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판매·생산 사상 최대.. 매출 100조·영업익 10조
​​​​​​​전기차 둔화에 하이브리드 집중 .. 올해 실적 경신 주목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기아 제공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기아 제공

기아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경기 침체기가 이어진 연초에도 주목할 만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아는 지난해 100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한데 이어 시가총액도 현대자동차를 앞서며 말그대로 '질주'하고 있다. 출발이 좋은 가운데 올해도 견조한 성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지난달 31일 기준 시가총액 41조3703억원을 기록하며 23년 만에 현대차 시총을 뛰어넘었다. 전날 기준 시총은 48조443억원으로, 현대차(48조177억원)를 앞서고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실적도 역대급이다. 기아는 지난달 25일 작년 연결 기준 매출 99조8084억원, 영업이익 11조607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0년 새 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종전 최대 실적이었던 2022년(매출 86조5590억원·영업이익 7조2331억원) 보다 매출은 15.3%, 영업이익은 60.5% 증가한 규모다. 판매량 역시 2022년 대비 6.4% 늘었다. 특히 기아의 연간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아 관계자는 "글로벌 판매 증가, 고수익 지역의 판매 비중 확대, 고가 차종 및 고사양 트림의 비중 확대 등 판매 믹스 개선에 따른 가격 상승 효과와 낮은 판매 장려금(인센티브) 우호적인 환율 영향이 더해져 모든 경영 지표에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기아의 성장 이면에는 송호성 사장의 리더십이 돋보인다. 기아차 수출기획실장, 프랑스 판매 법인장, 유럽총괄법인장, 글로벌사업관리본부장을 지낸 송 사장은 2020년 3월 기아 대표이사 취임 이후 연이어 높은 실적 향상을 이끌고 있다. 수익성에서는 오히려 현대차를 앞지른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기아의 영업이익률은 11.6%로, 현대차(9.3%)보다 2.3%p 앞섰다.

올해 1월에는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기아만 유일하게 내수 판매량이 증가했다. 기아는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총 4만4608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전년 동월(2023년 12월) 대비 15.3%나 증가한 수치다.

송 사장의 지휘 아래 지난해 기아는 역대급 생산과 판매를 기록하기도 했다. 기아 오토랜드 광주는 지난해 연간 내수 18만7968대, 수출 35만3132대에 총 생산 54만1100대를 기록하며 설립 이래 역대 최대 생산을 달성했다. 이전 최고치였던 2014년(53만8896대) 이후 9년 만에 기록을 깬 것이다. 또 기아의 지난해 연간 판매대수는 창사 이래 최대인 308만7384대를 기록했다.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해 10월 경기 여주 마임비전빌리지에서 열린 '2023 기아 EV 데이'에서 전동화 전략을 발표하는 모습. 기아 제공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해 10월 경기 여주 마임비전빌리지에서 열린 '2023 기아 EV 데이'에서 전동화 전략을 발표하는 모습. 기아 제공

 

특히 전 세계적으로 세단에서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으로 선호도가 옮겨가고 있는 점이 기아에게 호재가 된 모습이다. 기아의 간판 SUV인 스포티지와 셀토스, 쏘렌토, 카니발 등 차량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판매가 호조세다.

지난해 가장 잘 팔린 차는 스포티지로, 국내와 해외를 합해 52만3502대가 팔렸다. 이어 셀토스가 34만4013대, 쏘렌토가 24만2892대로 2·3위를 차지했다. 국내와 해외로 나눠 살펴보면 국내에서는 ▲쏘렌토 8만5811대 ▲카니발 6만9857대 ▲스포티지 6만9749대 순이었으며 해외에서는 ▲스포티지 45만3753대 ▲셀토스 29만3176대 ▲K3 20만9669대 순으로 잘 팔렸다. 

