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 투자총괄 출신…불발 ‘시버트증권’ 인수 제안 인물
현 이승효 대표 지난해 스톡옵션 행사…용퇴 후 ‘엑시트’(수익실현) 가능해져
방향성을 잃고 적자행진을 이어가는 카카오페이증권 이승효 대표가 지난 12일 돌연 사의를 표한 가운데 새 대표에 신호철 카카오페이 결제그룹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1대 CEO인 김대홍 대표와 공동대표를 지내다 김 대표 사임 1년도 안돼 단독대표를 맡던 이승효 대표가 사의를 표하면서 이승효 대표가 놓쳐버린 방향타를 새 대표가 다시 붙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증권은 현 이승효 대표의 사의 표명에 따라 이주랑 최고재무관리자(CFO)가 직무대행으로 빈 자리를 메우고 있다. 이후 차기 대표가 공식 선정되면 3월 주주총회를 거쳐 새로운 CEO 체제가 시작된다. 새 대표엔 신호철 카카오페이 부대표가 물망에 올랐다.
비공식적으로 내정된 것으로 전해지는 신호철(Simon Shin) 그룹장(부대표)은 77년 1월 생으로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거쳐 스탠포드에서 전자공학 석사 및 박사를 마쳤다. 이후 네이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맥킨지 컨설팅, 삼성전자 인디아법인 디렉터, 카카오 부대표를 거쳐 2022년 4월부터 카카오페이 사업개발실장으로 참여해, 같은 해 10월부터 카카오페이 투자총괄을 겸직해왔다. 현재 결제그룹장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특히 신 그룹장은 카카오페이의 美 종합증권사 ‘시버트 파이낸셜’(Siebert Financial Corp) 인수 아이디어를 내고 주도했던 인물이다. 답보상태에 빠져 있는 카카오페이증권이 빠른 시간내 해외주식거래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현지 증권사를 인수해 24시간 미국주식 거래가 가능토록 하겠다는 것이 당시 인수 추진 배경이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5월 1740만 달러를 투자해 시버트 지분 19.9%를 확보하고 추후 31.1%를 추가 매입코자 했었다. 하지만 지난 12월 시버트 측에서 거래상대방인 카카오페이와 잔여 주식매매계약(SPA)해지에 합의했음을 밝혀왔다.
해지 사유로 시버트 측은 ‘지분 인수자(카카오페이)의 중대한 부정적 영향 발생과 SPA 종결조건이 충족될 수 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의견 불일치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대주주적격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어 검찰 수사를 거래가 중단돼야 할 ‘중대한 부정적 영향’으로 파악한 결과다.
현재 카카오페이는 시버트의 경영권도 확보하지 못한 채 지분 19.9% 매입에 1740만 달러라는 거금만 묶인 꼴이 됐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인수 당시 1주에 2달러 초중반을 기록하던 주가는 현재(26일 기준) 1.81달러를 기록, 지금 시장에서 매도하려면 적지 않은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한다”며, “물량이 적지 않아 한꺼번에 시장에서 던지면(매도하면) 그만큼 주가가 빠지고 블록딜로 넘기려면 마땅한 인수자를 찾아 가격을 내려 넘겨야 하는데 이도 쉽지 않은데다, 인수를 위해 투자를 했지만 소득은 없이 또 손실만 봤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페이는 초대 CEO로 미래에셋증권 온라인비즈니스본부장 출신 김대홍 대표를 2019년 카카오페이 내 증권TF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이후 김 대표는 2020년 카카오페이증권 대표이사에 올라 거래원장을 포함한 초기거래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위해 미래에셋증권 출신들을 대거 영입해 펀드거래부터 국내 및 미국주식 거래까지 완성시켰다. 다만 2021년 말 돌연 증권사 경험이 없는 카카오페이 소속 띠동갑 이승효 대표가 프로덕트총괄부사장(CPO)이라는 명목으로 카카오페이증권 공동대표에 앉으며 불편한 동거가 시작됐다.
카카오페이증권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공식적으로는 증권전문가와 플랫폼전문가의 조합으로 소개됐지만 내부에선 초기 세팅을 마친 상황에서 12살이나 차이나는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추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실제로 불과 1년 뒤 김대홍 대표가 사의를 표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지난 해 초 단독 대표가 된 이승효 대표 역시 불과 1년이 지나 임기를 다 채우기도 전인 지난 12일 대표이사 사의를 표명해 가뜩이나 안팎으로 잡음이 많은 카카오페이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가 카카오뱅크과 비슷한 시기 상장하면서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을 등에 업은 대형 금융사가 갑자기 둘이나 상장해 ‘이중상장’ 이슈가 있는 가운데, 비교적 순항하는 카카오뱅크와 달리 카카오페이가 적자를 이어가자 상장으로 확보한 실탄으로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큰 상황”이라며, “이승효 대표도 자의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난해 스톡옵션 행사를 통해 개인적인 실익은 챙길 수 있는 여건이 된 만큼 사퇴를 검토하게 됐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카카오페이 주식 1317주를 보유하고 있던 이승효 대표는 3분기 공시에서 5000주가 늘어난 6317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카카오페이는 공시된 지난해 3분기까지 연결기준 약 168억원 적자를 기록 중이다. 4분기까지 더하면 200억원을 훌쩍 상회하는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유안타증권 정태준 연구원은 지난해 말 보고서를 통해, “카카오페이증권은 성장의 동력으로 기대했던 해외주식 수수료수익도 작년 3분기에 급등한 후로는 유의미한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흑자전환 가능성도 여전히 요원하다고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반면 1년이나 늦게 문을 연 토스증권에 대해서는 “2023년 매 분기 손익이 전년동기대비 개선되었다”며, “해외 주식 위탁매매에서 이룬 압도적인 성장에 힘입어 안정적인 외형 성장과 함께 손익 개선까지도 달성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망했다.
카카오페이증권 출신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라는 브랜드, 플랫폼의 경쟁력, 바로투자증권 인수를 통한 개인거래와 법인거래의 균형 등 여러모로 좋은 그림을 가졌던 카카오페이증권이 스톡옵션 행사와 관련한 도적불감증, M&A과정에서 불거진 주가조작 논란 등 금융업으로서의 근간이 흔들리는 일련의 사태 속에 CEO마저 지속 바뀌고 있어 조직원들도 불안함을 토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