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박철완,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와 동맹
박찬구 회장·박준경 사장, 실적 부진 '발목' 우려
금호석유화학그룹이 다시 경영권 분쟁에 접어드는 양상이 나타나면서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다시 ‘조카의 난’이 일어날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전 상무는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차파트너스자산운용(차파트너스)과 손잡고 주주제안에 나섰다.
박 전 상무와 차파트너스는 올해 금호석유화학 정기주주총회에 주주제안 안건으로 ▲자사주 소각에 관한 정관 변경 ▲자사주 소각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등을 올렸다.
앞서 2021년과 2022년 두 차례 주주제안에서 박 전 상무는 높은 배당급과 이사회 진입을 목표로 내걸었는데, 이번 주주제안은 다소 다른 양상이라는 평가다.
과거와 달리 박 전 상무가 이번 주주제안에는 행동주의 펀드와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15일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을 특별관계자로 추가한다고 공시했다.
박 전 상무는 입장문을 통해 “금호석유화학의 개인 최대주주로서 회사의 기업 거버넌스 개선, 소액주주 권리 보장,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위해 필요한 권한을 차파트너스에 위임하기로 했다“며 ”주주로서 차파트너스가 금호석유화학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강화, 소액주주를 포함한 전체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과거 박 전 상무는 직접 주주제안 캠페인에 나섰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주주환원정책 강화 흐름 속에서 주주행동주의에 다수 경험이 있는 차파트너스가 전면에 나서면서 이번에는 다른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차파트너스는 앞서 맥쿼리인프라, 남양유업, 사조오양 등을 대상으로 행동주의에 나선 바 있다.
박 전 상무가 내건 이번 주주제안의 핵심은 ‘자사주 소각’이다. 박 전 상무는 차파트너스와 손잡고 현재 금호석유화학이 소유한 자사주 18.4%를 소각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미소각 자사주가 경영권 방어 등의 목적으로 활용돼 소액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데 부당하게 쓰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독립성이 결여된 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사회 구성도 주가 저평가의 원인으로 꼽는 등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자사주 소각은 경영권을 가진 박찬구 회장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사안이다. 자사주 자체는 의결권이 없지만 이를 백기사에 매각한다면 의결권이 살아나 사실상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전 상무는 금호석유화학 지분 9.1%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 최대주주다. 이번에 공동보유계약을 맺은 차파트너스의 지분 0.03%에 모친인 김형일 전 고문(0.1%), 누나 박은형씨(0.53%), 박은경씨(0.53%), 박은혜씨(0.53%), 장인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0.06%)의 지분을 합하면 10.87%로 올라간다.
박 회장 측은 본인 지분 7.14%과 장남 박준경 사장(7.65%), 장녀 박준경 부사장(1.04%) 등 15.89%을 보유하고 있다. 박 전 상무 진영과는 5.02%p 차이를 보인다.
여기에 최대주주와 특별관계자의 주주별로 최대 3%까지 제한하는 '3%룰'이 적용되면 지분율이 박 전 상무는 4.77%, 박 회장은 7.1%이 되면서 양측 격차가 2.33%p 수준으로 좁혀진다. 20% 수준의 소액주주와 국민연금(9.27% 지분, 감사 선입의 경우 의결권 제한 감안시 3%)은 논외다.
박 회장은 배임 혐의로 유죄 확정을 받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으나 지난해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돼 취업제한이 풀렸고 이어 같은해 11월 금호미쓰이화학 대표로 복귀했다. 박 회장의 아들 박준경 사장은 3세 경영을 시작하며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다만 금호석유화학그룹이 현재 실적이 부진한 만큼 박 전 상무의 자사주 소각 등 강도높은 주주제안이 주주들로부터 주목받고 있어 박 회장과 박 사장으로서는 경영권에 위협을 느낄 수 있는 모양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6조3223억원, 358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0.7%, 68.7% 줄었다.
박 전 상무가 공식적으로 사내이사 선임 등 경영권 진입에 대한 요구를 내걸지는 않았지만 이번 주주제안으로 그간 중립을 지킨 만큼 소액주주들의 지지 향방에 따라 표 대결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