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 의혹으로 위기를 맞았다. 카카오 '2인자'로 꼽히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의 구속에 이어 창업자인 김범수 전 이사회 의장까지 금융당국 조사를 받을 정도다.
김 전 의장은 23일 카카오의 SM엔터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했다. 김 전 의장은 "주가조작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시세조종 관련 혐의에 대해 사전에 보고받은 적 있냐',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말이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등의 질문에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SM엔터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김 전 의장이 어디까지 개입했는지에 대해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금감원 특사경은 배 대표 등 3명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19일 "증거인멸 및 도망 염려가 있다"며 배 대표에 대해 영장을 발부했다. 특사경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월 SM엔터 경영권 인수전 상대방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억원을 투입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끌어올린 혐의를 받는다.
이날 조사로 금융당국의 수사는 김 전 의장을 포함한 카카오 최고 경영진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이브와 카카오가 올해 초에 SM엔터 인수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하이브는 비정상적인 매입행위가 발생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특사경은 지난 4월 카카오와 SM엔터에 이어 8월 김 전 의장의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만약 김 전 의장이나 카카오 법인이 시세조종 논란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 카카오뱅크의 최대 주주 자격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
산업 자본인 카카오가 금융사인 카카오뱅크 지분 10%를 초과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근 5년간 자본시장법 등 금융관련법령에 따라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최대 주주로 지분 27.17%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가 벌금형 이상의 유죄판결을 받게 되면 17%가 넘는 카카오뱅크의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이 경우 카카오뱅크 대주주 지위는 2대 주주인 한국투자증권에게 넘어가게 된다.
반면 카카오 대신 김 전 의장이 유죄판결을 받게 되면 법적 해석이 추가로 필요할 전망이다. 김 전 의장은 카카오 지분 13.27%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나 카카오뱅크 지분은 1주도 보유하지 않고 있다. 다만 대표나 관련자가 법률 위반을 한 경우 법인도 함께 처벌받는 '양벌규정'이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카카오 변호인단은 "SM엔터 경영권 인수 경쟁 과정에서 지분확보를 위한 합법적인 장내 주식 매수였고 시세 조종을 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게다가 카카오의 SM엔터 인수 절차도 완전히 마무리된 상황도 아니다. 공정위는 지난 4월 말부터 카카오와 SM엔터와 기업결합을 심사하고 있어 시세조종 의혹 논란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한편 카카오는 이번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여러 논란에 대해 해명에 나선다. 국회에 따르면 오는 27일 열릴 중소벤처기업부 종합감사에 홍은택 카카오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닥터다이어리 스마트스코어 화물맨 등 스타트업은 카카오 자회사들이 자사의 기술을 탈취했다고 주장해 왔다. 국회도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카카오의 스타트업 기술탈취 의혹을 따지기로 했다. 당초 김 전 의장도 증인 명단에 포함됐으나 여야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홍 대표가 대신 증인으로 채택됐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