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계열사 성과급 제도 개선으로 책임경영 확대
"김동관, 2040년까지 취득 한화 주식은 1%대"
한화그룹이 성과급 제도를 개편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성과를 보상하는 '양도제한조건부 주식'(RSU) 제도를 전 계열사로 확대한다고 7일 밝혔다.
2020년 국내 상장사 가운데 처음으로 RSU 제도를 도입한 한화는 그동안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솔루션 등의 임원을 상대로 순차적으로 시행중이었는데 이를 내년부터 모든 계열사 팀장급 직원까지 확대한다는 것이다.
RSU는 연말·연초에 현금으로 주는 기존 성과급 제도와 달리 일정 기간이 지나면 '주식'을 주는 장기 성과보상 제도다.
통상 연초 보직 부임 시 지급을 약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한화는 5년에서 최대 10년간 이연해 지급한다.
RSU 장점은 임직원의 지속적인 성과 창출로 회사의 실적과 가치가 올라 주가가 오를 경우 실제 주식을 받게 될 시점의 보상 역시 주가와 연동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 지급받는 시점의 주가가 현재보다 떨어질 경우 보상 규모가 작아질 수도 있고 임직원 책임 여부 등에 따라 지급 자체가 취소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한화는 임직원 설명회와 타운홀 미팅, 토론회 등 의견 수렴 및 법적 검토 등을 거친 뒤 임원부터 순차적으로 RSU 성과보상제를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 팀장급 이상 직원은 현금 보상이나 RSU 보상 제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RSU 선택형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한화는 RSU 제도의 최대 장점으로 회사의 장기적 성장을 위한 동기 부여와 주주가치 제고를 꼽았다.
RSU는 일정 기간 이후에 보상이 발생하고 주가 상승에 따라 보상이 커지도록 설계된 성과급 제도이기 때문에 임직원이 회사의 '장기 성장'에 집중하면서 1~2년짜리 단기 성과가 아닌 5년에서 10년에 이르는 장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동기가 강화된다는 것이다. 높은 성과급을 노리고 단기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저지르는 부정행위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예방하는 효과도 크다.
아울러 임직원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회사의 장기 발전에 기여하게 돼 지속 가능한 회사의 성장을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밖에도 한화는 최고 경영진에게는 다른 임직원보다 더욱 긴 10년이라는 가득기간(vesting period)을 둠으로써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책임경영을 더 강화했다고 밝혔다.
성과급을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보상하는 시스템은 1990년대 미국 IT(정보통신) 기업들이 도입한 '스톡옵션'으로 시작됐으며 RSU 제도는 이 스톡옵션 제도에 대한 반성으로 2000년대 초 등장했다. 스톡옵션 제도로 전문 경영인이나 핵심 경영진들이 단기간에 높은 실적을 내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이 받은 주식을 대량 매도한 뒤 회사를 떠나는 이른바 '먹튀'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RSU 제도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초 도입한 후 현재 애플, 구글, 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상장사 31.3%가 RSU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은 RSU 제도가 김동관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기존 현금 지급식 단기성과급을 통해 ㈜한화의 주식을 집중 매입하는 것이 보다 많은 지분을 용이하게 확보할 수 있다"면서 "경영권 승계 측면에서 보자면 RSU가 훨씬 불리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RSU 제도에 따라 김동관 부회장이 오는 2040년까지 취득하는 ㈜한화 주식은 1%대에 불과해 경영권 승계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미미하다"며 "대주주라는 이유만으로 RSU 부여대상자에서 제외하는 것은 오히려 다른 임직원을 역차별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SU 제도가 편법 승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의혹이나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RSU 적용대상이나 성과 달성 기준 등 구체적인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국회에서는 의결권을 10% 이상 보유한 대주주 일가에 RSU 지급을 금지하는 상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