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SM 시세조종' 혐의 구속..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직면
이해진·김택진·이재웅·고 김정주 등 '벤처신화 1세대' 재조명
경쟁·동업 30년 '동고동락'.. '부 사회환원' 모델로 주목받기도
국내 굴지의 IT 대기업 일궜지만 경영위기에 '속수무책' 쇠락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의장이 법정 구속된 가운데 1980년 중·후반 대학 시절을 보내며 한국 인터넷·게임 산업을 일군 '벤처 1세대' 인물 5인방이 재조명받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 조종 의혹으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검찰에 구속됐다. 최대 20일인 구속기간 동안 검찰은 김 위원장을 상대로 시세 조종에 직접적으로 개입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한게임'에 이어 '카카오톡'으로 명성을 쌓아온 김 의장이 검찰에 구속되면서 한국 벤처기업 신화의 주역들의 말로가 다시금 재조명 되고 있다. 1세대 벤처 주역 5인방은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를 비롯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재웅 다음 창업자다.
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와 이해진 네이버 GIO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과 서울대학교 86학번으로 같은 시기 대학을 다녔다. 김정주 넥슨 창업자와 이해진 네이버 GIO가 컴퓨터공학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산업공학과다. 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와 이해진 네이버 GIO는 카이스트(KAIST) 동기이기도 하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와 이해진 네이버 GIO의 같은 학과 1년 선배다. 이재웅 다음 창업자는 연세대학교 컴퓨터과학과 86학번으로 이해진 네이버 GIO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았던 친구 사이다. 여기에 이해진 네이버 GIO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삼성SDS 입사 동기다.
5인방은 창업을 이어가면서 IT업계 벤처기업 경쟁자이자 동업자로 30년 가량을 함께해 온 오랜 동지로 알려져 있다. 1994년 넥슨이 창업한 이후 다음(1995년), 엔씨소프트(1997년), 한게임(1998년), 네이버(1999년)가 잇따라 세워지며 국내 IT산업의 부흥기가 시작됐다.
이후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한게임이 네이버(당시 네이버컴)에 합병되면서 법인명을 NHN으로 바꾸고 이해진 네이버 GIO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공동 대표를 지냈다.
이후 2007년 네이버를 떠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2010년 카카오톡을 만들면서 새롭게 사업을 시작했고 이후 '카카오'를 선보이며 사업을 전개하다 2014년 다음을 인수하면서 지금의 카카오가 탄생했다.
성공한 벤처 1세대 기업인 5인은 '부(富) 사회환원'의 새 모델을 제시하기도 해 주목받았다. 벤처투자처럼 인재와 기업·단체에 자금 지원은 물론 인력·전략까지 함께 투입한 뒤 꾸준히 성과를 점검하는 방식의 기부다. 지원 목적도 단순한 재정적 도움이 아닌 지원 대상의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2014년에는 공동 출자를 통해 벤처 자선회사 'C 프로그램'을 설립하는 등 힘을 모았다. C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킬 과학인과 단체, 기업들을 금전적으로 지원하고 관리하겠다는 포부였다.
그러나 현재 5인방의 영향력은 다소 쇠락한 모습이다. 5인방의 첫 시작이었던 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가 정치적 갈등에 휘말린 가운데 2022년 2월 향년 5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해진 네이버 GIO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각각 일본사업 경영권 찬탈 리스크와 부진한 실적 개선 부담을 안고 위기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이재웅 다음 창업자는 쏘카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뒤 경영권 복귀를 이루지 못한 상황이다. 여기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마저 최근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관련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됐다.
한편 김범수 창업자가 구속된 가운데 카카오는 혼란이 더욱 가중되는 모습이다. 앞서 그룹 2인자였던 배재현 투자총괄대표에 이어, 이번에 1년 8개월 만에 복귀해 내부 쇄신과 AI(인공지능) 등 신사업 추진을 진두지휘 하려던 김범수 창업자가 구속됐기 때문이다. 정신아 대표가 이제 취임 100일을 넘긴 상황에서 경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