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百 강남점 이어 잠실점도 리뉴얼 연기
점포 정리·예산 축소 등 수익성 개선 안간힘
중소형점 활성화·고상품군 매출 확대도 시급
고금리·고물가 장기화에 소비침체도 지속되면서 백화점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 1위인 롯데백화점 역시 부진 타개를 위해 점포 리뉴얼(재단장)에 나섰다. 다만 비용 부담으로 계획보다 시기가 늦어지고 있어 당장의 위기를 극복하고 실적 방어에 성공할 수 있는 확실한 해법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내년 5월 식품관을 시작으로 잠실점을 리뉴얼하기로 결정했다. 잠실점은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 대표이사(롯데백화점 대표)가 2022년부터 추진 중인 '8대 점포 리뉴얼 계획'에서 핵심인 곳이다.
8개 점포는 본점·잠실점·강남점·인천점·수원점·동탄점·부산본점·광복점 등으로, 이 중 잠실점은 롯데백화점이 운영하는 32개 점포 가운데 매출이 가장 많은 곳이다. 또 명품관 에비뉴엘·롯데월드몰과 인접해 있고 잠실 롯데타운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경기침체 속 방문객 유입 위해 체험형 콘텐츠에 집중키로 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미래 성장을 이루기 위한 것으로, 최근 리테일 트렌드에 맞춰 고객들에게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점포 리뉴얼은 이같은 계획의 핵심으로 꼽힌다.
그러나 비용 문제 등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면서 당초 계획보다는 속도가 안나는 모습이다. 롯데백화점은 그동안 잠실점 리뉴얼을 연내 시작할지 내년으로 넘길지 고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내년 상반기로 연기한 것은 매출 타격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반영됐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롯데백화점의 주요 점포들이 경쟁사보다 매출을 내지 못하고 있는 탓도 크다. 지난해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백화점 매출 1위로 올라선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치열한 매출 경쟁을 펼쳤지만 정상을 차지하지 못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매출은 지난해 약 3조1000억원으로 사상 첫 연매출 3조원을 넘어섰으며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약 2조7600억원(에비뉴엘·롯데월드몰 포함)에 그쳤다.
전체 지점으로 봤을 때도 실적이 부진한 편이다. 지난 1분기 롯데백화점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7864억원과 92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0.3%, 28.4% 줄었다. 이같은 상황에 리뉴얼 작업까지 미뤄지자 정 대표의 청사진에 얼룩이 지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앞서 롯데백화점은 강남점 리뉴얼을 위한 준비를 해왔으나 자금 확보가 쉽지 않은 데다 매출이 높은 잠실점을 리뉴얼하는 게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강남점이 우선순위에서 밀린 바 있는데, 최근 잠실점 리뉴얼도 연기된 것이다.
이에 현재로서는 수원점에 집중할 것이란 시각이 대체적이다. 정 대표는 특례시로 발돋움한 수원시의 위상에 따라 이곳을 대표할 '랜드마크'가 필요하다고 보고 수원점을 10년 만에 리뉴얼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작업을 마쳤다.
수원점의 새로운 이름은 '타임빌라스 수원'으로, 기존 백화점에서 벗어나 프리미엄 복합 쇼핑몰로 전환했다. 단순히 브랜드를 재정비하고 외관을 다시 꾸미는 수준을 넘어 백화점과 쇼핑몰의 강점을 결합한 '컨버전스 쇼핑몰'을 선보이겠다는 방침 아래 백화점이 지닌 프리미엄 테넌트와 서비스를 쇼핑몰에 적용하고 쇼핑몰의 다양성을 백화점에 반영하기로 했다.
현재 수원점은 올해 상반기 전년 동기(2917억원) 대비 18.7% 감소한 1639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상태다. 리뉴얼로 하반기 실적 개선을 이룰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다. 타임빌라스는 수원점에 이어 대구, 송도에도 개점을 검토 중이기 때문에 수원점의 성공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지난 5월 말 오픈한 수원점 푸드홀 '다이닝 에비뉴'가 2주 만에 약 10만여 명의 고객이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성장세를 하반기까지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백화점의 실적 개선은 올해에도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소비자 소비여력 개선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수원점 리뉴얼까지는 마쳤으나 잠실점, 강남점 등의 리뉴얼이 연기되며 정 대표의 계획이 다소 어긋나게 되자 롯데백화점은 리뉴얼 외에도 위기 타개 방안 마련에 집중하고 있으며 점포 정리, 예산 축소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롯데백화점은 전국 31개 점포의 6~12월 디자인 광고판촉비 예산을 축소 조정했다. 디자인 광고판촉비는 백화점에 있는 판촉물 설치 등에 쓰이는데,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있지만 수익성 개선을 위해 이 부분부터 비용을 절감키로 한 것이다. 또 매출 부진 등 성장률이 더딘 점포를 점검하고 영업을 종료하며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미 지난달 30일 전국 점포 중 매출 최하위권인 마산점의 영업을 종료했다.
대신 지방 중소형점의 경쟁력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단순히 매출 수치만 보고 정리하겠다는 방침은 아닌 것이다. 지난해 말에는 정 대표 직속으로 '중소형점 활성화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기도 했다. 활성화 대책이 가동되는 점포는 대구점, 상인점, 울산점, 포항점 등 지방 10개 점포다.
일각에서는 롯데백화점이 다른 경쟁사들과 차별화되기 위해 더욱 다양한 명품 브랜드 입점을 시도하고 고마진 패션 상품군 매출 확대를 꾀해야 한다고 지적이 나온다.
다만 백화점업계 시장 자체 전망은 밝지 않다. 서현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백화점 산업 성장률을 2%로 추정한다"며 "민간 소비성장률을 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에 롯데백화점이 정 대표 지휘 아래 실적 방어를 꾀하고 기존 업계 1위로서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