 때문에 이자수익은 적으면서도 금리 하향에 따른 시세차익은 커질 수 있는 표면금리 낮은 상품에 VIP고객이 몰리는 것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유튜브 등 투자 정보 채널의 확대와 MTS 등을 활용한 거래 편의성이 늘자 채권의 대중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도, “다만 채권 투자라 해도 만기나 투자 목적 등이 다양해 일괄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채권투자 붐이 이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산가들은 만기가 다양하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장기채에 투자했다 하더라도 금리 상황에 따라 중간에 엑시트(투자회수)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장기채 중에도 잔존만기가 짧게 남은 채권을 섞어서 관리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이 예전엔 금리 꼭지를 잡으려 노력했으나 최근 몇번의 부침을 통해 장기로 보고 큰 (금리 하향)흐름을 기다리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며, “이달 들어 미국 CPI나 연준위원들의 매파적 발언에 매수세가 소폭 줄긴 했으나 어제 금리 동결로 다시 매수세가 활기를 띄는 중”이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채권 거래가 많이 편해졌다고 하나 주식에 비해선 여전히 접근성이 낮다. 이런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채권ETF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소액 투자가 용이한데다 금리 등 이슈에 따라 빠른 대처가 가능하고 수익률 관리 등도 수월하기 때문이다.

14일 최근 ETF 시장에서 빠른 시장점유율 확대를 보이고 있는 한국투자신탁운용에 따르면, 상반기 개인 순매수 1위 ETF는 ACE미국30년국채액티브(H)ETF다. 안정적인 미 국채면서도 30년물이라 변동성이 커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고 월 배당형으로 꾸준하게 수익을 체험할 수 있는 상품이라는게 이 회사 설명이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불과 4달이 채 되지 않은 기간 1000억원 이상의 순매수가 있었다”며, “한달 빨리 상장된 ACE미국30년국채선물레버리지(합성H)ETF에도 271억원이 몰리는 등 국내 뿐 아니라 미국채 투자를 ETF로 하는 고객들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한편 시장의 과도한 금리인하 기대를 진정시키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대한상의 주최로 열린 제주포럼 연사로 참여해 “당분간 금리를 내린다고 얘기하기에는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내릴 것을 크게 기대하지 말라”며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 연말까지 상황을 지켜보며 거시적 관점에서 금리를 조정하겠다는 발언이다.

이날 발언은 전일 기준금리를 네 차례 연속 동결한 것에 대해 시장이 과도한 낙관론을 가지는 것을 경계한 수사(Rhetoric)로 보인다.

이 총재는 “기술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내려갈지 확신이 없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며, “미국이 금리를 두 번 정도 더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내리면 격차가 훨씬 커져서 외환시장이 어떻게 될까 하는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를 3.5%로 했더니 3개월 동안 가계부채가 늘어났다”며, “단기적으로는 어쩔 수 없지만 가계부채가 큰 것은 장기적으로 큰 부담이고,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떨어지면 좋겠는데 트렌드가 바뀌는 모습도 있어서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운용사 ETF마케팅팀장은 기준금리 움직임과 시장금리 움직임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를 잘 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금리 결정과 별도로 중앙은행 총재의 발언에 따라 시장에서 향후 방향성을 예측해 시장이 움직이기 때문에 그날 그날 시장금리를 살펴야 한다”며, “기본적으로는 중장기적으로 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일정 부분 채권ETF를 매수했다가 SVB사태 등 불측의 이벤트가 발생해 금리가 튀어오를 때 공격적인 추가매수에 들어가는 등 개인들이 과거 대비 대응력이 매우 좋아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작년 하반기만 해도 레고랜드 이슈 등에 따라 시장 경색이 발생하자 AA급 우량 채권들이 5%가 넘는 쿠폰상품들이 나와 투자자들이 ETF 활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금리가 안정화 되자 시장 대처를 탄력적으로 하려는 투자자들이 ETF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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