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이성희 회장 연임 물 건너가…1강2약 “결과는 장담 못해”
조합원 1111명, 17년 만의 직접선거…4년 단임제 ‘권한 막강’

제25대 농업협동조합중앙회장 선거에 등록한 후보자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공.
제25대 농업협동조합중앙회장 선거에 등록한 후보자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공.

오는 25일 제25대 농업협동조합중앙회장(이하 농협 회장) 선거가 후보자 등록을 마치고 본격 선거운동에 돌입하면서 선거전이 열기를 더하고 있다. 당초 연임을 시도했던 현 이성희 회장의 연임안을 담은 농협법 개정안이 국회 상정에 실패하며 연임이 없던 일로 되면서, 유력 후보와 이들의 공약이 무엇인지 17년만에 직선제로 전원 투표해 참가하는 조합원들의 움직임도 바쁘다.

‘농민의 대통령’. 흔히 농협 회장을 빗댄 수식어다.

향후 4년간 일할 새 농민 대통령을 뽑는 25대 농협회장 선거가 1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향후 누가 이 자리에 오를 지 벌써부터 관심이 뜨겁다.

지난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밝힌 이번 선거 등록 후보는 8명이다. 이번 선거는 2022년 말 농협법 개정 이후 직선제 방식으로 실시되는 첫 선거다. 오는 25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대강당에 1111명의 농(축)협·품목조합의 조합장 및 품목조합연합회 회장이 모여 선거를 치르고 그 자리에서 개표까지 이뤄진다.

선거운동은 12일부터 선거 전날인 24일까지 13일 동안만 허락된다. 선거운동은 후보자만 가능하며 ▲선거공보 ▲전화(문자메시지 포함) 및 정보통신망(전자우편 포함, 농협중앙회 홈페이지의 게시판에 글이나 동영상 등 게시) 이용 ▲공개장소 명함 배부 방법(농협중앙회의 주된 사무소나 지사무소의 건물의 안은 배부 금지)으로 할 수 있다. 다만, 선거일에는 ▲선거일 후보자 소개 및 소견 발표 ▲선거일 문자메시지 전송을 통해 지지 호소가 가능하다.

농협중앙회장선거 관련 위반행위 신고 시에는 최고 1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또 후보자가 되려면 회장임기만료일(1월 30일) 90일 전에 농협중앙회 또는 상임인 임원 및 직원, 관계 법인 상근 임·직원, 조합감사위원장, 공무원 등의 자리에서 사임해야 한다. 단 농협 조합장은 제외다.

지난 해 11월 말 기준 농협이 파악하는 농업인 수는 약 216만6000명이고 법인조합과 개인조합을 합쳐 대다수(207만6595명)이 조합원이다. 이들이 속한 각 지역 농협과 축협, 품목 농협과 축협, 인삼협 등에 총 1111명의 조합장이 있고 이들이 투표권자다. 다만 조합원 3000명 이상인 141곳 조합장에게는 2표가 주어져 총 표수는 1252표다. 1차 투표에서 과반 이상을 득표하는 후보가 나오면 바로 회장으로 당선되고, 그렇지 않을 시 2차투표에서 승부를 가리게 된다.

도시에서만 사는 일반인 입장에서는 도대체 농협 회장 자리가 얼마나 대단한 자리길래 이토록 선거 집행이 철저한지 궁금하지 않을 수 있다.

농협 회장도 월급 수령자이기에 연봉 개념으로 살펴보면 약 8억원 가량이다. 4년간 임기를 완수한다면 30억원 이상의 급여를 받게 된다. 하지만 농협이라는 조직의 방대함과 영향력은 단순히 연봉으로 설명할 수 없다.

수백만의 농민들을 이끄는 자리다 보니 정치권에서의 러브콜도 심심치 않다. 과거 역대 농협회장들은 꾸준히 러브콜을 받아왔고, 그렇다 보니 아예 자신들과 호흡이 맞는 사람을 회장 자리에 앉히려는 움직임도 과거엔 있었다.

