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살리기'에 특사의 방점이 찍히면서 기업인들이 대거 사면·복권돼 경영 현장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 이중근 부영그룹 창업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8·15 광복절 특별 사면·복권을 받는다.
14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고 이중근 부영그룹 창업주 등 2176명에 대해 15일자로 특별 사면·감형·복권 조치를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의 세 번째 특별사면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각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해 시면 대상과 범위를 엄정하고 신중하게 결정했다"며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에서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서민과 우리 사회 약자들의 재기를 도모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80여 만 명에 대한 행정제재 감면 조치를 통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에게 정상적인 생업 활동의 기회와 희망을 드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또 "경제회복을 위해 경제인을 사면 대상에 포함했다"며 "특히 민생 경제 회복을 지원하고자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을 사면 대상에 적극 포함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번 특별사면으로 국민이 모두 힘을 모아 우리 경제가 다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중근 부영그룹 창업주는 366억5000만원 횡령 및 156억9000만원 규모 배임 혐의로 2020년 8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6개월을 확정받아 복역하다 이듬해 광복절에 가석방 대상자로 선정돼 출소했다. 형기는 만료됐지만 특별경제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라 5년간 취업이 제한됐었는데, 이번 복권으로 경영 활동이 가능해졌다.
130억원이 넘는 규모의 배임 혐의로 2018년 12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된 박찬구 금호석화그룹 명예회장도 형선고 실효 및 복권 대상으로 선정됐다. 박 회장은 2025년 말까지 취업이 제한돼 경영에서 손을 떼고 무보수 명예회장직으로 물러난 상태다.
횡령·배임과 법인세 포탈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도 복권됐다. 이 전 회장은 '황제 보석' 논란 속에 2018년 구속, 징역 3년을 확정받아 2021년 10월 만기 출소했다.
이들 외에도 롯데그룹의 경영비리 사건으로 2019년 10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된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형선고 실효 및 복권 조치됐다.
운전기사들에게 상습적으로 갑질한 혐의로 2019년 11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은 이장한 종근당 회장과 거액의 회사자금을 횡령하고 병·의원 등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받은 뒤 형기를 마치고 2020년 9월 출소한 강정석 전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도 각각 복권됐다.
다만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등 2016년 국정농단 사태로 실형 선고를 받았던 인물들은 모두 사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주요 기업인들의 대거 사면·복권에 경제단체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는 정부의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에 발표에 대해 강석구 조사본부장 명의 논평을 통해 "이번 사면·복권 조치는 어려움에 처한 우리 경제에 활력을 높이고 나아가 미래를 대비해 기업인으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경제계는 국가 경제 발전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역시 "경제인들을 경영 현장에 다시 복귀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것에 대해 크게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면을 계기로 경제인에게 주어진 사업보국의 소명을 되새기고 민생 안정과 경제 회복이라는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무협)은 정만기 무협 부회장 명의로 낸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특별 사면이 고금리로 인한 세계 경기 위축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등 어려운 대외 여건 속에서 기업인들이 적극적으로 우리 경제의 회복과 활력 제고에 기여하길 희망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본다"며 "8·15 광복절 특별사면에 경제인들이 대거 포함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영 현장으로 복귀하게 된 기업인들은 과거에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우리 경제 활력 회복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무역 업계는 이번 특사를 계기로 기업인들에 대한 형사 처벌 위주의 각종 법규들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전면 재검토할 것도 건의한다"며 "우리만의 독특한 제도에서 기인한 잦은 형사 처벌로 기업인들의 경험과 지식이 경영 일선에 지속적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것은 결국 국익에도 부정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