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국적선사인 HMM(옛 현대상선)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이 LX, 동원, 하림과 독일 하팍로이드의 참여로 마감되면서 4파전으로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다만 인수전에 나선 국내 중견기업들이 HMM 보다 자금력이 낮아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HMM의 예비입찰은 21일 오후 마감됐다. 산업은행은 예비입찰을 마감하면서 "앞으로 7일~10일 동안 서류 적격심사를 거쳐 본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비입찰 기업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LX그룹과 동원산업, 하림그룹, 독일 컨테이너선사인 하팍로이드가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지분은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보유한 주식 1억9879만주에 양사가 보유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영구채 2조6800억원 중 1조원을 전환한 주식 2억주를 합한 총 3억9879만주다. 이로써 HMM의 인수자금은 최소 5~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기업들은 HMM 인수를 통해 사업영역을 확대하려는 계획이다.
먼저 동원그룹은 항만(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 육상 물류(동원로엑스) 사업을 하고 있는데 더해 HMM 인수로 해상 운송까지 사업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하림그룹은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 인수를 통해 지난 2015년 인수한 국내 최대 벌크선사인 팬오션와 더불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이루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컨테이너선사와 벌크선사를 모두 보유하게 되면 세계 6위 해운사로 올라설 수 있다.
LX그룹은 LX인터내셔널을 인수사로 앞세웠다. 현금성 자산이 다른 국내 후보들보다 많은 가운데 이번 인수를 통해 물류 자회사 LX판토스와의 사업 시너지와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목표다.
앞서 지난 6월 강석훈 산은 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HMM 인수를 통해 한국 해운산업에 기여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고 자본·경영 능력을 갖춘 업체가 인수기업이 되길 원한다"고 말한 데 따라 이들 기업의 향후 HMM 인수를 통한 전략이 심사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독일 하팍로이드도 골드만삭스를 자문사로 선정하고 인수 타당성, 시너지 창출 가능성 등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5위 해운사로서 HMM 인수를 통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 세계 3위로 발돋움하려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인수전에 뛰어든 국내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부족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승자의 저주란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승리를 위해 과도한 비용을 치름으로써 오히려 위험에 빠지게 되거나 커다란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하는 말이다. 즉, 전략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자금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해외 기업이지만 자금력은 보장된 독일 하팍로이드의 인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4파전 양상에서 독일 하팍로이드의 참여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HMM이 유일한 국적선사이기에 해외기업인 하팍로이드의 인수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다른 국내 기업들의 자금력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HMM 인수전에 참여한 하림그룹(27위·17조원), LX그룹(44위·11조원), 동원그룹(54위·9조원)은 자산규모나 재계 순위가 HMM(19위·26조원)보다 아래다. 또 이들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2조원대 수준이다.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격'이라는 평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자금력이 부족한 만큼 재무적 투자자(FI)와의 협업이나 인수금융 등의 추진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로 하림그룹은 지난 팬오션 인수때 합을 맞췄던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맺어 인수전에 나섰다.
그러나 고금리 속 막대한 자금 차입이 필요하기 때문에 재무적 투자자와의 협업에도 인수자금 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편 산은과 해진공은 입찰 참여 기업의 자금 조달력, 경영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오는 11월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하고 연말까지 계약 체결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