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플랫폼 혁신'을 이끌었던 카카오가 흔들리고 있다. 문어발 확장으로 인한 골목상권 침범, 해외 진출 없이 국내에만 머무르는 서비스 등으로 혁신 DNA를 잃었다는 이야기마저 들려온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평가받았던 카카오를 분석하면서 현 문제점을 어떻게 돌파해야 할지를 살펴본다.

국내 IT 생태계를 이끌어온 카카오가 총체적인 난국에 빠졌다. 사진은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연합뉴스
국내 IT 생태계를 이끌어온 카카오가 총체적인 난국에 빠졌다. 사진은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연합뉴스

네이버와 함께 국내 IT 생태계를 이끌어온 카카오가 총체적인 난국에 빠졌다. 수년 전부터 논란된 소상공인 골목상권 침범 논란부터 시작해 '2인자'로 꼽히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마저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주가 시세 조종 논란으로 구속될 정도다. 여기에 창업주인 김범수(57)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마저 금융당국 조사를 받으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카카오의 시작점은 '혁신'이다. NHN 대표를 맡았던 김 센터장은 2010년 3월 '국민 모바일 메신저'로 떠오르게 될 카카오톡을 출시했다. 카카오톡은 출시 1년 만에 가입자 수 1000만명을 돌파했고 2012년에는 가입자 5000만명을 돌파했다. 

카카오톡은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 시대에 맞춰 무료로 문자 메시지를 제공하는 혁신을 선보였다. 스마트폰 시대 이전인 피처폰 시대까지만 하더라도 휴대전화를 활용한 인터넷 서비스는 너무나 느렸고 문자는 유료 서비스였다. 그러나 카카오톡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세이클럽, 버디버디 등을 통한 PC 메시지와 유료 메시지 서비스의 시대는 저물게 됐다. 당시 카카오톡을 사용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구입한다는 이야기마저 나올 정도였다. 

다만 카카오톡은 혁신적인 서비스로 막대한 고객을 끌어모았지만 큰 문제에 부딪쳤다. 카카오톡 서비스를 위해 쓰이는 비용을 감당하기에 사업 모델이 뚜렷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카카오톡 기반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였다. 모바일 시장 최강 서비스인 카카오에 기반해 선물하기·쇼핑하기 서비스인 '카카오커머스', 스마트폰 게임에 소셜네트워킹을 결합한 '카카오게임', B2B 서비스 '카카오톡채널', 간편결제 서비스 '카카오페이', '뉴스채널' 등이 그렇게 탄생됐다. 

카카오톡에 기반한 서비스가 우후죽순으로 출시되면서 카카오는 높은 실적과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 카카오의 캐릭터 비즈니스 사업인 '카카오프렌즈'도 카카오톡을 통한 홍보활동이 뒷받침되면서 카카오에 대한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됐다. 

성장을 거듭하던 카카오에게 2014년은 기념비적인 해다. 2010년부터 사업을 본격화한 스타트업인 카카오가 대형포털 '다음'과 합병한 것이다. 카카오와 다음의 합병은 사실상 카카오가 다음을 통해 우회 상장한 효과를 냈다. 합병과 함께 카카오와 다음 간 중복되는 서비스인 음악, 지도 등 서비스가 합쳐졌다. 

이후에는 인터넷 은행 '카카오뱅크'가 2015년에 출범하면서 IT·산업 자본인 카카오는 금융사까지 보유하게 됐다. 2015년부터는 카카오톡에 기반하지 않은 다른 서비스도 선보였다.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카카오 택시로도 잘 알려진 '카카오T'다. 택시 서비스는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낮은 서비스 만족도로 논란이 됐던 업종이다. 카카오가 택시 배차 서비스와 가맹 서비스, 택시 운전자 정보 공유를 시작하면서 택시 업계에 대한 투명성이 향상될 수 있었다. 다만 카카오의 사업 전략인 낮은 수수료를 내세워 업계를 장악하고 독점적인 지위를 활용해 플랫폼 수수료와 이용가격을 인상하는 방식도 동시에 나타났다. 

여기에 플랫폼 사업에서 벗어나 헤어숍, 꽃·간식 배달, 골프, 대리운전, 연예기획, 가상자산 등 내수 시장에 의존하는 업종에 진출했다. 이때부터 카카오라는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침범한다는 비판 여론이 서서히 형성됐으나 아직까지는 거세지는 않았다.

이후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는 카카오에게 기회가 됐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표되는 방역이 강화되면서 다수의 소비자들은 외출이 어려워졌다. 이에 비대면 서비스를 영위하는 서비스 시장이 크게 확대됐다. 카카오가 제공하는 커머스 사업을 비롯해 웹툰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크게 확대되면서 카카오의 확장성이 집중 조명됐다. '국민 주식'이라는 명성을 얻을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카카오는 코스피 시가총액 10위권에 안착하기도 했다.

카카오T블루 택시. 연합뉴스
카카오T블루 택시. 연합뉴스

 

그러나 2021년에 들어서면서 카카오를 둘러싼 논란이 집중적으로 터졌다. 먼저 논란이 된 것은 '문어발식 확장'이다. 확장을 거듭한 카카오는 계열사만 167곳(2023년 6월 기준)을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의 계열사가 콘텐츠 제작사와 스타트업 등 소규모 기업이라는 한계점은 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지나칠 정도로 계열사 숫자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수많은 계열사들이 자체적인 서비스를 내놓기보다는 스타트업의 서비스 복제와 내수시장에만 집중된 서비스를 운영한다는 한계점을 보인다. 여기에 '혁신 서비스'로 평가받았던 카카오모빌리티도 논란이 거듭됐다. 공정위는 카카오T가 가맹점 택시를 위주로 콜 서비스를 몰아주고 있다고 보고 과징금 257억원(잠정)을 부과했다. 

또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사 이중 계약에 의한 매출 부풀리기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자회사인 케이엠솔루션을 통해 가맹 택시 운행 매출의 20%를 로열티(가맹금) 명목으로 받는다. 대신 가맹 회원사 중 업무제휴 계약을 맺은 사업자가 차량 운행 데이터를 제공하고 광고·마케팅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제휴 비용을 지급하는 이중구조 계약방식을 운영 중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주가 조작으로 경영진 구속 기소까지 이뤄졌다. 카카오의 SM엔터 시세조종 논란으로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지난달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 투자전략실장 강모 씨,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분장 이모 씨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영진이 위법행위를 저질렀을 때 법인도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따라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검찰에 넘겨졌다.

특사경에 따르면 배 투자총괄대표 등은 지난 2월 SM엔터 경영권 인수전 경쟁 상대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2400여억원을 투입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끌어올린 혐의를 받는다. 여기에 특사경이 추가 피의자에 대한 추가 송치도 예고하면서 관련 혐의로 소환 조사를 받은 김 센터장도 사법처리될 위기에 놓였다.

2010년부터 혁신적인 서비스를 거듭해온 카카오가 문어발식 확장과 주가 조작 등으로 이미지가 추락한 실정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카카오톡을 처음으로 선보였을 때만 하더라도 IT 혁신의 아이콘으로 평가받았지만 최근에는 집중적으로 포화를 맞고 있다"면서 "과거 대기업들이 논란을 야기했던 문어발 확장, 분식회계, 자회사 일감몰아주기 등의 구태를 카카오가 따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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