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국적선사 HMM의 새 주인 찾기가 난항을 겪고 있다. 산업은행이 연내 매각을 완료할 것이라고 자신만만하게 선언했으나 인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던 기업들이 몸을 사리고 있는 탓이다. 당초보다 몸값이 불어날 것으로 보이는 데다 해운업황이 침체기를 겪고 있자 다들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태다.
해운업계에서는 지난 2015년 해운선사 팬오션을 성공적으로 인수했던 하림그룹이 중견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이뤄 HMM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는 소식에 들썩이고 있다. 인수 예상 업체들이 모두 선을 긋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대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다만 하림 측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반응을 내놓은 상태다.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지난 20일 HMM 경영권 공동 매각을 위한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이들은 매각 절차 개시를 계기로 보유한 2조7000억원가량의 영구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영구채 중 1조원 가량을 주식으로 전환·매각하겠다는 계획이다. 전환 시점은 올해 10월이다.
매각 지분은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보통주 1억9900만주에 CB와 BW에서 주식으로 전환될 2억주를 합쳐 총 3억9900만주다. 현재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영구채 포함 희석 기준 지분율로 따지면 38.9% 정도인데, HMM의 최근 한 달 평균 시가총액이 9조2462억원였던 것을 고려하면 구주의 시가는 4조원 가까이 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매각가가 5~8조원 가량이 될 것으로 보고있다.
즉 당초 예상보다 몸값이 높아진 상황이다. 주요 인수 후보군으로 꼽혔던 현대자동차그룹, 포스코그룹 등 대기업들이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인데다 유일하게 인수 의사를 밝힌 SM그룹의 경우 자금력이 부족해 현실화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인수작업에 난항이 예상되는 이유다.
산은과 해진공이 잔여 영구채의 처분방식 등에 관한 매각 방안을 마련해 인수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특히 코로나19를 지나면서 최근 해운업은 침체기에 돌입한 상황이라 HMM 인수가 기업들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도 않다.
해운업은 해상에서 선박을 이용해 여객이나 화물을 운송하고 그 대가로 운임을 받는 사업인데, HMM은 이 중에서도 배 위에 컨테이너를 싣고 정해진 항로를 운항하는 컨테이너선 전문 회사다. 총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보유 중으로, 유럽 항로와 미주노선에 각각 12척(2만4000TEU), 8척(1만6000TEU)를 배치해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시기에는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물동량에 비해 나르는 선박 수가 적어 컨테이너선 전문 해운사들이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코로나19를 지나면서 수요 감소로 업황이 악화되고 있다. 특히 벌크선과 달리 달리 컨테이너선은 운임 감소, 연료비 상승 등의 요인에 취약하고 화물을 선박에 가득 실지 못해도 정해진 항로를 운항해야 하기 때문에 세계 경기 상황에 따라 업황이 좌우되는 편이다.
이는 지금 상황에서 비싼 돈을 지불하고 HMM을 인수하기에는 기업들의 위험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HMM이 과거 현대상선이었고 현 HMM 김경배 사장이 지난 2009년부터 9년간 현대글로비스 대표를 지냈던 만큼 현대차그룹이 다시 데려가 현대글로비스와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으나, 지난 4월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는 "컨테이너선은 우리의 주력 사업이 아닌 만큼 메인 사업인 자동차선이 아닌 부문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단호하게 밝힌 바 있다. 완성차를 주로 나르는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컨테이너선사를 인수하는 것은 이득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이밖에도 LX그룹, CJ그룹 등이 인수 후보권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공식적인 입장은 없는 상황이다. 이날 다크호스로 등장한 하림그룹도 벌크선을 주로 영위하는 팬오션 인수 성공 사례와 비교해 컨테이너선 중심인 HMM을 인수했을 때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HMM은) 시장가격으로 신속 매각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을 것"이라며 "영구채를 포함한 잔여지분 처분 방식 등은 모두 매각 과정에서 결정될 일이지만 거래 당사자와의 협의를 통해서 조정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