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군 급성장 이어 바이오 부문 집중 투자
후계자 신유열, 화학 이어 바이오 사업 맡아
롯데가 그룹의 중심축을 유통에서 화학(케미칼)으로 옮겼다. 이어 바이오 부문에 대한 집중 투자와 함께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전무가 롯데바이오로직스(롯데바이오)의 경영에 직접 참여하면서 매출처 다변화를 통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8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지난 6일 인사를 통해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다. 또 롯데그룹은 롯데지주 산하에 글로벌 및 신사업을 전담하는 미래성장실을 신설해 바이오·헬스케어 등 신사업 관리와 제2의 성장 엔진 발굴에 나선다.
신임 미래성장실장은 이번에 승진하게 된 신 전무가 맡는다. 신 전무는 다양한 글로벌 투자 경험을 토대로 그룹 중장기 비전과 신성장 동력 발굴, 미래 신사업 확대의 중책을 수행할 예정이다.
신 전무가 그룹의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는 미래성장실을 이끌게 된 것은 이색적인 사안은 아니다. 다만 신 전무가 이번에 계열사인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전략실장도 겸직하면서 직접 경영에 참여하게 됐다는 점을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후계자인 신 전무가 롯데바이오에 배치된 것을 두고 롯데그룹이 바이오 부문을 핵심적인 미래 먹거리로 집중 육성하려는 목표를 세운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앞서 업계에서는 신 전문가 이번 인사에서 그룹의 근간인 유통군으로 배치될 것이란 전망이 일반적이었다. 신 회장이 유통 부문과 관련한 행사에 참여할 때마다 신 전무와 동행하는 사례가 늘어난 점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더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신 전무는 유통 부문 배치가 아닌 그룹의 미래먹거리 확보 임무를 맡게 됐다. 그만큼 신 회장과 롯데그룹이 롯데바이오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미 롯데그룹은 롯데바이오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5월 미국 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와 미국 시러큐스에 위치한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을 1억 6000만달러(약 2200억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이 공장은 연 3만 5000리터 규모의 항체의약품 원료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추가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에 약 3조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바이오의약품 공장 3개를 설립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바이오 의약품 생산능력을 대거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그룹의 막대한 투자를 통해 글로벌 CDMO 수위권의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이에 자극받은 롯데도 롯데바이오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이러한 투자는 신 회장이 화학 부분을 집중 육성해온 모습과도 유사하다.
롯데지주가 발표한 ‘2022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액은 84조80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화학군이 차지하는 비중은 33.8%(28조 6594억원)로 25.5%의 유통군(21조 6606억원)를 앞질렀다. 화학군은 2021년 유통군 매출을 앞질렀고 2년 연속 기록이다.
신 회장이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 출신이라는 점에서 화학군의 투자는 이례적이지 않아 보인다. 그는 1990년 호남석유화학으로 경영수업을 시작했고 롯데 창립 이래 최대 규모로 꼽히는 삼성그룹 화학부문(삼성SDI 케미칼사업부·삼성정밀화학·삼성BP화학)의 인수·합병을 주도했다.
지난 3월에는 화학군 확대를 위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2조 7000억원을 투자했다. 일진머티리얼즈가 생산하는 동박은 전기차 배터리의 필수 소재다. 이같은 '통 큰' 배팅으로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를 비롯해 롯데정밀화학, 롯데건설, 현대케미칼, 여수페트로 등을 자회사로 확대 성장했다.
특히 2030년까지 롯데가 화학과 바이오 사업군에 쏟아붓는 돈만 약 18조원에 이른다. 그 중에서도 수소 6조원, 배터리 7조원, 친환경 플라스틱 1조원 등 화학 사업군에만 총 14조원이 투입된다.
신 회장도 화학을 비롯해 바이오 등 신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며 유통 부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내수 시장 내 유통 부문의 성장세가 꺾인 상황에서 유통에만 매달려서는 그룹의 성장세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의 뉴롯데 전략이 더욱 본격화되고 있다”면서 “화학에 이어 바이오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면서 유통 부문에 대한 투자비중은 서서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