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집단 신뢰도 저하...각종 추문과 부조리 이어진 탓
1995년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정치는 4류, 관료행정은 3류, 경제는 2류" 발언이 큰 충격을 던져줬는데 30여년이 흐른 지금도 우리 국민은 여전히 이같은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인, 공무원, 경제인 등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30여전 이 회장이 매겼던 순서, 그대로라는 얘기다.
창간 12주년을 맞은 <스트레이트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15~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8명을 대상으로 정치인, 공무원, 경제인, 문화예술체육인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정치인에 대한 불신감이 83.7%로 가장 팽배한 것으로 나왔다. 이어 공무원 67.3%, 경제인 58.6%, 문화예술체육인 45.3% 순이다.
정치인에 대한 '신뢰' 응답률은 13.6%에 그쳤고, 공무원은 30.4%, 경제인 38.0%, 문화예술체육인 49.6%로 조사됐다.
전체적으로 지난해보다 불신감이 높아졌다는 점은 그만큼 최근들어 각계 각층의 추문과 부조리가 잇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정치인은 지난해보다 불신 응답률이 1.6%포인트, 공무원은 3.8%포인트, 경제인은 12.4%포인트, 문화예술체육인은 4.2%포인트 상승했다. 여야 대치정국 장기화로 정치혐오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점이 정치인 불신으로 이어졌고, 의정갈등 등의 상황에서 무력한 공무원들에 대한 실망감 등이 반영된 결과다.
경제인은 지난해 신뢰 응답률이 불신 응답률을 앞섰지만 올해는 크게 '역전'됐다. 불경기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카카오사태, 쿠팡사태 등 뉴스를 장식하는 일부 경제인들의 행태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조원씨앤아이측 분석이다.
지난해 조사에서 신뢰 응답률이 불신보다 12.9%포인트나 앞섰던 문화예술체육인도 이번 조사에서는 그 차이가 오차범위내인 3.3%포인트로 좁혀졌는데 최근 음주뺑소니로 큰 물의를 빚은 가수 김호중 사건,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도박 및 마약 연루 사건 등이 부정적 평가 요인으로 꼽힌다.
국민은 정치인에 대해서는 지역·연령·성·이념성향을 불문하고 매우 높은 불신감을 보였다. 상대적으로 관대한 70세 이상 최고령층조차도 불신 응답률이 75.4%나 치솟았다. 공무원도 정치인보다는 덜하지만 비슷한 평가가 이어졌다.
경제인에 대해서는 지역과 연령, 이념성향별로 차이가 엿보인다. 수도권과 충청, 호남보다는 영남과 강원·제주 등이 비교적 관대했고, 연령별로도 50대 이하는 불신, 70세 이상은 신뢰에 방점을 찍었다. 50대는 불신 50.4%, 신뢰 45.6% 응답률로 오차범위를 약간 넘는 선에서 불신 응답률이 높게 나왔다. 또 진보층은 불신, 보수층은 신뢰 응답률이 앞선 가운데 중도층은 불신 61.2%, 신뢰 36.7%로 높은 불신감을 보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100% RDD 방식)를 실시한 결과이며 표본 수는 2008명(총 통화시도 7만 4393명, 응답률 2.7%),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2.2%포인트이다. 통계 보정은 2024년 5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 성·연령·지역별 가중치 부여방식(림가중)으로 이뤄졌다. 자세한 내용은 조원씨앤아이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스트레이트뉴스 김상환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