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가까워지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3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 분류에서 제외하면서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길이 열린데 따라 정관까지 변경한 양사는 이달 중 본격적으로 중고차 판매를 시작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중고차 사업 개시를 앞두고 막바지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양사는 중고차 고객 상담 등을 위한 신규 인력을 뽑고 경기 용인시 기흥구 중고차 매매단지 오토허브에 '인증 중고차 상품화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현대차는 경남 양산에 인증중고차센터를, 기아는 전북 정읍시에 '리컨디셔닝센터(Re-Conditioning Center)'를 짓고 있다.
현대차의 양산 인증중고차센터는 통합 중고차물류기지로 3만59㎡(9093평)의 규모에 달하며 이곳에서 중고차의 진단과 정비를 비록해 내외관 개선을 위한 판금, 도장, 차량 광택 등 업무를 진행할 계획이다. 기아의 전북 정읍 리컨디셔닝센터는 ▲중고차 성능·상태 진단 ▲상품화 ▲품질인증 ▲전시·시승 등의 고객체험을 담당할 예정이다.
현대차·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오랜 숙원이었다. 양사는 10년 전부터 중고차 시장 진출을 꿈꿔 왔으며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 모색에 착수했다. 이는 국내 중고차 시장이 연 200만대 규모로, 신차 시장이 170만대인 점을 고려할 때 외면하기 어려운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국내 중고차 시장은 현재 30조원 규모에서 연평균 5% 성장해 2025년 50조원 규모를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시장 성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큰 규모에도 불구하고 중고차 시장은 소비자 정보 비대칭성 등이 큰 전형적인 '레몬마켓'으로 꼽히는 탓에 현대차·기아로서는 자사 차종 중고차 평판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자사 차종 보호 차원에서 직접 중고차 검증과 관리와 판매를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소비자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중고차거래 앱(어플리케이션) 이용 경험이 있는 소비자 13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완성차업계의 중고차 진출에 대해 5점 만점에 4점으로 찬성했다. 기존 중고차 업체로부터 중고차 중개·매매 중 겪는 피해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고차 중개·매매 피해 상담 건수는 4663건에 달했는데 응답자의 약 80%가 허위·미끼 매물이 중고차 시장의 문제라고 답했다.
이러한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현대차·기아는 출고기간 5년에 주행거리 10만km 이내 자사 브랜드 중고차를 대상으로 자체 테스트를 통과한 '인증 중고차'만 취급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을 만들어 중고차 시세 추이는 물론 교통사고 여부나 보험 수리 이력, 침수 여부, 리콜 내역 등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온라인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현대차·기아 신차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타던 차를 팔 수 있게 해주고 신차를 살 때 할인도 해줄 예정인데, 특히 기아는 '선구독 후구매' 프로그램을 통한 중고차 구독 상품 개발도 추진 중이다. 향후 중고차 사업을 통한 새로운 사업 개발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현대차·기아는 중고차 시장 점유율을 각각 ▲2024년 4월 현대차 2.9% 기아 2.1% ▲2025년 4월 현대차 4.1% 기아 2.9% 등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목표다.
한편 양사의 중고차 판매는 100% 온라인을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소비자가 온라인을 통해 인증 중고차를 구매하면 용인과 양산의 오프라인 센터에서 출하하는 형태다. 이에 따라 기존 온라인 중고차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던 케이카와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라는 게 업계의 보편적인 시각이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