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거버넌스포럼 비판 논평.. "주주 사과·밸류업 대책 먼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회장직 승진을 두고 이마트 주주에 대한 사과와 함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정 회장의 회장직 승진과 관련해 "승진보다 신음하는 이마트 주주에 대한 사과 및 기업 밸류업 대책을 내놓는 것이 옳지 않았나"라며 11일 논평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포럼은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자본시장 선진화를 추구하는 단체로, 금융투자업계와 법조계·학계 인사 90여 명이 회원으로 있다.
이날 포럼은 신세계그룹에 대해 먼저 주가가 장기간 폭락한 것을 문제점으로 들었다. 지난 5년, 10년간 이마트 주가는 각각 59%, 70% 하락했다. 동기간 코스피는 각각 23%, 37% 상승한 것과 대조된다.
이어 시가총액 대비 과도한 빚을 지적했다. 이마트 시총은 2조원인데 금융부채가 14조원으로 과도한 상황이다. 이를 미국 와이너리 등 본업과 무관한 인수합병(M&A)을 수조원의 차입금 조달로 성사시키면서 후유증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포럼은 차입금 축소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점을 비판했다. 이마트가 43% 지분을 보유한 신세계건설은 주가가 1년 사이 약 50% 하락해 시총이 830억원인 상태로, 시장과 채권단으로부터 차입금 축소 압박을 받아 신세계건설이 골프장 3곳이 포함된 레저부문을 1820억원에 매각했다.
그러나 인수 주체는 이마트 자회사인 조선호텔앤리조트로, 포럼은 "최고 명문 트리니티클럽 매각이 아까운지 왼쪽 주머니에서 오른쪽 주머니로 옮긴 셈"이라며 "그룹 전체 차입금 축소가 절실한데 정 회장과 경영진은 이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포럼에 따르면 이마트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17배, 신세계건설은 0.21배, 신세계는 0.38배로,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매우 낮게 형성돼있다.
포럼은 "한국은 대부분 패밀리 비즈니스가 우수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이마트는 과도한 빚이 주주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와이너리, 골프장, 야구단, 스타벅스코리아 등 본업과 무관한 자산 매각을 통한 차입금 축소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그동안 등기이사는 아니어서 법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보수는 많이 받는 책임 있는 경영자 모습을 보이지 않아 경영 위기가 초래된 것이 아닌가"라며 "주주, 경영진, 이사회와 얼라인먼트(alignment, 정렬)를 만들고 본인도 이사회 참여를 통해서 책임경영을 실현하라"고 촉구했다.
정 회장은 지난 8일 승진했다. 부회장으로 선임된 지 18년 만이다. 정 회장의 모친인 이명희 회장은 그룹 총괄회장으로서 정 회장을 지원하는 한편 신세계그룹 총수(동일인) 지위는 유지한다.
신세계그룹은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유통 시장은 과거보다 훨씬 다양한 위기 요인이 쏟아지고 있어 그만큼 '강력한 리더십'이 더욱 필요해졌다"며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혁신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최고의 고객 만족을 선사하는 '1등 기업'으로 다시 한번 퀀텀 점프하기 위해 이번 인사를 단행했다"고 정 회장의 승진 배경을 설명했다.
신세계그룹의 핵심인 이마트는 지난해 29조4000억 원대의 역대 최대 매출을 거두긴 했으나 자회사인 신세계건설의 대규모 손실 등이 발목을 잡으며 사상 첫 연간 영업적자를 냈다. 이마트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도 1880억원으로, 전년 대비 27.3% 줄어들었다. 이마트가 흔들리면서 그룹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앞서 지난해 말부터 정 회장(당시 부회장)은 경영전략실을 기능 중심의 콘트롤타워로 개편하고 대대적인 혁신을 주문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승진 인사를 두고 유통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본래 모친 이명희 총괄회장을 대신해 그룹의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해온 만큼 이제 회장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이전보다 강한 추진력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한편 그간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보여줬던 행보로 오히려 어려운 상황에 더욱 악재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이밖에도 회장으로 승진한 만큼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려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여줄 지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