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13일 분조위 개최…5개 은행 배상비율 30~65%
가입자들 불완전판매 근거로 ‘원천무효 주장’…집단소송 움직임

은행별·판매기간별 ’21년도 기본배상비율. 금융감독원 제공.
은행별·판매기간별 ’21년도 기본배상비율. 금융감독원 제공.

금융감독원이 14일, 전일 개최된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를 열어 홍콩ELS판매액이 높았던 5개 은행(국민·신한·농협·하나·SC제일)에 대한 투자손실 배상비율을 30~65%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가입자들은 결과에 반발하며 진단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감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은행별 기본배상비율은 설명의무·적합성 원칙·부당권유 금지 등 판매원칙 3개 중 설명의무만 위반했을 경우 20%를 적용, 3개 항목 위반은 최대 40%가 적용된다.

분조위는 2021년 1월 1일부터 3월 24일까지 약 80여일간 판매된 건에 대해 모든 은행이 설명의무만을 위반했다고 보고 은행 기본배상비율을 20%로 책정했다. 다만 농협은 법인 고객에 대해서만 적합성 원칙을 추가로 위반해 기본배상비율이 10% 추가됐다.

같은 해 3월 25일 이후 판매된 건에 대해서는 국민·농협·SC제일은행이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를 동시에 위반해 기본배상비율이 30%로 정해졌다. 단 동 시기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설명의무만 위반해 기본배상비율이 20%로 산정됐다.

금번 분조위에 부의된 5건은 모두 2021년 3월 24일 전에 판매된 건이다. 분조위는 현장검사 및 민원조사를 통해 부당권유 등이 확인된 개별 사례의 경우 최대 40%까지 배상비율을 인정했다.

홍콩ELS 분쟁조정기준. 금융감독원 제공.
홍콩ELS 분쟁조정기준. 금융감독원 제공.

사안별로 보면 2021년 2월 암 보험 진단금을 정기예금에 예치하러 온 KB국민은행 40대 고객 A씨는 최종 60%의 배상 비율이 정해졌다.

고객 정보를 형식적으로 파악한 ‘적합성 원칙’ 위반 및 설명의무 위반으로 30%(기본배상비율), 여기에 대면가입(10%p), 예·적금 가입목적 인정(10%p), 투자자정보확인서 상 금융취약계층(5%p), ELS 최초투자(5%p) 등 가산요인을 합한 결과다.

신한은행 사례는 70대 고령 고객이 투자성향 분석 시 직원이 답변을 유도하고, 통장 겉면에 투자상품이 아닌 확정금리 상품으로 오인할 수 있는 내용을 기재해 적합성 원칙 위반, 부당권유 금지가 더해지며 기본배상비율이 40%가 됐다.

추가로 대면가입(10%p), 만 65세 이상 고령자(5%p), 서류상 가입인 성명·서명 누락(5%p), 녹취제도 운영 미흡(5%p) 등 가산 요인과 과거 주가연계신탁(ELT)에서 지연상황 경험(5%p), 특정금전신탁 매입규모 5000만원 초과(5%p) 등 차감 요인이 더해져 최종 배상비율은 55%다.

NH농협은행 사례는 역시 고령인 70대 고객의 투자성향을 부실하게 파악해 공격투자자로 분류하는가 하면, 손실 위험을 왜곡해서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통장 겉면에 확정금리로 오인할 수 있는 내용을 기재하고 고령자 보호에 미흡했다는 게 금감원 판단이다.

기본배상비율은 40%로 인정됐다. 대면가입(10%p), 고령자(5%p), 모니터링콜 부실(5%p), 고령자 보호기준 미준수(5%p), 서명 누락(5%p) 등 가산요인과 과거 ELT 지연상환 경험(5%p) 등 차감요인을 반영해 최종 손해배상비율은 65%다.

하나은행 사례에선 40대 고객의 투자목적, 재산상황, 투자경험 등을 실질적으로 파악하지 않고 문자로 ELT 가입을 권유하고 손실위험을 누락했다. 적합성 원칙 추가 위반으로 기본배상비율은 30%다.

모바일로 가입한 형태지만 실제로는 지점에 방문해 가입한 경우여서 대면가입으로 10%p 가산 요인을 인정받았다. 다만 ELT에서 지연상환 경험이 있고(5%p), 매입규모가 5천만원을 초과(5%p)해 최종 배상비율은 30%다.

SC제일은행은 ELS 투자경험이 없는 고객의 투자성향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왜곡된 자료를 활용해 손실 위험을 오인하게 설명했다. 적합성 원칙 추가 위반으로 기본배상비율은 30%다.

추가로 대면가입(10%p), 예·적금 가입목적(10%p), ELS 최초투자(5%p), 모니터링콜 부실(5%p) 등 가산요인에 가입규모 5000만원 초과(5%p) 차감요인을 반영 최종 배상비율은 55%다.

이번 분쟁조정은 신청인과 판매사가 조정안을 제시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수락시 조정이 성립한다. 조정 성립은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있다.

분조위 결과는 향후 나머지 조정대상의 자율조정 기준점이 된다는 측면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만 투자자들은 결과에 반발하며 집단 소송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결과를 지켜본 한 투자자는 “고령의 투자자가 갑자기 ELS에 투자할 이유가 뭐가 있겠냐”며, “원금보장상품인 줄 알고 있는 노인에게 투자자 성향조차 은행 입맛대로 바꿔 가입시켰으면 100% 보상해 주는 것이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투자자 목소리를 대변하는 금융정의연대 관계자는 “마치 준비했다는 듯이 일괄 처리되는 분조위 결과에 기대가 높지 않았다”며, “과거 사모펀드 등 다른 불완전판매 상품의 경우에도 분조위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은 만큼 향후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분조위 결정을 통해 각 은행별·판매기간별 기본배상비율이 명확하게 공개됨에 따라 금융소비자와의 자율조정이 보다 원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분조위 결과 공개 이후 피해 투자자들을 모으는 법무법인들의 움직임이 온라인상에서도 감지되는 등 불완전판매를 들어 ‘원천무효’를 주장하는 집단소송이 벌어질 거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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