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추석 당일인 29일 한국과 일본에 사는 원자폭탄 투하 피해자들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해 오찬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김건희 여사와 함께 한 오찬 간담회의 환영사에서 "여러분을 모시기까지 7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너무 늦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만 명의 한국인들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원폭 피해로 생명과 삶의 터전을 잃었다"며 "식민지 시절 타향살이하며 입은 피해였기에 그 슬픔과 고통이 더욱 컸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오래도록 불편했던 한일 관계가 여러분의 삶을 힘들게 했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다"며 "정부는 동포 여러분의 아픔을 다시는 외면하지 않겠다. 이번 방한이 그동안 여러분이 겪은 슬픔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찬 간담회는 윤 대통령이 4개월 전 한 약속에 따라 추진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일본 히로시마에서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원폭 피해 동포들을 만나 이들을 한국으로 초청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오찬에서 윤 대통령은 당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참배한 것을 회고하며 "이역만리 타향에서 전쟁의 참화를 겪은 원폭 희생자를 추모하고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함께 열어갈 것을 다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일 관계를 더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우리 동포를 잘 살피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후 비공개 오찬에서는 원폭 피해자와 가족들의 감사 인사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오찬 상에는 삼색전, 전통 잡채, 전복찜, 떡갈비 구이 등 추석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음식이 올랐다고 알려졌다.
한국문화재재단 예술단의 가야금 3중주, 부채춤 공연과 바리톤 김동규의 축하 공연도 펼쳐졌다.
윤 대통령은 행사장을 떠나기 전 동포들에게 "모국의 발전된 모습을 직접 체험하고 고향의 가을 정취도 즐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행사에는 일본 거주 원폭 피해자·가족 42명과 한국 거주 피해자·가족 43명을 비롯해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대통령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김은혜 홍보수석, 김태효 안보실 1차장, 이기철 재외동포청장 등이 참석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