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오프라인 사업의 대대적인 변화에 나설 전망이다. 이 가운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그룹의 컨트롤 타워격인 경영전략실의 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과거 일해 온 방식을 질타하고 동시에 변화와 혁신을 주문해 관심이 모아졌다.
23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지난 20일 경영전략실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스스로는 변화하지 않고 변화를 요구만 한다면 그 뒤를 따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 말했다.
이와 함께 경영전략실부터 시작해 그룹 전체가 고강도 쇄신을 통해 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경영전략실이 각 계열사를 통제하고 군림하는 조직이 아니라 그룹 내에서 ‘가장 많이 연구하고 가장 많이 일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지난 9월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성과 총력 체제를 구축하면서 대표이사 40%를 교체하는 물갈이 인사를 진행했다. 올해 정기 임원 인사는 예년보다 한 달여 앞당겨 이뤄졌다.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이 실적 악화에 시달리면서 조직 긴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 과정에서 외부 영입인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물러났고 퇴임했다가 2021년 인사 때 백화점 수장으로 복귀한 손영식 대표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두 인물 모두 정 부회장의 신임을 크게 얻었다.
그러나 이번 인사에서 정 부회장의 신임을 받는 인물들이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동시에 이명희 회장 직속인 그룹 전략실 출신이 대신 자리를 채웠다. 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3사 대표를 겸직하게 된 한채양 대표와 신세계백화점·센트럴시티 수장을 맡게 된 박주형 대표가 대표적인 그룹 전략실 출신이다.
이후 신세계그룹은 지난 17일 기존 전략실을 경영전략실로 확대 개편했다. 경영전략실은 그룹 최고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안정적으로 보좌하는 본연의 임무를 강화해 나가는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계열사별 사업을 조정하고 통합해 그룹의 미래 성장을 이끌어나가는 데 방점을 두고 홍보 등 일부 기능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추가해 계열사에 대한 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신임 경영전략실장에는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가 임명됐다. 전략실 수장 교체는 8년 만으로 임 대표는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도 겸임한다.
성과 총력 체제를 구축하고 이어 경영전략실을 강화했다. 이러한 경영전략실 회의에서 정 부회장은 경영전략실이 과거 일해 온 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강하게 질책한 상황이다.
정 부회장은 경영전략실이 그룹의 최종적인 의사 결정을 담당하는 조직인만큼 책임도 무겁게 져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업무에 임해야 한다는 점도 당부했다. 조직 운영과 의사 결정은 가장 합리적이고 명확한 방식으로 이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사람이 아닌 시스템을 바탕으로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조직 구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정 부회장은 경영전략실이 예측가능한 경영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룹을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고 각 계열사가 갖고 있는 잠재적인 리스크 요인도 사전에 파악해서 대비해야 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각 계열사 차원에서 인지하기 어려운 그룹 안팎의 복합적 위기 요인에 대해서는 적절한 해법을 제시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경영전략실이 계열사들의 안정적인 성장을 견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경영전략실을 필두로 신세계그룹 전체가 강도 높은 쇄신에 나설 필요성도 피력했다.
그룹 안팎에서는 정 부회장이 내부 긴장감 강화와 함께 '오프라인 본업 경쟁력 회복'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정 부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오프라인조차 잘하는 온라인 회사’를 언급하며 온라인 분야 확장에 중점을 뒀다. 그러나 최근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이제 신세계는 쿠팡의 모델을 무작정 따라가기보다는 오프라인 경쟁력 확충이 먼저라는 메시지를 그룹 안팎에 던졌다.
신세계의 오프라인 확장 전략은 최근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지난 9월 임원 인사를 통해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대표직도 겸임하게 됐다. 한 대표는 최근 열린 이마트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한동안 중단한 신규 점포 출점을 재개하겠다"고 선언하며 오프라인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온라인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지마켓 등을 인수했다면 이제는 오프라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매장 매각 등은 멈추고 신규 출점 전략을 다시 꾸린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경영전략실을 최고경영진의 의사결정을 보좌하면서 경영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강력한 조직으로 성장시킬 것”이라며 “기능 중심의 조직 효율화를 통해 실무 기능은 과감하게 현업으로 이관하고 각 사별 사업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그룹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해 그룹의 미래 지속 성장을 이끄는 조직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