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인도 현지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 인도 현지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완성차업체가 중국 대신 인도와 동남아시아 시장 집중 공략에 나섰다. 중국이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임에도 자국 내 완성차업체 밀어주기에 나서면서 이전같이 중국 내 판매 회복이 어려운 탓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0일(현지시간)부터 인도네시아 국제 오토쇼(GIIAS 2023)에 참가했다. 다음달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국제 모터쇼 'IAA 모빌리티'에 불참하는 대신 동남아시아 시장을 택했다. 도입 초기 단계인 동남아시아의 전기차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20일까지 자카르타 외곽 땅그랑시 인도네시아 컨벤션 전시장(ICE)에서 열리는 GIIAS 2023에서 현대차는 7인승 다목적차량(MPV) '스타게이저X'를 처음 공개했다. 스타게이저X는 지난해 7월 인도네시아에 출시된 미니밴 스타게이저 후속 모델로, 크로스오버 스타일로 디자인됐다. 기아도 이번 행사에서 전기차 EV9을 공개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브카시에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지역 첫 완성차 공장을 구축,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간 상태다. 올해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2배가량 늘어난 1만8208대를 판매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점유율도 3.6%로 같은 기간 1.6%p 올라 6위를 기록했다. 특히 전기차로 인도네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방침이다. 인도네시아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 아이오닉5는 올해 1분기 1039대가 판매돼 점유율 58.4%로 1위에 올랐다. 

인도네시아는 2019년 8월 전기차 산업 육성법을 제정해 수입세와 조세를 감면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사치세 면제, 충전요금 할인, 차량 홀짝제 면제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어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기대되는 곳이다. 2030년까지 전기차 점유율을 25%로 확대하고 2040년부터는 전기 오토바이, 2050년부터는 전기차 판매만 허용할 예정이기도 하다.

아울러 현대차는 태국 시장 공략도 가속화하는 중이다. 지난 4월 '현대 모빌리티 타일랜드'라는 이름으로 현지 법인을 설립했으며 태국 정부와 전기차 시장 진출에 대해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정부 역시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를 제외한 친환경차량의 생산 비중을 30%로 확대하고 전기차 제조사에게는 최대 13년간 법인세 면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인구 1위로 우뚝 선 인도 시장에도 계속해서 공을 들이고 있다. 인도는 지난해 476만대의 신차를 판매하며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380만대인 승용차 시장 규모가 오는 2030년에는 500만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최대 전기차 제조사인 테슬라도 인도에서의 대규모 투자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지난 5월 인도 정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올해부터 10년간 전기차 생태계 조성과 생산설비 현대화 등에 2000억 루피(3조2500억원)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첨단 배터리팩 조립 공장을 짓고 5년 간 전기차 충전소를 건설하는 게 요지다. 또 첸나이 공장의 생산 능력을 현 75만대에서 10만대 더 늘린 85만대로 끌어올려 급증하는 수요에 차질없이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아도 2027년까지 5년 간 200억 루피(3250억원)을 투입해 내연기관 생산 규모를 늘리고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인도 시장 점유율을 현 7%에서 10%로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미 현지 아난타푸르 공장의 증설 작업에 착수했다.

KG모빌리티 역시 지난 3월 베트남 기업인 킴롱모터와 KD(반제품) 계약을 체결한 뒤로 아세안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신흥 시장에서 현지 생산 체계를 구축, 가격 및 품질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킴롱모터의 모기업인 푸다그룹은 자동차 판매업과 함께 여객운수업도 운영하고 있는데 이 또한 KG모빌리티에게는 현지 공략에 유리한 요인이다. 앞서 KG모빌리티는 지난달 에디슨모터스의 최종 인수 예정자로 선정됐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KG모빌리티는 1983년 이후 40년 만에 국내 버스시장에 복귀하게 되는데, 킴롱모터와도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업계에서도 KG모빌리티가 에디슨모터스 인수를 통해 향후 동남아시아 전기버스 사업 등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에디슨모터스는 지난 2020년 9월 인도네시아에 전기버스를 처음으로 수출한 이력이 있으며 아세안 시장 진출을 위해 2016년부터 태국에서 실증연구를 마친 회사다. 전기버스 수요는 아세안 시장에서 비교적 높게 나타나고 있다. 태국의 경우 3년 내 방콕의 전기버스를 8000대로 늘릴 계획이며, 인도네시아는 오는 2028년 전기버스 1만대 보급을 목표로 내세웠다.

이처럼 국내 완성차업계들은 중국 수요 회복만을 기다리기 보다 아세안을 비롯한 신흥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등 여러 규제가 나오고있는만큼 신흥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김호건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아세안의 전기차 시장은 초기 단계로, 한국 업체가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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