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비율 GDP 대비 101.7%...’자산가격 상승 신호’ 누가 줬나?
식상한 국감호통 이제 그만…금융회사 윤리의식 강화로 당당해야

BNK경남은행에서 한 간부급 직원이 15년간 562억원을 횡령한 혐의가 드러나자 지난 8월 3일 예경탁 은행장이 사과문을 읽는 모습. BNK경남은행 제공.
BNK경남은행에서 한 간부급 직원이 15년간 562억원을 횡령한 혐의가 드러나자 지난 8월 3일 예경탁 은행장이 사과문을 읽는 모습. BNK경남은행 제공.

모처럼 긴 추석 연휴를 앞두고 다들 고향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설렘이 가득합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되고 처음 맞는 추석이니 그럴 법도 합니다. 길고 긴 더위와 장마를 끝내고 가족의 품으로 향하는 맘이 어찌 흥분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추석이 끝나는 것이 두려운 사람들도 있습니다. 내달 중순부터 보름 넘게 이어질 금융권 국정감사에 출석해야 하는 각 기관장 및 금융회사 CEO들입니다. 11일 금융위원회를 시작으로 17일 금융감독원, 23~24일 금융공공기관, 27일 금융위와 금감원에 대한 종합감사까지 혼날 사람과 혼낼 사람이 혼재된 빡빡한 스케줄입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금융지주사 10곳이 벌어들인 돈은 13조6238억원으로, 역대급 실적이었다는 전년 동기 보다도 10.1%(1조2462억원) 더 늘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유독 올해는 금융권을 중심으로 ‘억’소리가 나는 배임 및 횡령 사고가 눈에 띕니다.

가뜩이나 부동산PF라는 말만 들어도 머리가 쭈뼛 서는 이때 금감원은 지난 7월 BNK경남은행 부동산PF 대출담당 직원이 3000억원의 자금을 횡령했다고 밝혔습니다. BNK경남은행 측은 3000억원은 돌려막기 한 금액을 금감원이 단순 합계한 수치라며 595억원이라고 정정발표 했지만 모양새가 볼썽사납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이 때문일까요? BNK금융그룹은 추석을 맞아 전례 없는 사회공헌활동에 박차를 가합니다. 직원들이 자원봉사에 팔을 걷어붙이고, 복지시설에 성금을 전하고, 김해시에 물품을 기탁하는 등 본업이 사회공헌활동이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아마도 지난 25일 BNK경남은행이 울산시 차기 1금고 운영 은행으로 4조5500억원을 관리하게 된 것과 이런 노력은 별개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연이어 8월에는 DGB대구은행이 바톤을 이어 받습니다. 직원들이 고객의 문서를 위조해 증권 계좌를 임의로 개설한 혐의가 알려집니다. 작년 한 해 기준으로만 1000건이 넘는 사례가 있었다는 소식도 전해집니다. 지방은행에서 전국구 ‘시중은행’으로 탈바꿈을 선언하자 마자 나온 뉴스에 3연임에 도전하는 김태오 회장의 행보에도 먹구름이 꼈습니다.

일단락 난 줄로 알았던 라임펀드 등 사모펀드 사태도 뜨거운 감자입니다. 지난 달 금감원은 특정 국회의원의 특혜 환매 사실을 발표하며 해당 의원과 진실 공방을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사건을 밝히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관련 금융회사의 조치에 문제가 없었는지 들여다볼 수 밖에 없게 됐습니다.

그러다보니 일정 중 맨 마지막에 감독 당국도 이름을 올린 것이 이채롭습니다. 금융회사들이 이런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에 빠질 때까지 관리감독을 제대로 했는지, 문제제기는 정당했는지 등을 따져볼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언급한 주제들이 직간접적으로 금융사들의 잘못으로 들춰지는 이슈라면, 또 한 축의 국감 재료는 사뭇 금융회사들이 볼멘 소리를 내놓는 주제입니다. 바로 가계부채의 급증에 대한 책임을 묻는 질책입니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말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신용비율이 101.7%, 기업신용비율이 124.1%로 전분기 대비 각각 0.2%p, 1.1%p 또 높아졌습니다.

가계신용비율 101.7%는 선진국(73.4%)과 신흥국(48.4%)을 막론하고 다른 나라와 비교불가 수준입니다. 기업신용비율 124.1%는 외환위기(113.6%)나 글로벌금융위기(99.6%) 때보다도 높은 수준입니다.

익히 알려졌다시피 가계부채의 증가 요인 기저에는 부동산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부동산 불패신화 속에 코로나19 시절 급등하는 자산가격을 바라보며 젊은이들은 평생 집을 갖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해서 집을 샀습니다.

막차를 탔다는 안도감도 잠시, 고금리가 이어지자 부동산 가격의 조정 속에 이자는 나가고 집값은 떨어지는 패닉 상황을 맞이합니다. 여기에 빌라왕 사태가 터지며 전세 시장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전세가가 계약 당시보다 더 떨어지는 역전세 상황이 벌어지자 정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원칙을 폐기하고 총부채상환비율(DTI) 60%로 선회하며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냅니다.

모든 경우가 그렇진 않겠으나 전세를 끼고 집을 산 이른바 ‘갭 투자’는 자기가 살 다른 집이 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시세차익을 기대한 투자입니다. 이 투자가 가능한 이유는 이자 등 기회비용을 물고라도 차익이 더 생길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됩니다.

만약 정부가 역전세난이 발생할 때 이를 그냥 시장의 기능에 맡겨뒀으면 어떻게 됐을까요?

집주인 입장에서는 고통스럽긴 하겠으나 집을 팔아 그 돈으로 문제를 해결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부동산 버블이 일정부분 해소되는 효과가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국은 그 반대의 선택을 함으로써 부동산 불패신화의 연장을 가능케 했습니다.

이후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손보는 등 뒷북 대처에 나섰지만 아무리 한국은행장과 금융위 부위원장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빚을 내라고 외쳐도 가계대출은 이달에만 다시 1조 6000억원 이상 늘어나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집값이 오르는 공포보다 집값이 한꺼번에 급락해 국민들로부터 듣는 원성이 정부 당국자 입장에선 더 두려운 법”이라고. 내년 봄이면 총선이 다가오고 집값이 떨어지면 표도 떨어질 것입니다.

정권을 잡아도 국회를 장악하지 못할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 우리는 목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의 성장 엔진이 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합계출산율이 0.7명을 기록하는 이때 누군가는 빚투의 위험을 진정성 있게 설명해야 합니다.

은행장들을 불러다 놓고 왜 그렇게 대출을 많이 해줬냐고 호통치는 코미디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올바른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야 금융회사를 꾸짖을 수 있는 령이 서는 법입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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