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문 대표, ‘부동산 금융’ 안정성·수익성 둘 다 잡아
지점 없는 게 약점? 비용 줄여 차별화 상품으로 비대면 수익

업계 최장수 CEO중 한명인 메리츠증권 최희문 대표(제공=메리츠증권)
업계 최장수 CEO중 한명인 메리츠증권 최희문 대표(제공=메리츠증권)

금융업계엔 각 업권별 1등 회사들이 있습니다. 견고한 성입니다. 하지만 시장의 판을 흔드는 회사는 꼭 1등 회사가 아닐 수 있습니다.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강자로 올라서려는 ‘메기’가 있습니다. 스트레이트뉴스가 그 메기들의 도전과 응전의 현장을 찾아갑니다.<편집자 주>

메리츠증권은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4431억원과 3613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만 따로 떼어 보면 영업이익 2035억원, 순이익 16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 1.9% 증가다. 1분기 주요 증권사들이 금리 안정화에 따른 채권평가익 증가와 예상 밖 지수 호조로 브로커리지 수익이 늘다 2분기에 수익이 급감한 것을 생각하면 ‘견조하다’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실적이다.

메리츠증권 측은 매 분기 실적을 공개할 때마다 단골처럼 쓰는 문구가 있다. 당기순이익과 ROE(자기자본이익률)가 얼마나 오랫동안 기준선 이상 지속되는냐를 나타내는 부분이다.

지난 2분기 메리츠증권은 2018년 1분기 이후 22분기 연속 당기순이익 1000억원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ROE는 12.2%로 2014년부터 10년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 중이다. 메리츠증권의 수익률 공표는 언제든 지속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다.

메리츠증권은 언론 상에서는 자주 회자되는 회사이지만 일반 투자자 관점에서는 증권사를 떠올릴 때 첫 번째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메리츠증권이 지난 1973년 설립돼 올해로 50주년을 맞았다는 것을 기억하는 이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점이라고 해 봐야 총 8개다. 서울에 6개, 부산에 1개, 대구에 1개 지점이 전부다. 그나마 본사 영업부금융센터, 강남프리미엄WM센터, 디지털금융센터를 합친 숫자다.

아무래도 고객 접점이 적다 보니 올해 상반기처럼 주식 시장 전체가 2차전지 이슈 등으로 들썩일 때는 상대적으로 고전을 하기도 한다. 자산관리(WM)에 강점이 있는 삼성증권(+39.6%)이나 키움증권(+42.5%) 등이 전년 상반기 대비 40% 내외의 순이익 성장을 보일 때 메리츠증권은 -24.6%를 기록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각 부문별 수익을 뜯어보면 리테일 부문이 당기순이익 62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8.0%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위탁(브로커리지) 실적은 시장 전반의 분위기를 감안해 늘었다. 국내외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 시장 침체에 따라 대출주선 실적이 줄어든 게 주 요인이다.

하지만 리테일 부문은 메리츠증권의 주 수익원이 아니다.

세일즈&트레이딩 부문에서 85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 전년 동기 대비 31.5% 성장했다. 특히 과거와 달리 고객들의 온라인을 통한 ELS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파생운용 실적이 좋아졌고, 법인영업에서도 ETF상품 다변화 과정에서 LP(유동성공급자) 역할 증대에 따라 수익이 늘었다.

메리츠증권의 핵심은 IB(기업금융) 부문이다. 당기순이익 1123억원으로 이 부문이 전년 동기 대비 39.8% 감소한 것이 뼈아펐다. 부동산금융 강자에게 고금리 장기화로 원자재가 상승, 이로 인한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신규 딜이 줄어든 것이 주 원인이다. 그럼에도 PF 딜과 중위험 중수익을 지향하는 메자닌 투자에서 실적을 만회한 것은 위안이다.

여기에 100% 자회사 메리츠캐피탈이 전년 동기와 같은 당기순이익 1238억원을 내준 것도 큰 힘이 됐다. 2012년 설립된 메리츠캐피탈은 시설대여(리스), 할부금융 등의 사업도 영위하지만 대출업이 전체 사업 대부분을 차지한다. 메리츠증권이 부동산금융 부문에서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는 원동력이다. 매년 200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으로 든든하게 모기업을 받치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6월말 기준 자기자본은 6조1666억원으로 하나증권과 6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른바 5대 증권사로 불리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증권사 수익에서 개인고객 기반 WM사업은 IB와 함께 양대 축이다. IB비즈니스의 시작인 IPO를 잘 수행하려 해도 고객 기반은 중요하다. 주관업무를 따낼 때 경쟁률이 중요한데 상장하려는 기업고객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8개의 지점이라는 약세에도 불구하고 업계 정상급의 이익과 부동산금융이라는 강점을 활용해 규모를 키워간다는 점은 놀랄 만한 부분이다.

