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및 MZ세대·소외계층 위한 금융상품 출시 필요

대구은행 서울영업부 오프라인 창구
대구은행 서울영업부 오프라인 창구

“고객님, 통장계좌 만드시고 싶은데 신분증 놓고 오셨어요? 모바일로 'iM뱅크' 설치하시면 집에서도 간편하게 계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서울 무교동에 위치한 DGB대구은행 서울영업부를 직접 방문한 결과, 오프라인 창구 직원이 고객들에게 모바일 앱 ’iM뱅크’ 설치를 권장하는 모습을 다수 발견할 수 있었다.

28일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을 계기로 임시주주총회에서 상호변경에 대한 정관 개정을 결의하고 오는 6월 5일부터 ‘iM뱅크’로 사명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6월 5일부터 정관 변경을 시행하고 대구은행 본점에서 그룹 NEW CI 선포식 및 간판 제막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구은행 오프라인 창구에선 시중은행 전환에 앞서 “이미 개인 소비자에 대한 주요 업무를 ’iM뱅크’로 진행하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대구은행 서울영업부 창구 직원 A 씨는 “시중은행 전환 발표 이전부터 소비자에게 많은 업무를 ’iM뱅크’ 앱으로 안내했다”며 “아직 사명이 전격적으로 교체된  건 아니기 때문에 평범한 창구 직원과 고객이 피부로 느끼는 엄청난 변화는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 “은행산업의 과점 체제를 깨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2월 대구은행은 지방은행 중 유일하게 시중은행 전환 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금융당국은 심사를 거쳐 이번달 16일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승인했다. 

시중은행이란 전국적인 영업망을 가진 상업은행(Commercial Bank)을 말한다. '시내에 있는 은행'이란 뜻으로 지방은행과 구분해 수도권에 오프라인 영업망을 가진 은행을 말한다. 다만 온라인 중심의 영업행태가 일반화되면서 그 구분의 실익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시중은행이 출범하는 것은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2년 만으로, 현재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과 SC제일·한국씨티 등 외국계 은행 2곳에 이어 대구은행이 일곱 번째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되며 기대되는 가장 큰 부분은 단연 디지털 역량 확대이다. 황병우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은 17일 ’DGB금융그룹 창립 13주년 기념식’에서 “디지털과 핀테크 부문 강화를 주력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 일환으로 대구은행은 상반기 내 디지털본부와 iM뱅크 전략부를 서울로 옮길 예정이다.

대구은행은 디지털 인재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제2회 디지털 인재 양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비수도권 전국 대학(원)생과 청년을 대상으로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금융 관련 서비스 및 상품 아이디어를 접수 받고 12월 본선대회를 시작했다. 

올해 1월 ▲아마존 웹 서비스(AWS)의 집중 교육 ▲브레인 트러스트 ▲DGB금융그룹 IT 멘토와 함께하는 연구 프로젝트 등을 거쳐 이번달 22일 파이널 라운드를 개최했다. 

대구은행 서울영업부 오프라인 창구
대구은행 서울영업부 오프라인 창구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에 따른 지방은행 디스카운트 해소를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나이스신용평가는 DGB금융 신용등급과 전망을 각각 ‘AAA’, ‘안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KB국민은행, 신한은행과 같은 수준이다. 그러나 대구은행이 발행하는 선순위채권 금리는 시중은행과 비교해 4bp 높은 수준으로 발행하고 있다. 후순위채권과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21~25bp 높게 발행한다.

다만 아직까지는 소비자가 피부로 느낄정도로 파격적인 상품이 출시된 건 아니다. 현재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을 기념해 ‘DGB함께예금’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다음달 16일까지 판매되는 해당 상품은 기본 연 3.70%~4.15% 금리를 제공한다. 가입금액은 100만원 이상으로 가입 기간은 1년이다. 이를 두고 현장 고객들 중에선 “약하다”는 의견이 있다.

대구은행 서울영업부를 방문한 한 고객은 “시중은행으로 전환됐다고 언론이 대서특필한 것에 비해 파격적인 예적금 상품은 아직 체감하진 못하겠다”라며 “소외계층 고객들에게 많은 금융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을 선보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에 발맞춰 거점 점포도 확대한다. 대구은행은 오프라인 창구가 없는 강원 원주시를 시작으로 호남, 충청, 제주 지역으로 점포 확장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며 사명을 iM뱅크로 바꾼 건 대구·경북 지역 출신이라는 소비자들의 짙은 인식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된다”며 “특히 색깔이 강한 지방에 오프라인 창구 진출을 시도하는 경우 소비자들에게  파격적인 금리 등을 제공해 유입을 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은행의 자산 규모는 약 80조원으로, 자산 1위인 KB국민은행(약 540조원)의 7분의 1 수준이다. 금융권에선 대구은행이 기존 시중은행과의 체급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객들에게 지방은행 출신이라는 인식을 최대한 빨리 잊도록 만드는 게 선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그는 “MZ세대의 경우 기성세대와 다르게 출신지역에 대한 애착이나 정치적 이념보단 오직 금융상품의 가성비를 따지는 경향이 강하다”며 “젊은 세대의 특징을 잘 파악해 상품을 내놓는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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