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5개사 중 4개사 최대실적 달성
FSC, 화물사업 수익성 악화에 '타격'
항공업계 3분기 실적이 일제히 발표된 가운데 대형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 간에 또 화물사업이 희비를 갈랐다. 지난 2분기에도 화물사업이 발목을 잡으면서 실적이 크게 상승하지 못했던 FSC에 비해 LCC는 중·단거리 노선 여객 수요 회복으로 날아올랐다.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5개 LCC 중 4곳이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반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FSC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줄어드는 등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먼저 에어서울은 올해 3분기 매출 758억원, 영업이익 178억원, 당기순이익 91억원을 기록해 3분기 기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티웨이항공도 매출 3451억원, 영업이익 346억원으로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특히 매출은 에어서울이 전년 동기 대비 428%, 티웨이항공은 118% 늘었다.
제주항공과 에어부산 역시 각각 매출 4368억원, 2305억원과 영업이익 444억원, 432억5700만원을 기록하며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5.5%, 95.83% 늘어난 규모다.
진에어도 올해 3분기 매출 3225억원, 영업이익 326억원을 달성하며 4개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5% 늘었다.
영업이익률 역시 LCC들이 앞섰다. 에어서울은 영업이익률 23.5%로 국내 항공업계 1위를 기록했고 2위는 에어부산(18.8%)이었다. 이어 대한항공(13.5%), 제주항공(10.2%) 순이었고, 아시아나항공은 7.3%로 7개 항공사 중 가장 낮았다.
LCC사들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이유로는 여름휴가와 추석 등 연휴 기간동안 일본, 동남아 등으로 떠나는 중·단거리 노선 수요가 많았던 점이 꼽힌다. 고유가와 고환율 여파로 여객 수요 급감 우려가 나오기도 했으나 LCC들이 노선 확대, 할인 프로모션 전개 등을 통해 탑승률을 높인 것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주항공은 측은 “선제적인 재운항과 신규 취항을 통한 노선 다변화로 펜트업(억눌렸던 소비가 늘어나는 현상) 수요를 흡수한 결과 최대 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LCC는 고환율·고유가 상황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대비 높은 수준의 이익을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4분기에도 특히 일본 관광객 숫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LCC사들의 실적 상승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비행기 운항 편수(화물 포함)와 여객 수는 각각 1만13편, 185만9943명으로 올해 들어 가장 많았다. 지난 1월(7661편, 130만9281명) 대비 각각 30.7%, 42% 오른 수치다. 엔저 현상이 지속돼 한국인 출국 수요가 꾸준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FSC사들은 2분기에 이어 3분기도 주춤했다. 대한항공은 올해 3분기 매출 3조8638억원, 영업이익이 5203억원을 기록했는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8392억원) 38%나 감소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올해 3분기 매출은 1조7250억원이었으나 영업이익이 1266억원에 그치며 전년 동기(2293억원) 대비 44.8%나 줄었다. 엔데믹으로 여객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역행한 모습이다.
이를 두고 화물사업의 부진과 유류비 및 고정비용(공항관련비 등)이 늘어났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먼저 FSC는 LCC에 비해 장거리 노선이 많아 기름을 많이 쓸 수밖에 없어 유류비에 영향을 더 받는다. 실제로 올해 3분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유류비 지출은 각각 1조1696억원, 5489억원에 달했다. 제주항공(1358억원), 티웨이항공(1129억원) 등과 비교했을 때 4.8배~10배 가량 많다.
공항관련비 등 고정비용도 역시 증가했다. 공항관련비는 공항이용료, 조업비, 착륙료 등 공항 이용과 관련한 비용을 말하는데 대한항공 3분기 고정비용은 1조9685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7896억원) 보다 증가했고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도 6562억원에서 6694억원으로 늘었다.
여기에 화물사업 수익성 하락이 발목을 크게 잡은 모습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3분기 화물사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1%나 감소한 9153억원을 기록했고 아시아나항공도 화물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7.7% 감소한 3557억원에 그쳤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국제선 여객기 운항이 증가한 만큼 공급이 늘어나 시장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항공 화물 수요가 줄어들며 실적이 하락세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3분기는 여름휴가 시즌 영향으로 화물 수요가 감소한 상황에서 중국노선 회복 및 여객 성수기로 화물 공급은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국제 항공화물 공급과 수송은 전년 대비 각각 12%, 1% 증가했다. 여객기 운항 회복에 따른 벨리카고(여객기 빈 공간을 활용한 화물운송) 공급 증가로 화물 공급은 빠르게 증가했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 기업 체감경기 악화 등으로 화물 수요는 약세를 보인 것이다.
다만 여객수요가 늘고 있고 항공권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다 화물운임도 상승세를 보여 FSC의 4분기 실적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급 제약으로 국제선 운임 강세가 지속되고 있고 화물도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4분기부터 운임이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가자지구사태에도 불구하고 유가 및 환율이 안정적 흐름을 유지하고 4분기 항공화물 운임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며 “국제 여객 수요의 견조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어 4분기에도 기존 예상 대비 실적이 양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