지역별로는 미국 82만3910대, 유럽 60만6788대, 인도 25만5000대 등의 판매량을 기록했는데, 특히 이들 세 지역에서는 연간 최대 판매량을 경신했다.

기아의 이런 실적은 국내외 시장의 SUV 선호와 기아의 다양한 라인업, 상품성 개선 등의 판매전략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기아는 대가족이 많은 인도와 야외활동이 늘어난 미국에서 SUV의 인기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판매 차종과 생산공장을 늘리는 등 선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했다. 또 유럽은 실효성이 높은 소형~준중형 SUV 수요가 높은 편이다.

또 전기차가 다소 주춤하는 사이 부상한 하이브리드 차종에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스포티지와 쏘렌토, 카니발 등 대부분의 SUV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있다. 특히 국내에서 가장 잘 팔린 쏘렌토는 지난해 8월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으며 하이브리드 모델을 전면에 내세웠는데, 이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판매 비중은 전체 쏘렌토 판매량의 절반을 넘었다. 

이런 가운데 기아는 셀토스의 하이브리드 모델 추가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달 25일 열린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K5와 K8, 니로, 스포티지, 쏘렌토 등 주요차종에 대한 하이브리드 전환을 선제적으로 완료했고 셀토스 등 나머지 차종에 대한 하이브리드화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에는 셀토스 풀체인지 모델을 출시해 하이브리드 모델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처럼 SUV·하이브리드 중심으로 호실적을 이끌어낸 송 사장은 현재 전기차 제품군인 'EV' 시리즈를 잇달아 선보이며 기아의 존재감을 키우는 데에도 집중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EV3를, 내년 말에는 EV4를 국내에 내놓는데 이어 내년 상반기에는 첫 중국 현지 생산 SUV 전기차 EV5를 국내에서 생산해 판매할 계획을 세웠다.

기아 더 뉴 쏘렌토 하이브리드. 기아 제공
기아 더 뉴 쏘렌토 하이브리드. 기아 제공

아울러 향후 목적기반차량(PBV) 제품군 'PV'의 다양한 라인업을 대거 출시한다. 소프트웨어(SW) 기반의 최첨단 기술을 적용하면서 파트너십 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모빌리티 생태계를 조성하는 등 PBV 시장을 선도하는 브랜드로 변신시키겠다는 각오다.

기아는 올해 판매 목표로 전년 대비 3.6% 증가한 320만대를 제시했다. 매출은 1.3% 늘어난 101조1000억원, 영업이익은 3.4% 증가한 12조원, 영업이익률은 11.9%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올해도 역대 최대치의 경영 지표를 기록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기아 성적에 대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 연속 두 자릿수를 지속했던 매출 성장은 정체되지만 원가 하락과 믹스 개선으로 높아진 수익성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으로 고마진이 담보된 북미와 인도 시장에서 성장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주요 모델의 잔존 가치가 높아지는 등 최근 수년간 상품 경쟁력이 개선돼 전반적인 시황 둔화에도 불구하고 실적 방어력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리스크 요인은 미국 수요 둔화 가능성이나 기아의 주가는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 다운사이드 리스크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주목할 변수는 올해 중순 출시될 대중형 전기차 EV3~5의 상품성"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아의 목표치가 과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신윤철 키움증권 연구원은 "증익에 대한 방향성 제시는 고무적이었으나 가격(P), 판매량(Q), 비용(C) 관점에서 전년 대비 거친 업황 전개가 예상되는 만큼 기아만의 차별화된 판매 실적이 데이터로 확인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 기아 글로벌 도매 판매 목표는 작년 대비 3.6%, 중국을 제외한 연결지역 판매는 2.5% 증가하는 것으로 작년 판매 증가율(6% 증가) 대비 축소될 전망이며 인센티브 상승도 불가피하다"며 "따라서 주요 변수는 판매목표 눈높이를 올려줄 수 있는 경기 불확실성 해소 시점과 원달러 환율이 1270원 이상 수준을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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