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약·바이오 업계 기술수출 규모가 공개되지 않은 계약 건을 제외하고서도 약 8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뉴스
올해 제약·바이오 업계 기술수출 규모가 공개되지 않은 계약 건을 제외하고서도 약 8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뉴스

올해 바이오 분야 투자 급감으로 위기를 겪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기술수출 분야에서는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해 제약·바이오 업계 기술수출 규모는 공개되지 않은 계약 건을 제외하고서도 약 8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비공개 계약 건으로 인해 정확한 계산은 어렵지만 공개된 계약 건을 기준으로 하면 추산된 전년 성과 규모(6조3000억원)보다 1조5000억원 이상 늘어난 규모다.

계약 건수도 16건에서 21건으로 전년 대비 증가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세계적 제약사와 맺은 2건의 계약이다.

종근당은 지난달 6일 스위스 소재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에 희귀난치성 유전병인 샤르코-마리-투스병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CKD-510을 기술이전 하는 1조7302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CKD-510은 다양한 염증성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효소를 억제하는 물질이다.

계열사 종근당바이오가 지난해 중국 큐티아테라퓨틱스에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기술 수출한 것을 제외하면 최근 5년 넘게 종근당의 기술수출 소식이 없었기에 큰 주목을 받았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도 지난 26일 세계적 제약사 존슨앤드존슨의 자회사 얀센에 항체-약물 접합체(ADC) 후보물질 'LCB84'를 기술수출 하기로 하면서 2조24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게 됐다. LCB84는 삼중음성유방암, 대장암 등 고형암 대상 ADC 치료제 후보물질로, 암세포에 특이하게 발현되는 'Trop2'라는 항원을 치료 목표로 삼고 있다.

이 외에도 눈에 띄는 성과가 많았다. 대웅제약은 올해 4건으로 가장 많은 기술수출 계약 성과를 올렸다. 먼저 1월 영국 제약사 CS파마슈티컬스와 4130억원 규모의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베르시포로신'(DWN12088)의 기술수출 계약을 알렸다. 이어 2월에는 1100억원 규모의 브라질 제약사 목샤8에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정'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4월에는 미국 제약사 비탈리바이오와 먹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DWP213388'을 기술수출 하는 6391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상반기에만 1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하반기에도 이 같은 기세가 이어졌다. 지난 11일엔 인도에 본사를 둔 '자이더스 월드와이드 디엠씨씨'에 항암 주사제인 'DWJ108U'를 이전하는 12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성공시켰다. 이 물질은 전립선암·자궁내막증 등에 쓰는 '루프론데포'의 제네릭(복제약)으로, 대웅제약은 이 약을 미국에서 루프론데포의 첫 제네릭으로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2019년부터 5년 연속 기술수출 제약·바이오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제약사 암젠에 ADC 플랫폼 원천 기술을 이전하는 최대 1조6050억원 규모의 계약을 한 데 이어 올해는 미국 얀센과 계약했다.

SK바이오팜도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를 5년 연속 기술수출하는 데 성공했으며 올해에는 중동 제약사 히크마와 307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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