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EXPO) 개최지 선정이 약 2달 반 가까이 남은 가운데 재계 총수들이 부산박람회 유치 막바지에 한창이다. 그 가운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유치 활동에 앞장서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 회장에게는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과 동시에 '부산엑스포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이라는 자리가 주어졌다. 경제계를 대표하는 민간위원장으로서 중압감이 높은 자리로, 부담도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시작은 비자발적이었으나 열의는 다른 누구보다도 앞서고 있다. 그의 행보를 두고 25년간 SK그룹을 이끌어 온 기업가 정신이 나타난다는 반응들이 나온다. 실제로 그의 부산엑스포 유치 철학은 남다르다.
최 회장은 지난달 말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서 외신기자 대상 간담회를 열고 "우리가 돈을 벌자고 엑스포를 개최하자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며 "돈으로 계산할 수 있는 것보다 다른 의미와 효과가 크다"고 부산엑스포 유치 당위성에 대해 설명하는 등 이전과 다른 엑스포를 그리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최 회장은 "엑스포를 개최하면 60조원 정도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경제적 효과보다는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대한민국이 책임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부산엑스포 유치에 대해 '인도주의적 접근'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많은 나라와 깊은 범위의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새로운 계기"라며 "기술이라는 도구만 내놨던 기존 엑스포와 다르게 솔루션을 내놓고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여주는 게 목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를 대한상의가 지난 3월 개설한 솔루션 플랫폼 '웨이브'를 통해 추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웨이브는 집단지성을 통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발전시켜 실행하는 자발적 솔루션 플랫폼으로, 대한상의는 11월까지 전체 지구촌 국가관을 온라인상에 지은 뒤 문제를 모아서 해결할 수 있는 그룹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61개국의 국가관이 개설됐다.
엑스포가 열리는 2030년까지 웨이브를 통해 전세계 국가의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노력을 하다 보면 인류에도 기여하고 한국의 위상과 브랜드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최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솔루션 플랫폼을 인류의 유산으로 이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부산엑스포가 가진 솔루션 플랫폼을 구현해 보고 싶다. 개인적으로 꼭 한번 이런 플랫폼이 펼쳐졌으면 좋겠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인류 자체에 도움이 되는 엑스포가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최 회장의 미팅 횟수는 680회가 넘는다. 지난 6월 테니스를 하다 다리를 다친 상황에서도 '목발 투혼'을 보이며 부산 엑스포 유치 활동에 적극 나서왔다.
실제로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제46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는 목발을 짚고 등장해 "기업인들과 부산 엑스포는 숙명적인 인연"이라며 엑스포 유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한국의 반대편에 섰다고 알려진 중국도 직접 설득에 나서는 등 적극적이다. 중국은 2030년에 부산에서 엑스포가 열리면 2035년 유치 계획이 틀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 상태다.
그는 "몇 달 전 반기문 전 UN(유엔) 사무총장과 중국에 같이 가서 새 총리를 만나 부산엑스포 지지를 부탁했다"며 "그외 여러 경로와 얘기를 통해 노력하고 있고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한 번 더 중국을 방문해 이 문제를 깊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반기에는 유치 총력을 위해 더욱 분주할 전망이다. 최 회장은 오는 10월 9일 국제박람회기구(BIE) 본부가 있는 프랑스 파리에서 엑스포 관련 세미나와 갈라 디너 등 행사를 열 예정이다. K팝 공연 등 한국의 문화 콘텐츠 활용도 기획 중이다.
그는 "(하반기에) 서울보다 파리에 가 있는 시간이 많아질 공산이 크다"며 "승부는 파리에서 나게 돼 있어 앞으로 할일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박람회기구(BIE)는 오는 11월 28일 ▲한국 부산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를 두고 2030 세계박람회 개최 도시를 결정할 예정이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