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가 하반기에도 순항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밝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고유가 시대를 맞아 해양플랜트 발주가 늘어난데다 카타르 LNG선 2차 수주도 성공적으로 따낼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가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 카타르페트롤리엄(QP)과 올해 하반기 LNG(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 2차 물량에 대해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카타르 프로젝트는 오는 2027년까지 100척 이상의 LNG 운반선을 발주하는 사업으로, 이번 하반기 2차 프로젝트 발주 물량은 17만4000㎥급, 40여 척에 달한다.
이미 지난달 27일 한국조선해양의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이 카타르에너지와 LNG 운반선 17척 건조 계약 합의각서(MOA)를 체결했으며 업계에서는 사실상 공식 계약만 남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국내 조선 3사는 지난해 카타르 프로젝트 1차 물량에서 65척 가운데 54척을 확보한 바 있다. 당시 한화오션 19척, 삼성중공업 18척, HD한국조선해양 17척 순이었다. 통상적으로 1차와 비슷하게 2차 계약을 하는 만큼 남은 2사도 2차 계약 때 많은 물량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나타난 고유가 현상도 조선업계에 호재다. 유가가 상승하자 원유를 대체할 천연가스 수요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해양플랜트를 통해 원유를 뽑아내려는 수요도 커지고 있다.
해양플랜트는 바다에 매장된 석유나 가스 등을 탐사·시추·발굴 하는 장비인데, 원유생산과 저장설비(FPSO), 부유식 LNG 생산설비(FLNG), 부유식 원유생산설비(FPU), 원유 시추선(드릴십) 등이 있다. 통상적으로 일반 선박보다 가격이 5배 가량 비싸 적은 수주에도 큰 금액을 얻을 수 있는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본래 심해에서 원유를 퍼올릴 때 드는 비용은 육지에서보다 3배 이상 높은데, 유가 상승으로 해양 개발에서도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게 되면서 수요가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 7월 HD한국조선해양은 호주 우드사이드 에너지사와 총 1조5800억원 규모의 FPU 1기를 수주했다. 해당 장비는 길이 94m·너비 94m·높이 57m에 총 중량 4만4000여t 규모로, 하루에 10만배럴의 원유와 410만m³의 천연가스 생산이 가능하다.
삼성중공업도 지난 2014년 국제 유가 하락으로 오랜 기간 인도하지 못했던 드릴십을 최근 매각하는 데 성공하면서 큰 짐을 덜었다. 드릴십은 과거 고유가에 힘입어 전 세계적으로 발주가 이어졌으나 유가 하락 이후 선주사들이 인도를 거부하면서 악성 재고화됐다. 대당 유지보수 비용이 매년 100억원 가량인 탓에 재무구조 악화의 주범으로 꼽힌다.
한화오션도 대우조선해양 시절부터 짐으로 남아있던 드릴십 3척 중 2척을 미국 발라리스로부터 총 11억3000만 달러에 수주해 올해 하반기 인도할 예정이다. 남은 드릴십은 거제조선소에 남아있는 웨스트 리브라 1기로, 이 역시 향후 판매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8월간 원유를 비롯해 가스, 해상풍력 등과 연계된 해양플랜트에 투자된 금액은 모두 895억 달러(121조2000억원)로 파악됐다. 여기에 연말까지 최종투자결정(FID)이 예정된 금액은 1705억 달러(231조원)로, 지난 10년간 해양 프로젝트 투자액 가운데 최대 규모다.
원유 운반선 발주량 역시 같은 기간 총 41척(124만CGT)을 기록 중으로, 최근 10년 새 최대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