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연일 시위..."즉각 폐지" 공분 확산  
'이념 공방' 확산 우려, '끝장 토론' 제안도 

전라도 천년사 4~5권(사진=전라남도)
전라도 천년사 4~5권(사진=전라남도)

광주·전남·전북 호남권 3개 지자체의 공동협력으로 야심차게 추진중인 '전라도 천년사'가 '식민사관' 논란에 휩싸이면서 폐기 위기에까지 몰렸다. 

역사 관련 시민단체는 물론, 종교계까지 나서 '폐기'를 촉구하고 있지만, 발행 주체인 3개 시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며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면서 비난을 자초하는 상황이다. 

호남역사바로세우기국민연대는 지난 6일 광주비엔날레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역사에 죄를 짓고 싶지 않으면 천년사 발간을 당장 멈추라"며 "일제 식민사관을 뒷받침하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항의 집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달 전 '식민사관청산가야사전국연대' 등도 광주시청 앞에서 항의집회를 갖고 "전라도 천년사 전체 34권 중 고대사와 현대사 일부 내용이 일제 식민사관 프레임에 기초해 서술됐다"며 '전면 폐기'를 주장한 바 있다. 

광주전남 뿐 아니라 전북권에서의 반발도 거세다. 지난 5월 초에는 '전라도오천년사 바로잡기 500만도민연대' 회원들이 전북도청 앞에서 철야투쟁을 벌인 바 있다. 

호남역사바로세우기국민연대가 6일 광주비엔날레 광장에서 전라도 천년사 폐기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사진=KBC 캡처)
호남역사바로세우기국민연대가 6일 광주비엔날레 광장에서 전라도 천년사 폐기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사진=KBC 캡처)

'전라도 천년사' 분량은 총 34권에 2만여쪽에 달한다. 참여 집필진만 해도 무려 600여명이며 투입된 예산은 24억이다. 전라도 천년사는 지난해 말까지 10권 1100질이 출간됐다. 심지어 최근 중고거래 사이트에 유통되는 현황까지 보고되면서 사료적 가치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논란은 급기야 광역단체 의회 도마에까지 올랐다. 광주시의회 신수정 의원은 6일 개최한 임시회 본회의에서 5분 발언에서 "전라도천년사 편찬을 둘러싼 갈등이 현재 우리 사회의 이념 논쟁에 휘말리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그러면서 "3개 시도가 공동 추진한 행정 절차의 타당성과 24억 예산 내용을 시민에게 공개하고, 찬·반 측 공동 주관을 통한 끝장 토론을 기획해 시민들이 판단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재안이 아닌 '즉각 폐지' 주장도 만만치 않다. 전북도의회 임승식 의원은 지난달 24일 임시회 본회의에서 "여러 시민단체와 함께 오류 수정을 요구, 전북도가 이의신청을 받아서 수정하고 토론도 실시해 착오없이 편찬하겠다 약속했지만 결국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전라도 천년사'의 즉각 폐기를 촉구하기도 했다. 

전남도의회는 가장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전남도의회는 이보다다 앞선 지난 5월 4일 조옥현 교육위원장 주도로 발표한 성명에서 "고대사 기술 과정에서 고조선의 건국 시기를 왜곡해 우리의 기초적 역사관을 통째로 왜곡하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전남을 왜놈의 땅으로 만들려는 전라도 천년사는 폐기해야 한다"고 분노를 표출한 바 있다. 

[광주·전남=차정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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