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이마트 등 유통업체가 계열사 통합 구매(소싱) 등 통합 상품기획(MD)을 구축하고 있다. 고물가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의 강점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어 통합 운영으로 제품 가격은 낮추고 품질은 높여 매출을 향상시키겠다는 목표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와 롯데슈퍼, 세븐일레븐은 다음달 2일 공동 기획 상품을 출시한다. 아이스크림 전문점 배스킨라빈스의 인기 제품 '초코나무 숲'과 '자모카 아몬드 훠지'를 컵 커피로 구현한 제품이다. '초코나무 숲 밀키 드링크'는 초콜릿맛과 말차 맛을 살린 말차초코라떼, '자모카 아몬드 훠지 밀키 드링크'는 모카라떼다.
롯데 3사 공동 기획 제품 출시 이전까지는 롯데마트와 롯데수퍼 간 통합 소싱이 이뤄졌다.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가 슈퍼 부문을 겸임하면서 MD부문을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해 매출총이익률(GPM)이 전년 대비 2%포인트(p) 개선됐다. 마트와 슈퍼의 통합운영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확보하고 상품 코드 통합 등 원가 절감 및 품질, 가격 경쟁력이 강화됐다.
나아가 롯데는 이번에는 편의점을 포함한 3사 통합 소싱 전략을 펼쳤다. 이는 편의점의 시장 위상이 높아졌고 젊은 소비자에 맞춘 빠른 트렌드 대응으로 시너지를 크게 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마트·슈퍼·편의점 공동 기획 상품은 제품 개발부터 공동 소싱까지 이뤄졌다. 3사는 각각 판매 데이터를 종합해 대용량 컵 커피 수요가 늘고 있고 프랜차이즈 브랜드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점을 분석했다. 이에 배스킨라빈스와 협업을 결정하고 3사 상품기획자들이 31개 아이스크림 중 커피로 만들었을 때 경쟁력이 있을 맛을 골라냈다.
3사 공동 소싱을 통해 원가 경쟁력도 높였다. 이번에 출시되는 제품은 롯데마트에서 기존에 판매되던 컵 커피류의 100ml당 평균 판매가격보다 5%가량 저렴하다.
이러한 롯데의 변화에 '유통 맞수' 신세계도 자극을 받은 모습이다. 신세계 이마트는 지난 9월 한채양 신임 대표에게 이마트를 비롯해 기업형 슈퍼마켓(SSM) 이마트에브리데이, 편의점 이마트24 총괄 대표직을 맡겼다. 동시에 3사의 상품본부장을 황운기 전무(이마트 상품본부장)가 맡게 됐다. 이에 3사의 합병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으나 당장은 이마트 3사의 통합 MD전략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동시에 이마트는 자체브랜드인 노브랜드와 피코크 사업부를 합쳐 'PL/글로벌사업부'를 신설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자체브랜드부터 통합해 운영하는 방향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통합 소싱 전략이 자리를 잡으면 장기적으로 상품 매입 과정에서 협상력이 높아져 가격 경쟁력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이마트가 통합 MD 전략을 추진한다면 롯데마트와 같이 영업이익 개선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마트와 에브리데이, 이마트24의 단순 합산 매출액이 20조원에 육박해 GPM이 1%포인트(p)만 개선돼도 약 2000억원의 이익 개선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며 "통합 MD 소싱에 대한 전략이 구체화할 경우 실적 전망치와 목표주가를 변경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