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신임 회장으로 선임된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임시총회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경협 신임 회장으로 선임된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임시총회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55년 만에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기관명을 변경하고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공식 선임했다.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을 계기로 전경련을 탈퇴했던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의 일부 계열사도 형식상 회원사로 합류하는 방식으로 한경협에 가입했다.

22일 전경련은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한경협으로의 명칭 변경과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의 흡수·통합 등을 포함한 정관 변경안을 의결했다.

새 명칭인 한경협은 1961년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 등 기업인 13명이 초기 설립했을 때의 이름이다. 이후 1968년 한경협에서 전경련으로 명칭을 바꿔 현재까지 사용해 왔다.

변경된 명칭인 한경협은 주무 관청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정관 개정을 승인한 이후부터 공식적으로 사용된다. 산업부 승인은 9월 중 이뤄질 예정이다.

류진 풍산그룹 회장도 이날 총회에서 한경협 신임 회장으로 공식 선임됐다.

2001년부터 전경련 회장단으로 활동해 온 류 회장은 미국상공회의소가 주최하는 한미재계회의의 한국 측 위원장을 맡는 등 글로벌 무대 경험과 인맥이 풍부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류진 신임 한경협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투명한 기업문화가 경제계 전반에 뿌리내리도록 솔선수범하겠다. 신뢰받는 중추 경제단체로 거듭나겠다"며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고 잘못된 고리는 끊어내겠다. 국민의 뜻에 따라 윤리경영을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전경련에 대한 '정경유착' 이미지가 아직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것을 고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삼성 등 4대 그룹을 모두 다시 전경련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사안이다.

류 회장은 "아직도 우리를 지켜보는 따가운 시선들이 있다"며 "부끄러운 과거와 완전히 결별하고 과감하게 변화하지 못한다면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경련은 정경유착 등 권력의 외압을 철저히 차단하고자 내부통제시스템인 윤리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을 정관에 명시했다.

다만 조직 구성을 완성하지는 못했다. 위원 선정 등 윤리위 구성과 세부 운영사항 등은 추후 확정할 예정이다. 류 회장은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분을 위원장과 위원으로 모시겠다"며 "단순한 준법 감시의 차원을 넘어 높아진 국격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엄격한 윤리의 기준을 세우고 실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무국과 회원사가 준수해야 할 윤리헌장도 제정했다. 윤리헌장이란 사무국과 회원사가 준수해야 하는 내용이다. 헌장에는 '외부 압력이나 부당한 영향을 단호히 배격하고 엄정하게 대처한다', '윤리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경영할 것을 약속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대·중소기업 협력을 선도한다', '국민 목소리를 경청하고 국민이 더 나은 삶을 향유하도록 노력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밖에도 류 회장은 ▲한국경제의 글로벌 도약 지원 ▲국민과의 소통 강화 등을 약속했다.

아울러 이날 총회에서 한경연을 한경협으로 흡수·통합하는 안건이 통과됨에 따라 절차상 한경협이 기존 한경연 회원사들을 넘겨받게 되면서 4대 그룹의 일부 계열사가 한경협 회원사에 포함됐다.

전경련 탈퇴 이후에도 삼성 계열사 5곳(삼성전자·삼성SDI·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 SK 4곳(SK㈜, 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네트웍스), 현대차 5곳(현대차·기아·현대건설·현대모비스·현대제철), LG 2곳(㈜LG·LG전자)은 한경연 회원사로 남아 있었다.

다만 이 중 삼성증권은 최근 논의를 거쳐 한경협에 합류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4대 그룹이 법적으로 한경협 회원이 되는 시점도 산업부의 정관 개정 승인 이후다.

한편 이날 총회에서는 GS건설 회장인 허창수 전 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하는 작업도 이뤄졌다. 허 회장은 2011년부터 올해 초까지 12년 동안 전경련을 이끌어 역대 최장 임기를 지낸 회장으로 기록됐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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