농협을 운영하는 원리를 적시한 농협법 제7조에 보면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을 지지하는 등 공직선거 관여 금지’를 명시하고 있고, 제9조에서는 ‘국가와 공공단체가 조합 등과 중앙회의 자율성을 침해하여서는 안된다’는 조항을 삽입해 이 조직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간단치 않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농협이 하는 일은 크게 농축협 관련 ‘교육지원’, 농민과 축산농가를 위한 ‘경제사업’, 신용사업으로 불리는 ‘금융부문’ 등이 있다.

농협중앙회 산하에는 중앙회 밑에 4개, 농협 경제지주 밑에 하나로유통 등 15개, 농협 금융지주 산하에 농협은행 등 11개까지 계열사만 서른 곳에 달한다. 농협 금융 계열 지점수만 1300개가 넘는다.

농협은 이른바 신경분리를 통해 경제지주와 금융지주가 각각 회장 체제로 있고, 공식적으로는 이들의 인사, 운영 등에 농협회장이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막강한 규모와 조직의 총 책임자인 농협 회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조직 전반의 색깔이 달라지고 입김에서 완전 자유로울 수 없다는게 안팎의 평가다.

농협 회장 선거가 ‘간선제’로 바꼈다가 17년만에 4년 단임 ‘직선제’로 돌아온 점, 연임을 했던 과거 회장들의 최후가 좋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하면 ‘농민 대통령’이라는 칭호가 괜히 나온 게 아님도 유추 가능하다.

특히 이번 선거에는 현 이성희 회장의 연임이 가능해질 수 있도록 농협법 개정 시도가 있었으나 국회에 제대로 상정도 못해보고 유야무야 무산됐다. 기존 회장이 다시 나올 경우 기득권을 바탕으로 선거에 큰 영향이 있을 수 있으나 큰 변수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

이번 선거에는 강호동 경남 율곡농협조합장, 송영조 부산 금정농협조합장, 이찬진 전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 임명택 전 NH은행 언주로지점장, 정병두 고양시을 국회의원 예비 후보, 조덕현 충남 동천안농협조합장, 최성환 부산 부경원예농업조합장, 황성보 경남 동창원농협조합장 등 8명(가나다 순)이 입후보했다.

공정한 진행을 위해 농협 측에서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선거에 정통한 조합장들 사이에선 강호동, 송영조, 조덕현 조합장의 1강2중 구도를 점치고 있다.

63년생으로 비교적 젊은 강호동 율곡농협조합장은 농민신문 이사와 농협중앙회 대의원을 거친 화력한 경력을 자랑한다. 지난 선거에서도 3위를 기록해 인지도를 높이고 입지를 다져왔다. 현재 한국딸기생산자대표조직 회장을 맡고 있으며 5선의 조합장 경력을 갖췄다. 이번 선거에선 농협금융 수익 3조원 달성, 공공형 계절근로 지역농협 적자액 전액 중앙회 지원 등을 공약으로 걸고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56년생인 송영조 금정농협조합장도 이력이 만만치 않다. 농협중앙회 이사와 농협경제지주 이사를 겸임중인 6선 조합장이다. 중앙회 내에서 농산물 시장 개방 등 농업 통상 분야를 관장하는 농정통상위원회 위원장도 역임했다.

송 조합장은 생산-소비형 협동조합을 기치로 내걸고, 중앙회 임원 및 NH농협금융지주 대표 등의 자리에 조합장을 대거 기용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57년생인 조덕현 동천안농협조합장도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으로 활동해온 3선 조합장이다. 농협주유소 전국 부회장, NH농협생명 비상임이사를 지내는 등 활동 폭도 넓다.

조 조합장은 조합장으로 구성된 회장 직속기구로 농협혁신위원회 및 농정활동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농협회장 선거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 선거가 그러하듯 투표 방식과 후보자들의 지역연고, 학연 등도 중요하다”며, “8명이나 나온 선거에서 1차 투표에 과반을 넘기기란 쉽지 않고, 결선으로 갈 경우 표가 이합집산 되는 과정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을 만큼 결과를 예단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권이 많은 자리인 만큼 경쟁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지만 궁극적으로 농민들을 위해 희생하는 자리라는 소명의식을 후보들이 가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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