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5대은행 가계대출 전월 대비 2.1조원 감소…11개월 만에↓
풍선효과에 기업대출 지속 증가…올 들어 17조원 이상 늘어

지난 2월 맞춤형 기업금융 간담회에 참석한 주요 은행장들. 연합뉴스 제공.
지난 2월 맞춤형 기업금융 간담회에 참석한 주요 은행장들. 연합뉴스 제공.

높은 금리에 부동산 거래 부진까지 이어지자 5대은행 가계대출이 11개월 만에 전월 대비 줄어 이대로 가면 국내총생산(GDP)보다 가계대출이 더 많아질 가능성이 대두된다. 다만 당국의 가계대출 축소 노력에 은행들이 기업대출에 집중하고, 기업 경영 환경은 악화되면서 기업대출은 올해만 17조원 이상 늘어 우려를 낳고 있다. 3월에만 약 8조원 증가다.

31일 연합뉴스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8일 현재 693조6834억원으로, 2월 말(695조7922억원) 대비 약 2조1088억원 적다.

특히 다섯 곳 중 4곳 은행의 가계대출은 1916~9738억원까지 줄어들었고, 신한은행만 3550억원 늘었다. 월말까지 남은 3일동안 이 추세가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2023년 4월(-3조2971억원) 이후 11개우얼 만의 월 단위 감소가 예상된다.

대출 종류별로는 주택담보대출(잔액 536조307억원)이 열한 달 만에 처음으로 1조657억원 줄었고, 신용대출(잔액 103조497억원)은 6354억원 줄며 2023년10월(+6015억원) 이후 5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이러한 가계대출 성장 감소는 최근 2년 반 가까이 이어진 긴축정책에 따른 고금리 기조와 이로 인한 부동산 거래 부진이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지난 14일 국회에 보고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세는 당분간 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그 근거로 고금리, 부동산 시장 회복 지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비롯한 대출 규제 등을 들었다.

그 결과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보다 많은 상황이 역전될 수 있을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5대 은행 가계대출은 지난해 말(잔액 692조4094억원) 대비 올 들어 3월 28일까지 0.18%(1조2740억원) 증가에 그쳤다.

한은의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가 2.1%임을 감안할 때, 1분기부터 경제 성장률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상당 폭 웃돌며 시작했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발표된 비(非)은행권까지 포함한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이미 2월(-1조8000억원)부터 줄기 시작했다. 이런 숫자들을 고려할 때 GDP가 가계신용대출 잔액을 넘어설 거라는 예상이 나온다.

당국의 가계대출 안정화 지도에 대출을 통해 수익을 내야하는 은행들의 금리 관리도 분주하다.

5대 은행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2% 안팎에서 묶겠다고 금융당국에 보고한 바 있지만, 보고된 범위 내에서 최대한 수익을 내기 위해 금리를 수시 조정하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가계대출이 0.8% 이상 줄어든 NH농협은행은 지난 18일 우대금리를 늘리는 방식으로 신용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의 금리를 0.1∼0.5%p 낮췄다. 증가율이 0.4% 정도인 KB국민은행은 지난달 7일 대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23%p 올린 반면, 이달 12일 신용대출 금리는 오히려 0.6%p 하향 조정했다.

대환대출 수혜 등으로 가계대출이 1% 넘게 불어난 신한은행은 다음 달 1일부터 우대금리 폭 조정을 통해 일제히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상품별로 0.04∼0.30%p 인상한다는 입장이다.

가계대출에서 수익이 줄어드는 것을 두고볼 수 없는 은행들은 기업금융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들의 운영자금 대출 수요가 여전히 많을 뿐 아니라, 은행들도 가계대출 성장 부진을 상쇄하는 차원에서 기업 대출 영업을 강화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지난 28일 현재 5대 은행의 기업 대출 잔액은 모두 784조4562억원으로, 2월 말(767조7107억원)보다 7조7455억원 또 늘었다. 작년 말(767조3139억원)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서만 3개월 사이 17조1423억원(2.2%) 증가했다.

중소기업 대출이 7조8345억원(작년 말 630조8855억원→638조7200억원), 대기업 대출도 9조3078억원(136조4284억원→145조7362억원) 불었다.

한은은 지난 28일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가계신용은 주택거래 위축 등의 영향으로 증가 폭이 둔화했지만, 기업 신용은 증가세가 지속됐다"며 "기업부채 관리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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