상반기 실적이 일부 저조한 이유에 대해 메리츠금융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이 불확실한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보수적인 관점에서 리스크관리를 강화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안전한 수익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데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을 이야기할 때 항상 회자되는 부분이 부동산PF 사업의 적극성에 대한 위험여부 논란이다.

다만 메리츠증권은 부동산PF 대출에 있어 95% 이상 선순위에만 나서면서 리스크에서 한발 빗겨나 있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자산가치 대비 담보비율(LTV)로 평균 50% 수준으로 만약에 부동산 가치가 반토막 나더라도 선순위 투자자 입장에서는 안정성이 확보된다는 설명이다.

현재 증권사들은 해외부동산 발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국내와 달리 해외부동산 투자에서는 상당부분 후순위 투자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문제발생시 선순위 채권자가 투자금을 찾아가고 남은 부분에서 얼마나 건질 것이 남을 지는 아무도 모른다. 주요 증권사들의 해외부동산 투자 규모는 상반기까지 약 14조원에 육박, 전체 자기자본의 5분의 1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와 같은 우려와 관련해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의 강점은 차별화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라며, “투자 결정 초기 단계부터 사후관리에 이르는 전 영역에서 위험요인을 재점검하고 보수적인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안정적인 수익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금융이 강한 회사지만 메리츠증권은 리테일에 있어서도 파생상품 등에 집중하며 틈새 시장을 노리고 있다.

특히 주식투자 패턴이 ETF 중심으로 이동하는 상황을 보이자 같은 효과를 내면서도 증권사에서 할 수 있는 ETN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금리 고점론이 고개를 들자 10년물, 30년물 등 장기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N 라인업을 강화하며 합리적 수수료로 고객 몰이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주가조작 이슈로 석달간 거래가 중단된 CFD 거래가 9월 1일부터 가능해지자 재개를 눈치보는 타사와 달리 메리츠증권은 9월 1일부터 서비스를 바로 시작한다.

또 올해 말까지 해외파생상품 거래수수료 인하 이벤트를 실시하며 비대면 고객 대상 해외파생 CME 온라인 거래수수료를 계약당 1.98달러로 낮춰 고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틈새 아이디어는 ‘매도자금 바로출금’ 서비스에서도 나타난다.

통상 주식매도 후 입금까지 2영업일이 걸려 당장 현금이 필요한 고객을 위해 결제대금을 담보로 최대 98%까지 자금을 빌려주는 대출 서비스다.

연 4.65%의 이자가 적용되지만 5000만원 한도 내에서 즉시 출금이 된다는 장점으로 고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서비스가 가능한 Super365계좌 내 예탁 자산이 반년 만에 800억원을 돌파했다는 회사 측 설명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은 어찌보면 증권업계의 이단아 같은 존재지만 부동산 금융에서 보듯 얄미울 정도로 영업을 잘하는 회사”라며, “그만큼 내부 구성원들의 경쟁 강도가 만만치 않지만 실력 있는 사람에게는 인센티브를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회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해 초가 되면 본인의 인센티브를 받아들고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스스로 퇴출을 선택할 만큼 냉정한 회사지만 이런 문화가 가능한 것은 업을 잘 하는 CEO가 장기간 자리를 유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을 이끄는 것은 최희문 대표다.

지난 2010년부터 회사를 이끄는 최 대표는 2025년까지가 임기다. 뱅커스트러스트,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은행과 IB를 거쳐 글로벌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이다. 2002년 국내로 들어오며 삼성증권 임원으로 커리어를 시작, 2009년 부사장으로 메리츠에 합류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한국 자본시장에서 가장 눈부신 성장을 이어온 것은 미래에셋증권이지만, 차별화된 수익모델로 또다른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메리츠증권”이라며, “온라인에서의 강점으로 WM부문의 성장을 이어온 키움증권과 함께 진정한 여의도의 메기라는데 이의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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