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들어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슬하 3형제의 '위상'이 명확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그룹 경영 승계가 본궤도에 올랐다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특히 최근 삼남인 김동선 전무가 한화로보틱스를 맡으면서 핵심 사업 분배를 마친 모습으로 향후 승계 마무리에 이목이 쏠리고 있는 분위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이례적으로 빠른 연말 임원인사를 진행하면서 주목받았다.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의 부회장 승진은 진행되지 않은 가운데 각 사업에서 삼남을 뒷받침 해줄 젊은 인재들의 포진이 이뤄진 게 특징이다.
한화그룹의 인사에 이목이 쏠린 이유는 올해 들어 한화의 계열사 재편과 핵심 사업 분배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의 경영 승계는 사업 부문을 분할하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은 장남 김동관 부회장에게 그룹 모태 사업인 방산과 태양광을 중심으로 사업을 키워온 에너지·소재 부문을 맡기고,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에게는 금융을,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리조트 전략부문장(전무)에게는 호텔·유통 부문을 나눠줬다.
이 가운데 김승연 회장의 후계자로 향후 한화그룹을 이끌 차기 총수는 김동관 부회장이 유력하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장자의 정통성과 함께 부친의 타고난 승부사 기질과 혁신 DNA를 물려받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의 승계 속도도 빠르다. 사장에 오른 지 2년 만인 지난해 8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현재 지주사격인 ㈜한화 부회장 직책 외에도 한화솔루션 부회장,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겸임해 주요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화학기업이었던 한화솔루션을 태양광 사업 중심으로 체질개선에 나서 그룹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성장하도록 했다. 우주·방산 계열사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더해, 올해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진두지휘하면서 육·해·공 종합 방산 기업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 2010년 1월 한화그룹 회장실 직속 차장으로 입사한 뒤 ▲한화솔라원 기획실장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영업담당실장·전무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전무·부사장 ▲한화 전략부문 부문장, 한화솔루션 부사장 ▲한화솔루션 사장 등을 거치며 부회장 자리에 오른 지금 미래 먹거리 발굴·육성 등 그룹 전반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부터는 ㈜한화 이사회에 합류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해오고 있다.
차남 김동원 사장은 오래 전부터 금융 사업을 도맡아 왔다. 지난 2014년 한화 경영기획실 디지털팀 팀장으로 입사한 후 이듬해 한화생명으로 자리를 옮긴 뒤 지금까지 금융 디지털 혁신 사업을 추진해오고 았다.
지난 2월 사장 승진과 함께 최고글로벌책임자(CGO)로 선임돼 한화생명을 포함한 금융 계열사의 글로벌 사업도 모두 총괄하게 됐다. 관련 계열사는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한화자산운용 ▲한화투자증권 ▲한화저축은행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캐롯손해보험 등 7개로, 한화생명이 이들 금융 계열사 지배구조에서 최상단이다.
업계에서는 김 사장의 부회장 승진에 관심이 높다. 승계 마무리가 부회장 승진과 한화저축은행 처분에 따라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화저축은행은 금융 계열사 중 유일하게 한화생명의 지배를 받지 않고 모회사인 한화글로벌에셋의 지분 100%를 한화솔루션이 보유하고 있기 때뮨이다. 한화솔루션 경영을 김 부회장이 맡고 있기 때문에 향후 매각하거나 한화생명 아래로 계열사 편입을 시도해 궁극적으로 김 사장이 금융 사업 전반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막내인 삼남 김동선 전무도 사업을 확대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2020년 12월 한화에너지 글로벌전략담당 상무보로 재입사한 뒤 지난해 전격적으로 한화호텔&리조트 상무와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 신사업전략실장을 맡았다. 이후 지난해 10월 한화호텔&리조트 전무로 승진했고, 이어 11월에는 조직 개편으로 갤러리아 부문 전략본부장을 맡게 됐다.
여기서 갤러리아 부문은 지난 2월 인적 분할되면서 김 전무의 담당 사업이 본격적으로 홀로서기를 시작하게 됐다. 이후 한화갤러리아의 주요 먹거리 사업인 이베리코 상품 출시, 미국 3대 프랜차이즈 햄버거 브랜드로 알려진 '파이브가이즈' 국내 도입 등의 신사업 성과를 얻었다.
최근에는 그룹에서 미래 먹거리로 삼은 로봇 사업을 전담하게 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김 전무가 ㈜한화 모멘텀 부문의 자동화사업부 가운데 협동로봇, 무인운반차(AGV), 자율이동로봇(AMR) 사업을 분리해 신설된 로봇 전문기업 '한화로보틱스'의 전략기획부문 총괄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한화로보틱스 지분은 ㈜한화가 68%, 한화호텔&리조트가 32% 보유하는 형태다.
업계에서는 김 전무가 맡고 있는 유통 부문이 장남과 차남의 사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기 때문에 김 회장의 '막내 챙기기'로 해석되고 있다. 또 동시에 사업의 균등 분배로 승계 작업을 마무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장남 김 부회장의 지도 하에 한화솔루션의 신재생에너지 및 케미컬 부문은 지난해 매출 11조5000억원,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매출 6조5000억원, 영업이익 3753억원 규모의 실적을 올렸다. 차남 김 사장의 한화생명 역시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규모 33조7000억원으로 업계 2위에 올라있다.
다만 김 전무의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7360억원, 영업이익 39억원에 그쳤고, 김 전무가 전략본부장으로 있는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매출 5327억원, 영업이익 373억원 규모였다. 이에 그룹의 핵심 사업인 에너지·방산은 장남이, 금융은 차남이 맡고 있는 가운데 미래 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로봇사업을 막내에게 일임하면서 사업 규모를 맞췄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런 가운데 세 형제의 승계 관건은 그룹 내 지배구조 정점인 ㈜한화의 지분 확보가 중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그룹의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 기준 김 부회장(4.91%), 김 사장(2.14%), 김 전무(2.14%)가 보유한 지분은 총 9.19%로, 지배력이 아직은 미미한 편이다. 때문에 최대주주인 김 회장(22.65%)의 지분을 누가 얼마나 가져가느냐가 최대 관심사로 꼽히고 있다.
다만 그룹의 2대 주주인 한화에너지(9.70%)는 가족회사로, 세 형제가 각각 순서대로 50%, 25%, 25%씩 지분 전량을 보유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