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김덕환 대표 “다른 나라 수수료 사정 알지 못한다”
백혜련 정무위원장 “애플, 한국 시장 중요하다면 행동으로 보여줘라”

11일 국회 정무위 무소속 양정숙 위원이 국감장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현대카드 김덕환 대표에게 애플페이의 과도한 수수료 체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모습. 국회방송 캡쳐.
11일 국회 정무위 무소속 양정숙 위원이 국감장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현대카드 김덕환 대표에게 애플페이의 과도한 수수료 체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모습. 국회방송 캡쳐.

11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애플코리아 마크 리 사장과 애플페이 운영사 현대카드 김덕환 대표가 나란히 증인석에 앉았다. 다른 나라와 달리 신형 아이폰 가격에 환율 변화가 반영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지적에 애플 측은 “한국 아이폰 가격은 다른 나라 대비 비싸지 않다”고 맞섰고, 애플페이 수수료 과다 문제에 대해 현대카드는 “수수료가 특별히 높지 않다”고 항변했다.

현대카드 영업총괄 김 대표와 애플코리아 마크리 대표는 정무위 소속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과 무소속 양정숙 의원, 백혜련 정무위원장 등으로부터 날선 질문 공세를 받았다.

먼저 윤 의원은 김 대표에게 “거래마다 0.15%의 수수료(Fee)를 내면 애플페이가 10% 페이시장 점유시 3400억원을 애플에 제공한다는 추정이 있다”며 “애플페이를 사용하지 않는 고객에게 수수료를 전가하며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김 대표는 “현대카드는 소비자의 편익과 신뢰를 기본으로 한다”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양 의원은 김 대표에게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서비스 수수료를 높게 책정함으로써 다른 후발주자 계약시에도 높은 수수료를 줄 수 밖에 없게 됐고, 영세 상인과 소비자에게 이 부담을 전가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독점적 서비스를 위해 협상력을 포기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김 대표는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서비스) 수수료는 특별히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우리도 (협상시) 최선을 다했고 다른 나라 수수료는 알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자 양 의원은 김 대표에게 수수료 부담을 고객들에게 전가하지 말 것을 재차 강조했다.

지난 3월 현대카드는 국내 카드사 최초로 애플과 손잡고 애플페이를 국내에 도입했는데 이 과정에서 서비스를 선점하기 위해 협상력을 낮춰 0.15%의 과도한 수수료를 지불한다는 논란에 휩싸여 왔다. 특히 중국내 애플페이 서비스 수수료가 한국의 5분의 1 수준인 0.03%대로 알려지면서 '서비스 도입에 급급해 현대카드가 과도한 수수료 지불에 합의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계속됐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한국에만 애플페이가 쓰이지 않는 것도 문제가 돼 도입을 허가하면서 대신 그 수수료를 영세가맹점이나 고객에게 전가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은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삼성페이 도입시 루프페이로부터 특허를 구매해 구형 단말기에서도 결제가 가능하도록 개발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며 “반면 현대카드는 2년 뒤 적격비용 산정시 애플페이 비용을 국민들이 떠안을 가능성이 있고, 애플페이 비용을 만회하려고 혜자카드(고객 혜택이 많은 카드) 축소 또는 현금서비스 금리 상향 등을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미 올해 상반기 12개의 카드를 단종했는데 이중 8개는 수익성 악화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11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장에서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마크 리 애플코리아 사장에게 신형 아이폰15의 가격이 한국만 비싼 이유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국회방송 캡쳐
11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장에서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마크 리 애플코리아 사장에게 신형 아이폰15의 가격이 한국만 비싼 이유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국회방송 캡쳐

현대카드에 앞서 애플코리아 마크 리 사장을 상대로도 질문이 쏟아졌다.

윤 의원이 "환율 변화를 반영하면 아이폰15가 아이폰14보다 최대 11.1%나 싼데 한국은 그렇지 않은 이유가 뭐냐"고 묻자 마크 리 사장은 “한국 아이폰 가격은 17개 출시국 중 4번째로 낮아 다른 나라보다 비싸지 않다”며 “단순히 환율 뿐 아니라 마케팅 환경, 유통구조 등을 반영한 것”이라고 응수했다. 다만 끝내 왜 다른 나라처럼 환율 변화를 반영해 할인하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또 아이폰15의 발열 문제 등 버그에 대해서도 애플코리아 측은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윤 의원이 “(아이폰15는) 게임 30분 하면 48도까지 올라간다는 데 국내 출시 상품은 문제가 해결됐냐”고 묻자, 마크 리 사장은 “이 문제는 이미 소프트웨어적으로 해결이 가능하고 애플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윤 의원은 “자동차 엔진이 고장났는데 소프트웨어적으로 일정 속도 이상 달리지 못하게 하고 고쳤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윤 의원이 “출입문에서 (휴대폰을 인식시키면) 문이 열리지 않고 애플페이가 먼저 구동되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자 마크 리 사장은 “아이폰을 사용자가 편리하게 이용하게 하기 위해 개발하다 보니 생긴 문제로 이미 기술적인 문제 해결책을 찾아 개발자들에게 솔루션을 제공한 상태”라고 답했다.

양 의원은 마크 리 대표에게 매출 규모 대비 적은 작년 법인세 503억원을 지적하며 일부러 영업이익을 줄여 법인세를 줄이려는 의도가 아닌지 따져 물었다.

마크리 대표는 “애플은 한국법을 존중하고 관련 법규를 성실히 따르고 있다”며 “다른 국가의 법인세 관련 사항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양 의원은 애플코리아가 과도한 인앱 결제수수료 문제로 조사를 받은 이후 수수료를 낮춘 것을 지적하며 기존에 징구한 수수료를 반환할 의사가 없는지 물었다.

이에 마크리 대표는 “변경전 수수료 체계는 글로벌 기준을 따른 것”이라며 “수수료 체계를 바꾼 이유는 불법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본업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라고 답했다.

지켜보던 백혜련 정무위원장은 “한국 시장이 (애플에게) 중요하다면 그만큼 행동으로 보여주길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11일 정무위 국감장에서 애플코리아 마크 리 사장에게 한국 시장이 중요하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촉구하는 백혜련 위원장. 국회방송 캡쳐
11일 정무위 국감장에서 애플코리아 마크 리 사장에게 한국 시장이 중요하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촉구하는 백혜련 위원장. 국회방송 캡쳐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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