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GPO 조직 확대·외교관 출신 영입 적극
한진그룹, 기업결합 앞두고 통상 전문가 수혈 '눈길'
전 세계적 고물가·고금리 상황과 함께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 경쟁 심화, 글로벌 공급망 불안, 자국 무역보호주의 확산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내 기업들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기업들이 외교·안보·통상·기술 등 중요 분야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외교·안보 전문가 등 경제 관료를 비롯해 기술 전문가, 통상 전문가 등을 대거 사외이사로 영입하면서 위기 대응에 나서고 있다.
먼저 현대자동차그룹은 해외 시장을 위한 외교·안보 전문가 영입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미 지난해 8월 해외 대외업무과 글로벌 이슈 대응 등을 담당할 GPO(Global Policy Office, 글로벌정책실) 부서를 신설했다. 조직의 수장으로는 앞서 지난해 5월 영입한 윤석열 정부 초대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을 지낸 김일범 부사장에게 맡겼다.
앞서 지난해 6월에는 외교관 출신인 김동조 전 청와대 외신대변인을 영입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와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 등 해외 보호무역 정책 대응을 맡기고 같은 해 12월에는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등을 역임한 성 김 전 주한 미국대사도 자문역으로 위촉한 바 있다.
여기에 최근 GPO를 확대하고 기존 전략기획실 산하 조직에서 분리해 별도의 사업부급으로 격상시켰으며 우정엽 전 외교부 외교전략기획관을 전무로 영입했다. 우 전 기획관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워싱턴소장 등을 지냈으며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 외교안보 분야에서 활동한 외교 전문가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 등을 앞두면서 보조금 정책 변동, 공급망 재편 등 자동차 시장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인데 따라 현대차가 경제와 외교안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 인재들을 대거 영입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른 대기업들도 정부 출신 전문 인사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IR팀 담당으로 기획재정부 부이사관 출신인 이병원 부사장을 영입했다. HD현대는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 사외이사로 윤석열 정부 초대 국가안보실장을 맡았던 김성한 전 실장을 외이사 후보에 올렸다.
HD현대 관계자는 "HD한국조선해양 전체 매출의 약 90%가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각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점차 강화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후보자가 가진 외교·통상 분야 풍부한 지식과 경험은 회사의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사외이사 후보 선정 배경을 밝혔다.
대학 교수나 학회장 등 전문가 모집에도 한창이다. 한진그룹은 통상 전문가를 대거 영입 중으로,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국제통상 전문가인 송백훈 동국대학교 교수를 사외이사로 내정하고 대한항공은 표인수 상해 국제경제무역중재위원회 중재위원과 한국국제통상학회장을 지낸 허윤 서강대 교수를 선임했다.
특히 한진은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양사의 결합에는 해외 각국과의 이견 조율이 가장 중요한 만큼 통상 전문가 영입에 적극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밖에 삼성전기도 정승일 전 한국전력공사 사장을 신임 사외이사로 내정했는데, 정 전 사장은 에너지산업 분야 전문가이기도 하면서 산업통상자원부 재직 시절 FTA 정책관을 역임하는 등 통상업무를 맡았던 통상 전문가로 통한다.
소재기업으로 변모 중인 포스코홀딩스는 박성욱 전 SK하이닉스 부회장을 선임하기로 발표하면서 업계 주목을 받았다. 포스코홀딩스 측은 "한국공학한림원 이사장을 비롯해 연구개발과 기술혁신 분야에서 폭넓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며 "인사이트를 제시하고 회사 성장과 지속가능성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영입 배경을 밝혔다.
미래 주요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AI(인공지능)분야 산업과 관련한 기술 전문가 영입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모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로봇 전문가인 조혜경 한성대 AI응용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내정했다. 조 교수는 한국로봇학회 회장 등을 지내기도 했으며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의 대학 후배다.
현대모비스는 케이스 위텍 텐스토렌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전장화와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등 현대모비스가 주력하고 있는 미래 자동차 기술 분야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분석된다. 텐스토렌트는 AI 프로세서를 개발하는 캐나다 소재 팹리스 업체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현안에 대응하기 위한 인재영입이 매해 활발해지는 상황"이라며 "특히 올해는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76개국에서 선거가 치러질 예정으로 글로벌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대내외적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이 인재 영입에 더욱 분주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