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피플리 이민재 대표

하리보 해피월드 전시장 내부 전경
하리보 해피월드 전시장 내부 전경

알록달록하면서 중독성 있는 달콤한 젤리.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고 씹으면 동심으로 돌아가는 하리보는 독일에서 시작돼 역사만 100년이 넘은 전세계 대표 젤리 브랜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젤리인 곰모양 ‘골드베렌’ 젤리가 지난 2022년 10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한 골드베렌의 생일 파티가 세계 최초로 서울 인사동에서 열렸는데 25만 명이 찾았다.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전시산업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이렇게 하리보 젤리를 미디어 아트로 구현해 흥행기록을 세운 전시회사가 바로 ㈜피플리다. 피플리는 하리보와 같이 IP 기반의 전시를 비롯해 뉴미디어 컨텐츠(AR, VR, 프로젝션 맵핑)를 중심으로 박물관, 미술관 전시를 기획, 제작하고 있다. 하리보 골드베렌 100주년 전시도 작품과 히스토리, 미디어까지 함께 담을 수 있는 전시를 오랜 시간 고민하고 하리보 독일 본사에 직접 제안해 실행에 옮긴 결과물이었다.

전시의 새로운 스탠다드를 만들어 가는 이 회사는 아이템 발굴, 상품 개발과 마케팅 그리고 수출까지 전시 사업의 수직계열화로 전시 배급 비즈니스를 실현하고 있다. 또한, 국내 국공립 미술관 및 박물관 대상으로 최상급 미디어 전시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전시 해설이 담긴 국내 최대 전시 오디오 가이드 플랫폼 ‘큐피커’도 피플리에서 운영하는 서비스다.

요즘 피플리 임직원들은 지난 전시 흥행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한층 더 컬러풀하고 풍성해진 볼거리로 채워질 <하리보 해피월드 인 제주(HARIBO HAPPY WORLD IN JEJU) – 젤리섬으로의 초대> 전시 준비에 한창이다.

2016년 회사를 창업해 전시 콘텐츠를 제작∙배급하고 자체적으로 전시를 기획∙운영하며 티켓 구매와 오디오 가이드까지 전시의 새로운 스탠다드를 만들어가고 있는 이민재 대표로부터 전시 준비와 함께 피플리가 추구하는 전시 콘텐츠 사업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지난해 세계 최초로 열린 <하리보 골드베렌 100주년> 기념전이 예상을 뛰어넘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10개월 동안 25만명의 관람객이 찾아주셨다. 내부적으로는 흥행을 예상을 했지만 업계 반응은 그렇지 않았다. 디즈니같이 관련 미디어가 풍부한 캐릭터나 미술 작품이 아닌 식품 브랜드가 팝업도 아닌 유료 전시로 관람객을 끌어 모으는 경우가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피플리가 하리보에서 주목한 건 식품회사라는 타이틀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이미지와 스토리였다.

하리보는 100여년 전, 독일 본의 작은 세탁소에서 시작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젤리 브랜드가 되었다. 그리고 현재 무려 1,500개가 넘는 디자인의 젤리가 시판되고 있다. 풍부한 이야기와 방대한 볼거리, 그리고 젤리가 가지고 있는 친숙함과 다양한 감각 등 흥행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브랜드 IP를 관객들에게 충분한 전시의 소재로 느껴지도록 하는 피플리만의 노하우가 크다고 생각한다. 피플리는 하리보 이전까지 자체 전시가 아닌 다양한 전시 콘텐츠를 기획∙제작해왔다. 덕분에 우리가 만든 콘텐츠가 실제 관객들에게 어떻게 소비되는지 빠른 시간에 많은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쌓아온 데이터에 따라 모두가 즐길만한 콘텐츠를 중심으로 제작했고, 관객들의 반응은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반대로 피플리만의 자체 전시인 만큼 실무자들의 창의성도 최대한으로 확장해봤다. 실무자들은 움직이지 않는 젤리에 어떤 이야기와 움직임을 넣어야 사람들이 사랑하게 될지 매우 진솔하게 고민했고, 이 진솔함이 좋은 결과물을 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본다.

피플리 이민재 대표
피플리 이민재 대표

- 올 7월 제주에서 오픈하는 <하리보 해피월드 인 제주>는 어떤 특징이 있고, 지난 서울 전시와 달라진 관람 포인트는 무엇인가

이번 전시는 ‘모든 것이 다르다’라고 먼저 소개드리고 싶다. 서울전시가 한복판, 빌딩 숲 가운데서 벌어진 화려한 파티였다면 제주 전시는 보다 비일상적인, 말하자면 탐험이나 여행을 테마로 하고 있다.

콘셉트 뿐 아니라 실제로 서울전시와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국내 최대 휴양지인 제주에서 개최되는 만큼 베뉴도 한라산이 한 눈에 보이고 실내로 자연광이 들어오는 곳을 선정했고, 여행 중에 전시를 방문하게 될 새로운 관람객 층을 위해 관광에 맞는 제휴와 이벤트도 계획되어 있다. 서울 전시를 이미 보셨다면 오히려 하나의 IP가 가진 놀라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 이번 전시를 상설전으로 기획한 이유는

피플리는 IP를 전시로 만들어 전세계에 배급한다. 이를 위해 글로벌 흥행이 가능한 하리보를 선택했고 특별전의 행태로 IP의 임팩트를 검증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은 인사동의 전시장을 선택해서 글로벌화의 가능성을 판단했다.

