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베어로보틱스 협업.. '로봇SW' 사업 가속
​​​​​​​삼성,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투자 확대 주목

LG 클로이 캐리봇이 AI 물류 플랫폼 기업 파스토의 스마트 물류센터에서 작업자와 협업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모습. LG전자 제공
LG 클로이 캐리봇이 AI 물류 플랫폼 기업 파스토의 스마트 물류센터에서 작업자와 협업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모습. LG전자 제공

최근 국내 대기업이 '로봇'을 새로운 먹거리로 삼고 관련 사업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시장 선두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LG전자가 먼저 상업 로봇 시장을 저격하면서 관련 기업 투자·인수를 시도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도 이에 질세라 로봇 사업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LG전자는 8년 내 100조원 시장으로 커질 '로봇용 소프트웨어(SW)' 시장을 잡기 위한 투자에 나섰다. 자율주행 서비스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에 6000만 달러(800억원)를 투자해 지분을 취득하는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한 것. 이를 통해  베어로보틱스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베어로보틱스는 AI(인공지능) 기반 자율주행 실내배송로봇을 중심으로 미국·일본·한국 등에서 서빙 로봇 서비스를 펼치고 있는 기업이다. 다수의 로봇을 제어하는 관제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LG전자는 배송·물류 등 상업용 로봇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로봇SW 사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간 LG전자는 로봇 브랜드 '클로이(CLOi)'를 앞세우며 로봇 역량을 지속적으로 키워왔다. 이미 2017년부터  인천국제공항에서 안내를 돕는 '가이드봇'을 시범운영했다. 이후 ▲음식을 나르는 '서브봇' ▲커피를 제조하는 '바리스타봇' ▲음식을 조리하는 '셰프봇' ▲방역 작업을 진행하는 'UV-V봇' ▲물건 적재 및 운반을 돕는 '캐리봇'을 순차적으로 출시했다. 

투자도 꾸준히 진행해왔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취임 이후 로보티즈와 엔젤로보틱스, 보사노바로보틱스, 로보스타 등 국내외 로봇 기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왔다.

지난달에는 미국 애틀란타에서 열린 북미 최대 규모의 물류 전시회인 '모덱스(MODEX) 2024'에 참가해 상업용 및 산업용 로봇 라인업을 대거 선보이기도 했다. 자율주행 기반으로 대량의 물품을 목적지로 이동하는데 특화된 AI 물류 캐리봇 2종과 스마트팩토리의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는 산업용 로봇 3종을 선보였다. 

대표적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물품을 운반하는 'LG 클로이 캐리봇', 인간의 팔과 유사한 동작을 수행하는 수직관절로봇 '모바일 매니퓰레이터' 등이다. 특히 LG전자가 물류 전시회에서 단독 부스를 꾸민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더욱 주목받았다.

여기에 이어 LG전자는 AI의 대두로 상업용 로봇의 패러다임이 기존의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될 것으로 판단하고 로봇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향후 상업용 로봇의 패러다임이 AI 기반의 SW 중심 로봇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업용 로봇이 가정이나 식당, 오피스 등 여러 공간에서 서비스를 하려면 개방형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기반으로 확장성을 확보하는 게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 AI 기반 자율주행 로봇 플랫폼을 선점해 표준화하는 것이 시장 경쟁의 핵심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LG전자는 또 상업용 로봇 외에도 가정에서 집사 로봇, 반려 로봇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AI 로봇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도 내년 초 양산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AI 에이전트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서 공개됐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로봇 시장은 5년 내 명확한 미래가 될 것"이라며 "로봇은 새롭게 집중할 영역"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LG전자가 빠르게 나서자 삼성전자도 강력한 추진력으로 맞서고 있다.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한국로봇학회 회장을 지낸 로봇 관련 분야 전문가 조혜경 한성대학교 AI응용학과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도 했다. 향후 로봇사업 추진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올해는 보행 보조 로봇인 '봇핏'을 시장에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상표권 등록을 비롯해 관련 특허를 출원하는 등 사전 작업을 진행해왔다. 특히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월 CES에서 '봇핏'에 대한 취재진들의 질문에 "기업간거래(B2B)부터 판매를 시작한다"면서 "곧 B2C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부회장은 특히 "삼성리서치에서 삼성로봇플랫폼(SRP)을 구축하고 있다"며 "제조, 리테일, 홈과 개인을 위한 '지능형 로봇'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도 AI 기반 로봇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 개막에 앞서 지난 1월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연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인공지능(AI) 컴패니언 '볼리'를 깜짝 공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 개막에 앞서 지난 1월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연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인공지능(AI) 컴패니언 '볼리'를 깜짝 공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도 AI 기반 돌봄 로봇, 가정용 로봇 등의 연구를 꾸준히 해오는 중이다. CES에서는 생성형 AI를 이용한 반려 로봇 '볼리'를 깜짝 공개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볼리는 공 모양 로봇으로, 자율주행 기반으로 집 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용자 패턴을 지속적으로 학습해 스스로 진화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컨트롤하며 사용자의 일상적 가전기기 사용을 돕고 집을 모니터링하며 고령 가족이나 반려동물을 돌보는 기능을 수행하는 로봇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를 방문해 집사 로봇 '볼리'의 시연을 지켜보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볼리를) 갤럭시 웨어러블 제품과 연계하는 방안을 고민해 달라"고 지시하며 "(볼리에) 독거노인을 위한 기능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지난해 콜옵션(매수청구권)을 확보한 휴머노이드(인간형로봇) 전문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에 대한 인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콜옵션을 조기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레인보우로보틱스에 두 차례 투자(870억원)하며 지분 14.83%를 획득해 2대 주주에 올랐다. 당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보유주식에 대한 콜옵션도 확보했는데, 행사시 삼성전자의 지분율은 59.94%로 늘어나게 된다. 행사기간은 최대 6년으로, 구체적으로 2026년 3월까지 20%를, 2029년 3월까지 나머지 잔여분에 대한 행사가 가능하다. 

경쟁사 LG전자가 최근 베어로보틱스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만큼 삼성전자도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인수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AI기반 로봇 사업에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는 LG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기술에 대해 감탄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 공장·자동화 산업전'에서 LG전자 관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전시관을 방문한 뒤 "LG전자도 로봇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AI가 산업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AI 로봇 시장 또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넥스트 MSC에 따르면 AI 로봇 시장 규모는 2021년 956억 달러(127조원)에서 오는 2030년 1847억5000만 달러(242조11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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