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회장, 동관·동선·동원 주요 사업장 잇따라 현장경영
장남 '방산'·삼남 '로봇'·차남 '금융' 강조하며 '격려' 눈길
최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5년여 만에 현장 경영에 나서며 '삼형제 힘 실어주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세 아들의 승계 구도가 더욱 명확해지고 승계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김 회장은 지난달 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전 R&D(연구개발)캠퍼스를 방문한데 이어, 지난 5일 경기 판교 한화로보틱스 본사를 방문하고, 26일 한화생명 본사인 서울 여의도 63빌딩을 방문해 한화 금융 계열사 임직원들을 만났다.
각각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한화로보틱스는 삼남 김동선 부사장이, 한화생명은 차남 김동원 사장이 이끌고 있어 김 회장의 각 행보에 아들들이 함께 했다.
재계에서는 김 회장의 이 같은 행보가 세 아들에 대한 경영승계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한 마지막 '힘 실어주기' 차원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이 현장 방문에 나선 것은 2018년 1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베트남 공장 준공식 참석이 사실상 마지막으로 5~6년 만에 현장에 나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한화그룹 내 각 사업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구조개편도 활발히 진행 중으로, 세 아들이 담당할 사업의 구도가 보다 더 명확해지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 중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이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그룹의 핵심 분야인 방산·태양광·에너지·우주항공 역량이 결집되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김 부회장은 한화그룹 전략부문 대표이사이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및 한화솔루션의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아울러 한화오션의 기타비상무이사에 한화에너지의 최대주주(보유 지분율 50%)다.
최근에는 ㈜한화에서 약 60억원 상당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받았다. 지난해보다 부여 규모가 1.4배 증가했다. 장남으로서 그룹 회장 승계 입지를 굳혀나가는 모습이다.
한화생명을 이끌고 있는 차남 김동원 사장도 최근 금융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면서 김 회장에게 인정받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 23일 인도네시아 노부은행 지분 40%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며 은행업 진출을 공표했으며 앞서 지난달에는 베트남 현지법인으로부터 현금배당 약 54억원을 받는 등 성과를 기록 중이다.
이에 한화생명은 해외시장에서 생명·손해보험업을 넘어 은행업까지 진출해 증권과 자산 운용을 포함한 '글로벌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면모를 갖춘다는 계획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이번 인도네시아 지분 투자건이 성공한 배경으로는 김동원 사장의 역할이 주요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동원 사장이 향후 동남아를 넘어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으로 해외사업을 확장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화로보틱스를 이끌고 있는 삼남 김동선 부사장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김 회장이 장남에 이어 차남이 아닌 삼남의 사업 현장을 먼저 방문한 것이기도 하다. 김동선 부사장이 처음으로 (주)한화 RSU를 부여받은 것을 두고도 본격적으로 경영 상속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동선 부사장은 현재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략부문장, 한화로보틱스 전략기획담당을 맡으며 유통과 로봇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분야를 찾고 둘의 사업적 시너지를 내기 위한 보폭을 확대하는 중이다. 특히 한화그룹에서 미래 신사업으로 주목하고 있는 로봇사업의 중책을 맡으면서 활동 반경이 크게 넓어지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연회·식음 관련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한화푸드테크에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한화푸드테크를 통해 식음현장에 첨단기술을 적용하겠다는 목표다. 새롭게 변화를 준 한화푸드테크까지 더하면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한화로보틱스·한화푸드테크 까지 4개의 주요 유통-로봇 신사업 추진 계열사 구조를 마련한 셈이다.
한화로보틱스에 거는 김 회장의 기대도 높아진 모습이다. 김 회장은 현장에서 "로봇은 우리 그룹의 중요한 최첨단 산업"이라며 "그룹의 발전을 위해 여러분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힘을 실어줬다.
이밖에 김동선 부사장은 지난해 6월 국내 파이브가이즈 론칭을 주도했으며 이달 초 서울역점까지 모두 4개 매장을 서울에서 운영하고 있다. 파이브가이즈를 운영 중인 한화갤러리아의 자회사 에프지코리아는 지난해 10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최근 사업 조직 개편도 단행하면서 보다 더욱 승계구도가 명확해지는 모습"이라며 "세 아들 모두 본격적으로 경영능력 시험대에 오른 상황으로, 향후 각 사업 성장세가 주목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