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인하 압박 속 '단통법 전면 폐지' 추진
업계, 실적 부진 속 '찬물'.. 과도 경쟁 우려도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10년 만에 폐지 수순을 밟게 되면서 이동통신 3사(KT·SK텔레콤·LG유플러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정부는 22일 '국민과 함께 하는 민생 토론회, 생활 규제 개혁'을 열고 이동통신사의 단말기 지원금 공시 의무와 유통점 추가지원금 상한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2014년 10월 도입된 단통법을 10년 만에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단통법은 이동통신사와 대리점·판매점에 단말기별 출고가·보조금·판매가 등을 투명하게 공시하도록 의무를 부여한 것으로 일부 사용자에게만 과도하게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도록 가입유형이나 나이, 가입지역 등에 따른 보조금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제도적으로 대리점·판매점이 제공할 수 있는 추가지원금의 상한도 15%로 정해뒀다.
그러나 단통법 시행으로 이동통신사업자들의 적극적인 보조금 경쟁이 위축돼 단말기를 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는 등 오히려 혜택이 줄었다는 소비자의 불만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이동통신사와 유통점의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겠다는 취지로 단통법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결정했다.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동통신사, 유통점 간 자유로운 지원금 경쟁을 통해 국민이 저렴하게 휴대전화 단말기를 구입할 수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과도한 출혈 경쟁, 이용자 차별 행위는 전기통신사업법으로 규제가 가능하다. 정부도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불공정 행위에 대해선 엄정하게 법을 집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10년의 기간 동안 법 제정 취지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분석 없이 바로 법 자체를 폐지하기로 한 것에 우려하는 분위기다. 실적 부진 속에서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을 받고 있는 이동통신사들이 고심에 빠지는 모습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동통신 3사의 지난해 잠정 합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6% 늘어난 4조4967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이다. 다만 이는 3사 중 SK텔레콤(SKT)이 AI(인공지능) 사업 등을 기반으로 실적이 선방한 데 따른 결과다.
SKT의 영업이익은 8.1% 증가한 1조7424억원으로 추정되는데 반해 KT는 전년(2022년)과 비슷한 1조6898억원, LG유플러스는 전년 대비 1.6% 줄어든 1조645억원으로 전망되는 등 이동통신사들의 실적이 하락세인 상황이다. 하나증권은 "국내 통신서비스 업종 이익이 감소 추세에 돌입했다"며 "KT의 이익이 정점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향후 감소 전환세가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한편에서는 단통법 제정 시기와 현재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단통법이 아니더라도 통신사에 대한 요금 규제가 강해지고 있는데다 이미 5세대 이동통신(5G) 보급율이 70%에 달하는 등 신규 가입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전처럼 통신사업이 수익성이 높은 편이 아닌데 경쟁만 과도하게 부추기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단통법 폐지 가능성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전과 환경이 많이 달라진 상황에서 대책 마련 등 고민이 깊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실제 법 개정까지 시간이 걸리기도 하겠지만 이번 정부의 발표에 향후를 당장에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법 폐지 기대와 달리 이동통신3사간 경쟁이 벌어질 확률이 낮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알뜰폰(MVNO)으로의 가입자 이탈이 더 많아진 상황이라 3사 간 경쟁이 벌어질 확률은 낮다"고 분석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