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업 부진에 라이브시티 좌초.. 티빙-웨이브 합병 '표류'
티빙 성장세에 콘텐츠 강화·웨이브 합병 신속 추진 시급 과제
'K콘텐츠'를 주도하던 CJ ENM이 휘청이고 있다. 주력사업인 영화 배급, OTT 등에서 여전히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최근 '콘텐츠 왕국'을 표명한 라이브시티 사업도 좌초됐기 때문이다. 올해 사업에서 별다른 반전이 없는 상황에서 하반기 입지 재건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CJ ENM의 영화 사업이 초유의 위기를 맞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중 단 한 편도 100만 관객을 넘지 못한 데 이어, 최근 기대를 걸었던 재난 영화 '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도 흥행에 실패했다. 일각에서는 영화 사업 철수설까지 파다하다.
'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는 순 제작비 185억원에 손익분기점이 약 400만명대이나 개봉한지 2주 가까이 된 시점에서 현재까지 누적 관객이 고작 64만명에 그친 상태다. 지난해 야심작이었던 '외계+인' 2부도 손익분기점이 700만명 정도였으나 150만 관객에 그치며 크게 실패한 바 있어 손해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CJ ENM의 하반기 실적 타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전체 사업부문으로 보면 올해 들어 간신히 흑자전환에 성공하긴 했지만 영화사업 부문은 큰 폭의 적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주주들 사이에서는 "영화 배급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콘텐츠 제작사 ‘피프스시즌(옛 엔데버콘텐트)'을 9200억원에 인수했지만 수익성은 확보하지 못하고 차입금만 증가하는 결과를 불러와 불신이 높아진 상태다. 피프스시즌은 영화 ‘라라랜드’ 제작사로 무국 할리우드에서도 제작 능력을 인정받은 회사지만 CJ ENM이 인수 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CJ ENM의 사업 부문은 크게 엔터테인먼트와 커머스로 구분된다. 이 중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tvN(티비엔)·티빙 등 TV채널·OTT플랫폼 중심의 '미디어플랫폼' 부문 ▲스튜디오드래곤·피프스시즌 등 콘텐츠·영화 제작·판매·배급 등의 '영화·드라마' 부문 등이 있다.
문제는 현재 CJ ENM이 영화 사업이 부진을 겪는 가운데 OTT플랫폼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도 요원한 상황에서 'K팝' 등 문화산업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진행하던 경기도 고양시의 라이브시티 사업이 좌초됐다는 점이다.
CJ ENM의 자회사인 CJ라이브시티가 진행한 라이브시티 조성 사업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일대에 K팝을 비롯해 대한민국의 음악, 영화, 드라마, 예능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국내 최초 'K-콘텐츠 경험형 복합단지'를 표방하며 추진됐다.
그러나 지난달 말 경기도와 갈등 속에서 갑작스럽게 무산됐으며, CJ라이브시티 측은 소송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사업 무산은 아쉬운 일이나 차입금 부담을 해소할 여지가 생겨 수익성 개선에 물꼬를 텄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지난 8년간 7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된 사업에서 억지로 손을 떼게 됐다는 점이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실제로 CJ라이브시티의 공연장 설비 전문가들이나 엔터테인먼트 전문 인력들 중 퇴사 인원의 상당수가 경쟁사인 '서울아레나'로 이직 중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 CJ 입장에서는 불명예스러운 모습이다. 서울아레나는 카카오가 추진하고 있는 복합문화시설 사업이다.
또한 티빙은 올해 KBO리그 중계를 따낸데 이어 '눈물의 여왕', '선제업고 튀어'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흥행시키면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긴 하다. 하지만 웨이브와의 합병이 7개월째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일각에서는 양사의 합병이 결국 무산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자금이다. 그동안은 티빙의 주요 주주인 SLL중앙(옛 스튜디오 룰루랄라) 요구 때문에 합병이 지연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JTBC의 자회사인 SLL중앙은 현재 상장을 추진 중인 곳으로, 원인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다.
CJ ENM은 SLL중앙이 요구한 웨이브 지분(12.7%)의 현금화 중 일부를 수용했지만 전부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파악된다. CJ ENM이 올해 넷마블 지분 16.78%를 매각해 2501억원 현금을 확보했지만, 최근 CJ라이브시티 사업이 종료돼 매몰비용 7000억원 중 대부분을 CJ ENM이 부담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다만 CJ ENM 입장에서도 합병 무산만큼은 막을 것이란 시각이 일반적이다. 티빙의 현재 입지로서는 웨이브와의 합병이 큰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티빙과 웨이브는 주요 편성 방송이 달라 이용자수가 겹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가장 막강한 경쟁상대인 넷플릭스를 위협하는 MAU(Monthly Active Users, 월간 활성 이용자)를 가질 수 있다. 단순 합산 MAU는 1172만명에 달하며 이는 넷플릭스(1086만명)를 넘어서는 규모다.
결국 영화 사업 부진과 CJ라이브시티 사업 무산으로 인한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짜고 티빙-웨이브의 합병을 신속히 진행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게 CJ ENM로서는 시급한 과제가 됐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CJ ENM의 2분기 연결 매출액은 1조16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9%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310억원으로 흑자 전환하지만 시장 컨센서스를 밑돌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최근 경기도와의 라이브시티 계약 해지로 토지 매각 대금을 감안해도 약 3000억원 규모의 영업외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면서도 "손상 반영 이후에는 시장이 우려하던 라이브시티 관련 리스크가 해소된다는 관점에서 투자 심리는 회복될 전망"이라고 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