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 국내외 입지·PB제품 강화 등 지속성장 '가속페달'
이경후·선호 '승계 키' 부상.. CJ 지분 확보 위한 '지렛대'로
남매경영? 계열분리?.. 그룹 승계구도 변화 가능성도 주목

올리브영 대표 매장. CJ올리브영 제공
올리브영 대표 매장. CJ올리브영 제공

실적 곡선이 상승하며 CJ그룹 내에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CJ올리브영이 향후 오너가 승계 작업을 뒷받침하는 지렛대 역할을 할 전망이다. 오너가 4세 남매인 이경후·선호 경영리더의 승계에 속도가 붙는 가운데 CJ올리브영의 역할과 승계 구도에 이목이 집중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은 최근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해외에선 자체 브랜드(PB) 제품의 드럭스토어·이커머스 입점을 늘리며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국내에선 관광객 특화 매장 등 해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적극 펼치고 있다.

현재 CJ올리브영은 중국에서 두 개의 해외법인을 운영 중이며, 지난 5월엔 해외 진출 핵심 국가로 설정한 일본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4월 홍대타운점을 외국인 대상 특화매장으로 열었다. 하반기에는 '팝업 성지'로 부상 중인 서울 성수동에 외국인을 위한 최대 규모의 특화매장을 선보인다.

특화매장은 '럭스 에디트' 등 프리미엄 제품과 식품 진열을 확대하고 팝업과 전시, 메이크업 존 등 체험 공간을 조성한 게 특징이다. 방문객들의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높은 수익성을 보장하는 PB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PB로는 웨이크메이크, 브링그린, 필리밀리 등 9개가 있으며, 매출은 전사 매출에서 7%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향후 비중을 확대해 판매뿐 아니라 화장품 회사로서의 사업 영역도 넒히겠다는 목표다.

CJ올리브영의 이같은 공격적인 행보는 올리브영이 그룹 내 다른 계열사보다 큰 성장세가 기대되면서 승계 작업에서 필요한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캐시카우'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국내 H&B(헬스&뷰티) 시장에서 경쟁사들을 연이어 철수시키고 홀로 살아남아 독주해 온 CJ올리브영은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매년 실적이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3조8682억원의 매출과 460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39%, 70%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3분기부터 분기 매출은 1조원대를 넘겨 주목받기도 했다.

이어 올해 1분기에도 매출은 1조7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2% 늘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37.1% 증가한 1059억원을 기록했다. 별도 영업이익은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해 CJ올리브영의 성장세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면서 그룹 안팎으로는 CJ올리브영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그룹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최근 CJ올리브영이 사모펀드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X)로부터 지분을 되사오는 등 글랜우드PX가 보유 중이던 CJ올리브영 지분을 모두 정리하면서 IPO 대신 지주사 CJ와의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 5월 글랜우드PE는 보유 중이던 CJ올리브영 지분 전량(22.6%)를 CJ그룹과 특수목적법인(SPC)에 넘기는 절차를 마쳤다. CJ올리브영이 자사주 형태로 11.3%를 사들이고 재무적 투자자(FI) 신한은행이 참여한 SPC 한국뷰티파이오니어가 나머지 11.3%를 인수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거래금액은 총 7800억원이다.

본래 글랜우드PE는 2021년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로 CJ올리브영에 4140억원을 투자하며 지분 22.6%를 확보했다. 이에 같은해 11월 미래에셋과 모건스탠리를 상장 주간사로 선정하고 IPO를 추진했는데, 2022년 증시가 불안해지며 적정한 기업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게 되자 IPO를 잠정 중단한 바 있다.

그런 와중에서도 CJ올리브영은 오프라인 H&B 강자로 점차 성장했고 기업가치도 3조45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됐다. 글랜우드PE가 CJ올리브영 프리IPO에 나서려고 했던 2021년(1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CJ올리브영의 성장세가 올해 하반기까지도 이어지면서 기업가치가 5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왼쪽)와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 CJ그룹 제공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왼쪽)와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 CJ그룹 제공

이런 상황에서 글랜우드PE가 IPO를 통한 차익을 택하는 대신 투자금을 회수하자, CJ그룹은 CJ올리브영 상장을 추진하는 대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양상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지주사 CJ와의 합병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자녀인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와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가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서는 CJ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지분 확보나 증여세 등 부담이 수반된다. 이를 CJ올리브영으로 해소하면서 경영 승계 과정에서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CJ올리브영의 최대주주는 지주사 CJ(51.15%)이며 이어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경영리더가 11.04%로 3대 주주, 장녀 이경후 경영리더가 4.21%로 5대 주주다.

이 가운데 지주사 CJ가 CJ올리브영을 흡수합병하면 CJ올리브영 주주들은 합병의 대가로 CJ올리브영 지분과 CJ 지분을 교환할 수 있게 된다.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가 높아질수록 주주들이 받을 수 있는 CJ 지분도 늘어나는 구조다. 즉 상장을 통한 자금으로 승계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는 것보다 합병으로 직접 지주사 CJ 지분을 확보하는 게 4세들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CJ올리브영이 지난해 영업이익이 4000억원을 넘어서면서 IPO를 통한 자금 조달 필요성이 사라졌다고 진단하고 합병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CJ올리브영이 4세 경영승계 작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남매의 승계 구도에도 관심이 쏠린다. 'CJ올리브영 활용'이 변화하면서 승계 과정에서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본래 재계 안팎에서는 장남인 이선호 경영리더를 중심으로 승계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올해 초 CJ 인사에서 이경후·이선호 경영리더의 승진 인사가 없는 한편, 이경후 경영리더의 미디어 사업에서의 역할이 확대되고 그의 배우자인 정종환 CJ글로벌인티그레이션 실장의 존재감도 커지게 됐다.

선대인 이재현 회장과 여동생 이미경 부회장이 남매 경영을 펼치며 이 회장이 사업 전반을, 이 부회장이 미디어 사업을 담당하며 함께 그룹을 이끌어온 행보가 재현될 것이라 예상됐지만 이경후·선호 남매의 승계 과정에서는 '계열 분리'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경후 경영리더는 올해 승진을 하진 않았으나 올해부터 음악콘텐츠사업본부 CCO를 겸직하게 되는 등 역할이 커졌다. 여기에 그의 배우자인 정 실장은 CJ ENM의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게 됐다. 예능사업본부, 글로벌사업, 콘텐츠 유통사업 등을 진두지회하며 콘텐츠 기획과 제작 역량을 강화하고 국내외 유통망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이선호 경영리더는 CJ제일제당 중심의 식품 사업을, 이경후 경영리더는 CJ ENM 중심의 미디어 사업을 담당하는 등 역할이 나눠져 승계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CJ그룹 측은 이같은 분석에 대해 정해진 바 없다며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경후·선호 남매가 각각 CJ ENM과 CJ제일제당에서 승계를 위한 경력을 다지고 있는 만큼 각자의 성과에 따라 향후 승계 구도가 결정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선호 경영리더가 회장직을, 이경후 경영리더가 부회장직을 맡을 수 있으나 성과에 따라 반대의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매출 17조8904억원, 영업이익 8195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바이오 등 부진으로 전년 대비 하락하긴 했으나 식품사업 부문이 해외에서 고속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CJ ENM은 올해 회복세에 진입한 상태로, 하반기 핵심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흑자 기조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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