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임기 만료
업에 대한 이해 위에 정부와 소통 능력 좋은 CEO 선호
고금리 장기화로 금융업계가 풍랑을 맞고 있다. 변화와 혁신의 바람 속에 리더의 교체 바람이 부는가 하면 안정화를 위해 CEO 유임 카드가 나오기도 한다. 각 금융업권별 당면한 현실과 CEO들의 연임 가능성을 점쳐본다. <편집자 주>
연말 개별 금융회사의 인사와 맞물려 각 업권별 협회장 자리에 누가 앉게될 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재 올해 임기를 시작한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과 작년 10월 자리에 오른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을 제외하고, 이달 말 임기를 종료하는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자리와 양대 보험협회장 자리가 다음 달 새로운 주인을 맞게 된다.
각 협회장 자리는 주요 금융사 CEO에 못지 않은 연봉과 사업추진비 등은 차치하더라도, 금융권에서 오랜 경력을 가진 내로라하는 CEO들이 봉사하는 마음으로 업계를 위해 일할 수 있는 명예직으로 선호된다. 누구보다 업계의 숙원 사업을 잘 아는 입장에서 금융당국과 교감하며 업계 발전에 이바지해 커리어를 마칠 수 있는 마지막 종착역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마음과 실력만으로 되지 않는 것이 협회장 자리다. 회원사로 있는 금융회사들을 위한 이익단체인 만큼 회원사의 이익을 잘 대변할 수 있는 실력, 당국에 의사를 잘 전할 수 있는 네트워크 등을 보유해야 인정받을 수 있다. 자칫 당국의 명령만 하달하고 업계 이익을 지키지 못하는 ‘꼭두각시’라는 오명을 쓰기 쉽다. 지금처럼 대통령부터 금융당국 수장들이 한 목소리로 금융의 기득권에 대해 성토하는 분위기에선 더욱 그렇다.
임기가 임박한 은행연합회 차기 회장 후보는 오는 16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서 결정된다. 이날 김광수 현 은행연합회장과 11개 회원사 은행장이 머리를 맞댄 결과 선정된 후보가 23개 정회원사가 참여하는 사원총회 의결을 거쳐 선임된다.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원안대로 통과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16일 결정된다고 보면 된다.
지난 10일 회추위가 6명의 후보군을 발표했지만 KB금융 윤종규 회장이 고사의 뜻을 밝혀, 현재는 박진회(전 한국씨티은행장), 손병환(전 NH금융지주 회장), 임영록(전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조준희(전 IBK기업은행장) 등 5명으로 좁혀진 상태다.
한 은행권 고위관계자는 “누가 되더라도 능력 면에서 부족함이 없지만 개별 회사를 이끄는 일이 아닌 만큼 다른 현직 은행장들과의 교감이 중요한데 그런 관점에서 최근까지 현직에 계셨던 분들이 선호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이번에 선임되는 회장은 이번 정부 끝까지 함께 할 사람이고 최근 은행권을 바라보는 정부 시각이 따가운 만큼 현 상황을 당국과 잘 조율할 수 있는 조정 기능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관점에서 현 은행연합회장인 김광수 회장의 이력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권에서 선임된 김 회장은 전남 보성 출신으로 호남 명문인 광주일고 출신이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행시 27회를 거쳤다. 재경부에서 요직을 거치고 금융정보분석원장과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지내다 임기도 채 마치기 전에 2020년 12월 협회장에 올랐다.
4대금융지주와 경쟁의 각도가 다른 곳에서 회장을 지냈고, 관료로서 또 유관 기관장으로서의 경험, 출신지역 등 모든 면에서 잡음이 없는 천거였던 셈이다.
현직에서의 감각을 생각하면 작년 말까지 자리를 지켰던 조용병, 손병환 두 회장이 유리하다. 박진회 전 씨티은행장은 자리에서 물러난 지 3년이 지났고, 임영록 회장은 8년, 조준희 행장은 10년이라는 공백이 있다.
출신 지역으로 보면 조용병 회장이 대전고를 나왔지만 출생지는 경남 함안이다. 진주고를 나온 손병환 회장은 진주 출신이다. 박진회 전 행장은 경기고를 나왔지만 전남 강진 출신이다. 역시 경기고를 나온 임영록 전 회장은 강원도 영월 출신이다. 조준희 전 행장은 상주 출신으로 상주고를 나왔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조준희 전 행장이 IBK기업은행이라는 정책금융기관 출신에 현 정부 대선캠프에서 활동한 이력, 행시 20회 출신인 임 전 회장이 행시 선배로서 금융당국과 교감이 편할 거라는 기대, 현 상황에 대한 이해가 높은 조용병 회장 등 각자가 가진 장점이 뚜렷해 함부로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도 산적한 이슈가 많은 가운데 새로운 회장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연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전 정부에서 선임된 회장들이 바뀔 가능성에 좀더 무게가 실린다.
생보협회는 지난 13일 회추위를 열어 후보 선임 절차를 논의했고, 남은 일정상 손보협회도 조만간 회추위를 열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은행권을 넘어 보험업계에도 상생 논의가 불거지는가 하면, 자동차보험료 인하, 실손보험관련 이슈 등 숙제가 산적해 업에 대한 이해와 정부와의 친화적 소통 능력이 모두 요구되는 상황이다.
그런 관점에서 생보협회장에 성대규 신한라이프 의장이 먼저 거론된다.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의 통합 보험사인 신한라이프 대표를 지냈고 금융지주 문화를 경험한 데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금융위 요직을 거친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그런 배경에도 신한라이프 대표 시절 회사의 변화를 알리기 위해 보라색 정장을 입는 등 쇼맨십도 불사하는 거침없는 성격의 소유자다.
임승태 KDB생명 대표도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재경부, 금융위를 거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까지 역임한 관 경력이 눈에 띈다. 무엇보다 현 정부 대선 캠프 경제특보 경력은 강점이다.
한 보험사 임원은 “3년 정도 되는 임기에 무언가 큰 것을 바꿀 수 있다는 기대는 어불성설”이라며, “보험업계가 구조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당국과 오해없이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능력 하나만 제대로 갖춰도 큰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국회의원 출신인 김용태 한국보험대리점협회장, 민병두 보험연수원장, 행시 출신으로 윤 대통령 경제고문 역할인 윤진식 전 의원 등도 다크호스다.
손보협회장 자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유광열 SGI서울보증 사장, 이병래 공인회계사회 부회장, 허경욱 전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이 인구에 회자된다. 이들 모두 행정고시 출신이다. 유 사장은 기재부와 금융위를, 허 차관은 재경부와 IMF에서, 이 부회장은 재무부, 금유위에서 경력을 쌓고 금융정보분석원장,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을 거쳤다.
임기를 마치는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은 전 정권에서 회장에 올랐지만 새누리당 국회의원 출신이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역시 임기를 마치는 정지원 손해보헙협회장은 행시 출신으로 금융감독위원회에선 은행과장, 한국증권금융 대표,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거쳐 손보협회장까지 지내 모든 금융업권을 거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