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주주총회서 사업전략 발표.. 주주 대화시간 별도 마련
낮은 주가·배당금 지적도.. "실적 개선해 주주가치 제고 최선"

20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5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참석하고 있다.
20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5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참석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주, 기관투자자,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제55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상정된 안건 심의 및 표결을 진행하고 올해 사업전략을 발표했다.

이날 의장을 맡은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기존사업의 경쟁력을 지속 강화하면서 미래 핵심 키워드인 AI, 고객 경험, ESG 측면의 혁신을 이어가고 다양한 신제품과 신사업,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조기에 발굴할 수 있는 조직과 추진 체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며 주주들에게 지지와 응원을 당부했다.

한 부회장의 인사말에 이어 안건 심의 및 표결, 경영현황 설명 등이 진행됐다. 삼성전자의 이번 주주총회 안건은 ▲재무제표 승인 ▲사외이사 신제윤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조혜경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유명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이 상정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은 포함되지 않았다.

안건 표결 이후에는 한 부회장과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이 각각 DX(디바이스경험)과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의 경영현황 및 올해 사업전략을 주주들에게 공유했고 처음으로 '주주와의 대화' 시간이 별도로 마련됐다. 한 부회장과 경 사장을 비롯해 각 사업부장 등 주요 경영진이 구체적인 사업 현황, 전략 등 주주들의 다양한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변하는 시간이 진행됐다.

먼저 DX부문은 모든 디바이스에 AI(인공지능)을 본격적으로 적용해 고객에게 생성형 AI와 온디바이스 AI가 펼쳐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먼저 스마트폰, 폴더블, 액세서리, XR(확장현실) 등 갤럭시 전제품에 AI 적용을 확대한다. 차세대 스크린 경험을 위해 AI 기반 화질·음질 고도화, 한 차원 높은 개인화된 콘텐츠 추천 등을 전개해 나가며 신제품 올인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를 통해 일반 가전제품을 지능형 홈가전으로 업그레이드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전사적 AI 역량을 고도화해 차세대 전장(자동차 전자장치), 로봇, 디지털 헬스 등 신사업 육성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홈·모바일·오피스를 망라한 삼성전자의 다양한 디바이스 연결에 중점을 둔다. 이밖에 초연결 AI시대를 맞아 가장 안전하고 가치있고 지능화된 디바이스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대표 보안 솔루션 '녹스'를 기반으로 개인 정보 보호와 보안을 최우선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DS부문은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전년 대비 크게 성장한 630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DS부문의 매출 역시 2022년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따라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 주도 등 강건한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메모리는 12나노급 32Gb(기가비트) DDR5 D램를 활용한 128GB(기가바이트) 대용량 모듈 개발로 시장을 선도하고 12단 적층 HBM 선행을 통해 HBM3(4세대)·HBM3E(5세대) 시장의 주도권을 찾는다는 계획이다. 또 D1c D램, 9세대 V낸드, HBM4(5세대) 등과 같은 신공정을 최고의 경쟁력으로 개발해 다시 업계를 선도하고 첨단공정 비중 확대 및 제조 능력 극대화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파운드리는 업계 최초 GAA 3나노 공정으로 모바일 AP 제품의 안정적인 양산을 시작하고 오는 2025년 GAA 2나노 선단 공정의 양산을 준비할 계획이다.  아울러 오토모티브, RF(Radio Frequency) 등 특수공정의 완성도를 향상하고 4/5/8/14나노 공정의 성숙도를 높여 고객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예정이다. 시스템LSI사업부의 SoC(System on Chip)사업은 플래그십 SoC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오토모티브 신사업 확대 등 사업구조를 고도화 한다는 목표다.

이밖에 이미지센서는 일관 개발·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픽셀 경쟁력을 강화한 차별화 제품으로 다양한 시장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며, LSI는 DDI(Display Driver IC), PMIC(Power Management IC) 사업 구조를 개선하고 SCM 효율을 높여 원가 경쟁력을 개선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미래를 위한 다양한 신사업을 준비할 계획도 발표했다. 지난해 시작한 어드밴스드 패키지 사업은 올해 2.5D 제품으로 1억 달러 이상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며 2.xD, 3.xD, 패널 레벨 등 업계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고객과 함께 개발해 사업을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또 SiC(실리콘카바이드)/GaN(질화갈륨) 등 차세대 전력 반도체와 AR(증강현실) 글래스를 위한 마이크로 LED 기술 등을 적극 개발해 2027년부터 시장에 적극 참여할 방침이다. 

이밖에 기술 리더십 강화에 주력한다. 삼성전자 DS부문은 V낸드, 로직 FinFET, GAA 등 초일류 기술을 통해 미세화의 한계를 극복하고 업계 내 독보적 경쟁력을 갖춰 온데 따라  앞으로도 새로운 기술을 선행해서 도전적으로 개발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기흥 R&D 단지에 20조원을 투입하는 등 연구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을 밝혔다. 반도체연구소를 양적·질적 측면에서 두배로 키울 계획이며 연구 인력과 R&D 웨이퍼 투입을 지속적으로 늘려 첨단 기술 개발의 결과가 양산 제품에 빠르게 적용되도록 할 계획이다. 

20일 수원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이 의장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일 수원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이 의장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다만 이날 주총장에서는 다소 소란스러운 상황도 발생했다. 삼성전자 주가에 대한 주주들의 성토가 잇따른 것이다. 주주들은 작년 한 해 동안 주가가 2배 가량 오른 경쟁사 SK하이닉스와 비교하며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 폭이 더딘 점을 지적했다.

이에 한 부회장은 "주가가 주주님들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에 대해 경영진의 한 사람으로서 주주 여러분께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주가에 대해 확정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올해는 반도체 시황과 IT 수요 회복이 기대되는 만큼 인공지능(AI)향 반도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AI 탑재 스마트폰 확대 등으로 견조한 실적을 달성해 주주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 주주는 "주가가 박스권 7만원대에 머무르는데 SK하이닉스보다 아주 많이 저평가돼있다"며 "연구개발(R&D)이나 인수합병(M&A)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주가 관리를 잘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한 부회장은 "M&A와 관련해 여기서 말씀드리기 어려우나 많은 사항이 진척돼있고 조만간 주주 여러분께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은 삼가는 대신 "저희가 M&A를 안한 것은 아니다. 이매진 본사를 M&A했고 레인보우로보틱스 주식을 보유했으며 여러분이 기대하시는 큰 M&A는 아직 성사하지 못했지만 200개 이상 스타트업에 투자를 지속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래를 위해 투자하고 있으며 더 큰 가치를 낼 수 있는 M&A를 계속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2023년 기준으로 전년인 2022년과 같은 연간 9조800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할 계획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한 주주는 "배당 총액도 기말 배당의 주당 배당금도 전부 전년과 똑같고 배당 성향이 당기 순이익의 35% 정도에 그치고 있다"며 "기말 배당금 끝자리도 361원으로 같은데 경영진이 주주들에게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는 것 같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한 부회장은 "전례 없는 메모리 업황 악화에 따른 보유금이나 현금 절감 및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등에 경영 여건이 여전히 어렵다"며 "중장기 지속 성장을 위해 필요한 설비 투자 및 연구 개발, 미래 성장 동력 확보 등도 이어 나가야 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여건에도 기존 주주환원 정책을 지속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주주가치 제고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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