상설전은 내국인 수요만으로는 한정적이다. 국제적인 관광상품이 되어야 수익성을 극대화 할 수 있기때문에 국내외 홍보시간을 염두해서 1년 이상 운영하는 상설전으로 기획하게 되었다.

- 현재 준비 상황과 준비 과정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나 기억에 남는 점이 있다면

서울 전시 이후로 여러 나라와 도시에서 유치 제안이 들어왔다. 최적의 위치를 찾기 위해 많은 검토와 현장 실사를 진행하며 이제 부동산 전문가가 되었다고 이야기할 정도다. 

현재 전시장의 제작 공정은 95% 마무리가 되었고 하리보 본사와 매주 회의를 하며 관람객을 맞이할 막바지 준비와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전시의 디테일을 살리는 공간의 자재 제휴사로 노루페인트와 현대L&C 그리고 전시 결합상품 제휴사로 신한카드가 참여하며 폭넓은 마케팅 전개를 준비 중에  있다. 오픈 이후에도 다양한 브랜드사와의 공동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으며,  행복을 만끽할 수 있는 ‘하리보다운’ 전시 브랜딩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마케팅본부에서 힘써주고 있다.

- 어떤 기준으로 라이센스 글로벌 IP 라이선스 브랜드를 정하나

피플리는 장르를 제한해 발굴하지 않는다. 순수 미술, 영화, 음악, 브랜드… 무엇이든 그 가능성이 보이면 도전한다. 이러한 작업을 전시사업본부에서 수행하는데, 자세히 알려드릴 수 없지만 자체 기준을 갖고 있다. 먼저, 전시로 전달할만 한 ‘스토리’의 파워가 어느정도인지 검토한다. 특히 출시 이후 최소 3년 이상이 된 IP부터 검토하는데 이 정도 시간이 지나야 일정량의 스토리 파워를 획득하는 것으로 본다. IP가 출시된 시점부터 쌓아온 세계관과 히스토리를 검토해 1차적으로 리스트업 한다.

그리고 나서 이 IP가 가져올 수 있는 수익성을 검토하는데, 이때 티켓 파워와 중요한 부가 수익인 MD 매출이 얼마나 될지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모든 요소를 종합하여 최종적으로 내부경쟁을 통해 IP를 선정하게 되는데, 이 과정은 각 담당자의 감각 뿐 아니라 곳곳에서 쏟아지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과정이 필수다.

- 피플리의 전시사업은 대부분 글로벌 IP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와 같은 사업모델을 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피플리는 해외 배급이 보장된 IP와 계약을 하는데, 이는 아시아 시장을 단일 시장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전시는 언어의 장벽이 아주 낮기 때문에 많은 국가에 판매가 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프랑스의 하리보 뮤지엄의 설계 작업도 피플리가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 타이틀에 ‘in 제주’가 있는 것도 하리보 해피월드를 다양한 국가로 확장하기 위한 브랜딩이라고 보면 된다.

하리보 해피월드 전시장 외부 전경
하리보 해피월드 전시장 외부 전경

- <하리보 해피월드 인 제주>를 통해 기대하는 목표는

이번 전시는 6개의 존으로 구성된 블록버스터급 전시인만큼 주차장을 포함한 편의시설에 신경을 썼고 다양한 구성의 아트샵 상품을 자체 개발했다. 때문에 관람객이 <하리보 해피월드 인 제주>에 오셨을 때 세계에서 가장 즐거운 하리보 월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 코로나 이후 전시장에도 많은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피플리는 변화에 대체하는 것을 넘어 업계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사업 비전과 차별점이 무엇인가

코로나는 오히려 전시 시장의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과거 극장이 차지하던 데이트와 여가의 수요가 다양한 팝업이나 전시로 이동했다. 그 순간을 목격하고 전시 시장은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국가에서 전시장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전시장이 아닌 공간에서도 팝업과 전시가 열리는 시대다.

그래서 검증된 글로벌 IP를 기반으로 세계 시장에 배급하는 사업 모델로 확장을 했고, 기획과 제작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많은 IP들이 피플리와 협업하길 원하고 있다. 특히 미디어 기술과 전시 스토리텔링 실력에 있어서는 국내 최고라고 자부한다.

- 이번 전시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꿀팁이 있다면

젤리섬의 중심으로 들어가시면 하리보 비치타운이 나온다. 그곳에서 누구나 좋아하는 보물 찾기를 할 수 있다. 컬러, 맛, 모양 등 다양한 키워드에서 보물을 찾으면 하리보 해피월드 골드코인을 선물로 받을 수 있다.

- 피플리가 전시 콘텐츠 사업을 통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관람객의 인생 전시가 갱신되는 매 순간을 피플리가 함께했으면 한다. 피플리는 전시 비즈니스의 고도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피플리 플랫폼인 큐피커를 통해 13만 고객에게 자체 전시를 포함한 전시 티켓, 음성전시해설을 판매하고 있다. 플랫폼 구매자의 특성을 포함해 전시 애호가의 반응을 분석해 전시를 기획하고 양질의 전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큐레이션 한다.

하반기에는 <하리보 해피월드 인 제주>를 시작으로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과 안녕인사동에서 2개의 자체 전시를 개막한다. 피플리가 설계하는 전시 비즈니스 모델은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했던 전시가 한 달에 한 번, 나아가 시간이 날 때 언제든 즐길 수 있는 취미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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