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자율적 참여 촉구에도 삼성생명 상생안 ‘감감무소식'
1등 대신 총대 맨 ‘한화생명’… 상생·협력 상품 없다는 ‘삼성생명’

이복현 금감원장의 한화생명 방문 사실을 언론을 통해 접하고 그 사유를 뒤늦게 현업부서에 물었다는 삼성생명 전영묵 대표(출처=삼성생명)
이복현 금감원장의 한화생명 방문 사실을 언론을 통해 접하고 그 사유를 뒤늦게 현업부서에 물었다는 삼성생명 전영묵 대표(출처=삼성생명)

연초 이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주요 금융회사 방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업권 별로 어려운 시기 상생금융에 앞장서는 대표 금융사를 격려하는 취지로, 해당 기업들은 그에 화답하는 추가적인 상생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은행권 방문에 이어 우리카드, 신한카드를 지나 지난 주에는 한화생명에 이 원장이 방문했습니다. 통상 업계 1위 회사들에 우선적으로 방문이 이뤄지는데 확고한 생명보험사 1위인 삼성생명엔 아직 방문 일정이 들려오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지난 13일 오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한화생명 본사가 있는 여의도 63빌딩을 찾았습니다. 이날 열린 ‘포용적 금융∙따뜻한 동행 상생친구 협약식' 참석이 목적이었습니다. 당일 행사에는 이복현 원장,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를 비롯 사회복지 관련 단체장들이 참석했습니다.

이날 여 대표는 “결혼 및 출산, 자립 기반 구축 등을 걱정하는 2030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깊이 고민했다"며, "청년들의 경제적 안정을 위해 디딤돌 역할을 하는 목돈 마련 저축성 보험을 개발하는 것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화생명이 1~2개월 내로 출시 준비 중인 상품은 ‘2030 목돈마련 디딤돌 저축보험(가칭)’으로 5년 만기 저축보험입니다. 가입 대상은 가구소득 중위 200% 이하인 만 20~39세까지로 은행권인 내놓은 상생상품 ‘청년도약계좌’ 대비 가입대상을 확대했습니다.

보장금리는 5년간 5%가 기본이며, 보험기간 내 결혼 또는 출산 시 납입금액의 일정률을 보너스로 지급해,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 문제 해결 기여를 목적으로 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한화생명 역시 보험업계 빅3 중 하나로 생보업계 대표 회사 중 하나입니다. 특히 상생경영과 관련해 많은 이력들을 쌓아왔습니다.

보육원 퇴소 청소년들이 3년 뒤 1000만원의 목돈을 만질 수 있는 ‘맘스케어 드림 저축보험’, 취약계층 어린이들을 위해 저렴한 보험료로 각종 질병에 대처할 수 있는 ‘상생친구 어린이보험’ 등을 내놓으며 ‘상생’분야 선도기업 이미지 구축에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곳간 사정이 한화생명보다 훨씬 넉넉한 삼성생명이 상생금융 지원책을 내놓지 않고 꾸물대는 모습은 다소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입니다.

한 보험회사 마케팅본부장은 “한화생명 역시 대표적인 회사이긴 하나 한화는 이미 다양한 상생 상품들을 내놓은 상황에서 굳이 1등 회사인 삼성생명이 아닌 한화생명이 5년간 5% 보장금리 상품이라는 짐을 더 지게 된 것은 의아하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생명 측에 금감원장의 방문이 없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현 금감원장 방문 일정은 지난 4월 금감원의 ‘상생·협력 금융新상품’ 공모전에서 우수사례로 선정된 상품을 낸 금융회사들에 대한 방문으로 알고 있다”며, “삼성생명은 상생·협력과 관련한 상품을 당시 보유하고 있지 않아 공모전에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전영묵 대표가 지난 주 언론을 통해 금감원장이 한화생명을 방문한 사실을 인지하고 원장의 한화생명 방문 배경을 현업 부서에 질의했다”며, “이런 공모전이 있었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돼 왜 우리(삼성생명)는 상품을 공모하지 않았는지 물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리하면, 실제 삼성생명에는 상생·협력 상품이 존재하지 않으며, 삼성생명 전영묵 대표는 금감원이 상생·협력 관련 상품 공모를 진행한 사실 자체도 몰랐다는 설명이 됩니다.

삼성생명이 언급한 지난 4월의 금감원 공모전에는 17개 주요 금융회사가 지원했고, KB국민은행, 신한은행, IBK기업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한화생명보험, 한화손해보험 등 7개 금융회사가 응모한 제품들이 선정됐습니다.

이 공모전의 성격에 대해 금감원은 “사회 취약계층 및 금융소비자와 고통분담 또는 이익나눔 성격이 있는 금융상품을 우수사례로 선정했다”는 설명을 내놓습니다.

아주 구체적이고 엄격한 기준이 마련된 걸로 보이지 않는데 국내 1위 생보사에 이런 성격의 상품 하나가 없어 응모하지 않았다는 설명이 쉽게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한편 삼성생명 측의 설명과 달리 금감원장이 방문하고 있는 기업은 꼭 이 공모전 출신 기업에 한정된 것은 아닙니다.

금감원장의 주요 금융사 방문 일지를 살펴보면 카카오뱅크(2/27), 부산은행(3/8), 국민은행(3/9), 신한은행(3/24), 우리카드(6/29), 한화생명(7/13), 신한카드(7/17) 등으로, 이번 공모전과 무관한 회사들도 많이 있습니다.

당장 우리카드만 해도 6월 29일 금감원장 방문 당시 영세 카드가맹점과 취약계층을 위해 총 22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신한카드의 경우에도 7월 17일 원장 방문 당시 취약계층을 위한 유동성 지원(2500억원)과 채무부담 완화(1500억원) 명목으로 총 40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을 공개했습니다. 두 회사 모두 공모전과는 무관합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꼭 상생금융 명목이 아니더라도 1등 보험사인 삼성생명에 한번 쯤 방문할 법도 한데 소식이 없어 궁금하다”고 말했습니다.

아직 증권업계의 금감원발 상생 행보는 시작되지 않은 가운데, 지난 4월 28일 이복현 원장은 미래에셋증권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연금 수익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퇴직연금디폴트옵션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DC 및 IRP에 가장 많은 선택을 받는 증권사를 찾는다는 취지였습니다.

한편 이복현 원장은 금융사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5월 8~12일 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순방 일정에 나선 바 있습니다. 당시 한국투자증권, 삼성화재, 코리안리,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등이 따라 나섰지만 삼성생명은 명단에 이름이 없었습니다.

관련하여 삼성생명 관계자는 “해당 지역에 진출한 금융사들 중심으로 방문단이 짜진 것으로 안다”며, “삼성생명에는 감독원의 요청 자체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3일 한화생명 방문 당시 이복현 원장은 백브리핑을 통해 "상품 특성상 상생금융의 노력이 상대적으로 용이했던 은행과 달리 보험 등 비은행 업권의 경우 일률적으로 요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건전성 등 운영 측면에서 다른 점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에 여력이 되는 회사가 자율적으로 상생금융에 동참한다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향후 삼성생명의 상생금융 상품 출시 및 상생안 공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삼성생명 측은 “아직까지 정해진 바나 들려오는 소식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손해보험업계 대비 생명보험업계가 여러가지 여력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감독당국의 강권은 없지만 1등 회사로서 삼성생명이 상생 관련 행보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나 당국과의 스킨십이 부족해 보이는 것이 오버랩 되는(겹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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