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효성·한화·한미 등 위기 속 형제경영체제 확립 가속
상반기 마무리.. 하반기 경영 시너지·성과 창출 주목

(왼쪽부터)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 SK그룹 제공
(왼쪽부터)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 SK그룹 제공

고금리·고물가·전쟁 등의 여파로 국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내 주요 그룹 오너들이 가족 간 결속을 굳건히 다져가는 모습이다. 사촌이나 형제 간 ‘공동 경영’을 통해 복합적인 위기를 타개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는 것.

18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이 공동 경영 체제를 한층 강화한 가운데 오는 28일부터 29일까지 경영전략회의에 나선다. 기존 확대경영회의에서 명칭을 바꾼 이번 회의에서는 그룹 내 각 사업을 점검하고 최적화하는 작업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은 지난해 12월 최태원 회장의 사촌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자리에 앉히면서 사촌 경영을 공고히 한데 이어, 최근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을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에 선임했다. 최 수석부회장에게 그룹의 핵심축 중 하나인 에너지 사업 전반을 책임지는 중책을 맡기면서 형제 경영을 확대한 것이다.

특히 최 수석부회장은 연말 정기 인사가 아닌 연중 수시 인사라는 점에서 주목도가 높았다. 통상 정기 인사를 실시해오던 SK의 이례적인 원포인트(one point) 인사였기 때문이다. 이에 재계 안팎에서는 석유화학, 배터리 등 SK의 주력 사업이 흔들리면서 계열사 매각설 등이 이어지자 오너가(家) 인물로 책임 경영을 강화하면서 위기를 잠재우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최근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항소심 판결 여파로 지배구조에 대한 위기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형제인 최 수석부회장을 든든한 '내 편'으로서 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최태원-창원-재원 3인의 체제를 확립한 SK그룹은 이달 말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사업 안정화를 꾀하고 이혼소송 리스크 해결책을 찾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효성그룹 제공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효성그룹 제공

효성그룹도 지난 14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장남 조현준 회장과 삼남 조현상 부회장의 지주사 2개 체제 재편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효성은 다음달 1일 본래 지주사 ㈜효성과 신설 지주사 'HS효성'의 2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  

이번 지주사 분리로 계열사 분할까지 마무리되면 조 회장은 지주사 ㈜효성과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화학 등을 맡고, 조 부회장은 신설 지주사 HS효성과 효성첨단소재 등을 이끌게 된다. 

효성의 이같은 조치는 지주사별로 사업 분야와 관리 체계를 전문화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겠다는 복안이다. 조 회장은 기존 주력 사업 강화에, 조 부회장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사업의 확대에 방점을 찍고 내실을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계열 분리로 완전한 독립경영 체계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향후 계열 분리를 위한 지분 정리와 상속세 납부 문제, 차남 조현문 효성 전 부사장의 법적 대응에 대한 대비책 마련 등이 과제로 남아 있다.

한화그룹은 올해 초부터 형제 공동 경영 체제를 굳히고 오너가 삼형제가 각 부문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과 차남 김동원 사장, 삼남 김동선 부사장이 각각 그룹의 핵심 사업을 맡아 존재감을 키워가는 중이다. 그룹이 영위하고 있는 사업의 종류가 방산, 에너지, 금융, 유통 등 다양한 만큼 각 분야에서 최고의 역량을 이끌어내려는 모습이다.

삼형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나란히 참석하는 등 글로벌 경영환경을 공동으로 점검하는 행보로 관심을 모았다. 최근에는 김 회장이 삼형제가 맡고 있는 각 사업 현장을 직접 방문해 그룹을 세 아들이 함께 이끌어간다는 메시지를 직접 전하기도 해 주목받았다.

다만 한화그룹은 승계 과정이 평탄하지 않을 것으로 시각이 일반적이다. (주)한화 지분 문제가 남아 있어 추가적인 사업 재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이 그룹의 핵심 주축인 가운데 경영권 분쟁 소지 없게 지분을 분배해 안정적인 승계를 이뤄내야 하는 상황이다.

(왼쪽부터)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한화그룹 제공
(왼쪽부터)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한화그룹 제공

올해 초부터 오너가 경영권 분쟁으로 한 차례 큰 소란을 겪었던 한미약품그룹은 장남과 차남의 형제 경영 체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미약품은 이날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고(故) 임성기 창업주의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와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를 한미약품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임 이사의 대표이사 선임안을 논의할 이사회는 이날 열리지 않았지만 향후 이사회 안건까지 무사히 의결되면 지난 4월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로 복귀한 임 대표와 함께 형제 공동경영 행보를 본격화 할 전망이다. 다음 이사회 일정은 조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미 두 형제는 '뉴(new) 한미'를 표방하며 ▲국내사업 ▲제조사업 ▲마케팅사업 ▲개발사업 ▲국외사업 등 5개 주요 사업부와 연구센터로 개편하는 '5+1' 체제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또 바이오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기업으로 변화시켜 한미약품을 5년 내 시가총액 50조원 규모의 제약사로 만들겠다는 목표도 내걸었다. 형제 공동경영을 통해 이같은 전략 추진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다만 두 형제에게는 자금 마련이 큰 과제로 남아 있다. 상속세 납부 문제가 코 앞에 다가왔고 주주들에게 약속한 전략 실행을 위해서는 자금 조달도 필수인 상황이다. 실제로 주주들을 중심으로 자금 마련을 위한 방안을 보여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불확실한 경영 상황 속에서 대기업들이 형제 공동 경영을 강화하며 변화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며 "상반기 전후로 체제를 확립한 만큼 하반기에는 남은 과제를 해결하고 이들 체제를 통한 시너지 등 조기에 반드시 뚜렷한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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